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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이름:김수우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부산

직업:시인

최근작
2023년 9월 <이방인의 춤>

몰락경전

비겁한 슬픔과 모순들이 나를 키우고 있었다. 꾸물꾸물 민망한 날들이 구렁이처럼 제 꼬리를 말고 또 말았다. 막막하고 먹먹한 날들을 계속 삼켰다. 아프다 말하는 것도 사치였다. 세월호 이후 글을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밀려왔지만, 도무지 말이 안되는 날들 속에서 나는 자꾸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있었다. 괴물화된 문명 속에서 나도 병든 괴물이었으리라. 다행스럽게, 아주 다행스럽게도 낡은 책상에서 ‘몰락’이라는 단어가 새움처럼 돋아났다. 모든 몰락은 ‘이상’과 ‘심연’을 가지고 있었다. 또 몰락은 온 힘으로 생명을 품고 있는 겨울숲 또는 혁명과 닮아 있었다. 얼마나 많은 영웅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몰락했던 걸까. 그 몰락에서 무수한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오늘도 영웅들은 열심히 몰락 중이니. 죽어서 빛나는, 죽어서 살아 있는 세계가 바로 시(詩)임을 깨닫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흔쾌히 몰락할 수 있을까. 가난한 어머니처럼. 전구를 넣고 양말을 꿰매던 늙고 못생긴, 어깨 굽은 어머니 말이다. 이상과 심연 사이엔 대지가 있고, 그 대지엔 사랑이 전부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모두 메타포로 빛난다. 이제부터 천천히, 다시 사랑을 배울 참이다. 내려가는 길. 깜깜한 데로 내려가는 나선형 긴긴 계단을 자주 본다. 지옥인 듯 무섭다. 하지만 그 끝자리에 하얀 민들레가 흔들리고 있다. 그 본래. 소박하고 위대한 그 눈부심.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은 착각이다. 울어야 복이 온다. 따뜻한 눈물이 가장 큰 선물이다. 신은 가장 어두운 지하에 산다. 오래오래 우리를 기다린다. 시(詩)처럼.

붉은 사하라

의자도 거울도 전부 사막이다. 집도 절도 붉은 모래다. 무수한 나사로 조여진 문명 속에서 마주치는 원형의 세계, 그 굳건한 적막에 하루하루 아득하다. 막막하다. 고생대의 숲이 지금도 살아 분열하고 있는 사하라는 가장 치열한 생명의 땅이며, 오늘 내 삶의 현실이다. 말의 틈새기로 먼지처럼 분열하는 몸과 꿈의 뜨거운 분신들이 아프고 그립고 고맙다. 때문인지 이 시집엔 발끝을 세우는 것들이 많다.

뿌리주의자

발원지를 기억할 수 있을까. 녹슨 칼로 새긴 목판의 오래된 글씨처럼 어줍은 이상주의자. 등뼈를 곧추세우려던 공룡 같은 날들, 모두 혁명을 소비했을 뿐. 두개골 뒤통수에서 돋는 실뿌리가 저릿저릿하다. 창틀 위로 차오르는 방울벌레의 울음은 몇번의 허물을 벗었을까. 파이고 파인 서사들이 부스럼투성이지만 도둑질한 꿈도 언어도 부유하는 비닐처럼 떠돌지만 뿌리는 안다. 이상이 현실을 바꾼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세계를 업고 있다는 것을. 바람의 대합실에 저녁불이 들어온다. 미얀마의 눈물은 나의 제국주의 때문이다. 한발 내디딜 땅도 바다도 내가 버린 쓰레기로 가득하다. 미안하다. 2021년 11월 김수우

아름다운 자연 가족

이 책은 나의 이야기이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그러나 언제나 경이롭고, 기적 같은, 보통 사람의 일상이다.

유쾌한 달팽이

이 책은 작은 쉼이고자 합니다. 바위틈을 여는 개울이고자 합니다. 흘러흘러 바다가 되고자 합니다. 그 적막한 물결에 철사 끝 같던 자의식도, 위험한 희망도, 정직한 절망도 너럭바위처럼 하얗게 씻겨갑니다. 비움, 느림, 열림, 나눔, 풀림 그리고 누림. 이는 모두 맨발의 이름이며, 동시에 다시 신고 나가야할 신발의 이름입니다. 얼마쯤 가면 아마 당신을 만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방인의 춤

(중략) 모두 한 사람인 이 책 속 화자들은 영도라는 섬을 원점으로 하면서도 유목을 선택한다. 이 산책자들은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대지를 여행하며 순례를 익힌다. 끊임없이 흐르면서 멈춤을 시도한다고 할까. 순례란 타자를 향하여 걷는 발길이다. 긴 만행도 타자를 향한 손길이다. 이 시대에 절실한 영성도 모든 존재의 간절한 미래도 ‘타자’에게 있다. 타자성 회복은 구름 여행을 닮았다. 끊임없이 우리의 근원을 불러낸다. 모든 소외와 고독은 잔잔히 그러나 여울을 만들며 흘러야 한다. 타자의 통증을 향하여. (중략) 우리는 전 지구적 고통 속에 있다. 크고 작은 위기들은 거대한 우주의 약속을 기억하라는 당부이며, 회복을 위해 소비적 편리를 줄이라는 지구의 부탁이다. 이쯤서 우리는 새로운 방향을 만들 수 있을까. 결국 삶은 양도 질도 아닌, 방향이 우선이다. 그렇게 방향이 길을 만든다. 내재와 초월을 하나로 엮는 큰 기다림과 어떤 흐름을 믿는다. 겹을 여행한다. 영도를 중심으로 도는, 타자를 찾아가는 나선의 아름다운 소용돌이를 믿는다. 겹에서 쏟아지는 저 눈부신 빛들. 춤이 될 수 있을까. 2023년 가을, 감천 수우헌에서

지붕밑 푸른바다

서로에게 우리는 한 채의 집이다 하나의 길이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저 늙은 고양이도, 흰 질경이도, 바닥이 드러난 잉크병도 한 채의 집이고, 하나의 길인 것을. 카메라를 메고 다니는 동안 세상은 더 푸르고 깊어졌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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