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박금산

본명:박영준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2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여수

직업:소설가 대학교수

최근작
2023년 12월 <점점 가까워지는 국화>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상실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과장을 하게 된다. 옛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당시에 느꼈던 누추함을 누락시켜 말하려고 한다. 우정을 공개하려고 하는 사람은 당시에 만들어 가지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던 영웅담을 추가하려고 한다. 둘 다 과장이다. 있었던 것을 없었다고 말하는 것과 없었던 것을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점에서 같은 거짓이다. 상실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무너진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꿈은 이루려고 했던 것이지 실제로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무너진 꿈을 상실에 넣어 말하는 것은 없었던 것을 잃었다고 말하는 격이 된다. 그것은 거짓이다. 가지고 있지 않았던 무언가를 어떻게 잃었을 수가 있겠는가. 내게 없는 것은 남이 빼앗아 갈 수도 없다. 하지만 뭐랄까. 조금 이상하다. 꿈을 제해놓고 상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다. 과장이 되더라도 꿈을 넣어 이야기를 해야 제대로 된 상실이라는 느낌이 오는 것이다. 사랑 아닌 것들은 진짜인 사랑을 위협하고, 상실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꿈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상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그것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미래가 없다면 상실에 대한 이야기 또한 불필요할 것이다.

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소설은 끝나고 삶은 새로 시작된다. 소설을 쓰는 동안 내가 쓰는 것이 소설이라는 사실이 자꾸 잊혔다. 그래서 ‘이것은 소설이야’라고 되뇌었다. 교정지를 검토하면서도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소설이라는 사실이 잊히려 했다. 그래서 또 ‘이것은 소설이야’라고 다시 되뇌었다. 소설의 인물처럼 나는 남성이고, 교수이고, 소설가이다. 삶의 변화에 기여하고 일상의 나를 보호하기 위해 허구를 장착했다. 우리 시대에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허구인가. 버지니아 울프의 표현을 빌려 표현하고 싶다. 허구와 현실은 뺨이 닿을 만큼 가깝다. 잠깐 방심하면 나라고 오해할 여지가 많다. 그러나 나는 이렇지 않다. 이것은 여전히 소설이다. 출판사와 약속한 기한이 있기에 아슬아슬한 마음을 이대로 떠나보낸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원고를 고치고 있을 것이고 인물이 변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변화가 사람을 설레게 한다. 상담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학자, 비평가, 출판사 검토위원, 정신과 의사, 작가, 기자, 페이스북 친구, 진짜 친구,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다. 지난 작품 <바디페인팅> 때는 나를 드러내는 것이 남을 다치게 할까봐 걱정하며 혼자 몰래 썼는데 이번에는 나를 확장하고 꺼내고 싶어서 읽고, 보고, 듣고, 묻고, 찾아다녔다.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모두 진심으로 응해주셨다. 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큰 의견 차이 앞에서 당황했고, 작은 의견 차이 앞에서는 충격과 전율을 느꼈다. 어느 자리에서 농담으로 말했다. 이 책을 내기 전의 나와 이 책을 낸 후의 나는 다를 것이다. 친구들이 웃었다. 웃음 짓는 얼굴을 대하자 마음이 편했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농담이었다. 나는 아직 나 자신에 대해서만 농담을 만들 수 있다. 이 소설이 다루는 세계에서는? 농담이라니, 어림없다. 더 깊은 삶을 살아야 유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잘 됐으면 좋겠다.

소설의 순간들

나는 이야기의 공간, 편집자는 책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었으니 독자는 그 공간을 소유하며 ‘다행이다’라고 느낀다면 좋겠다. 편집자가 말한 대로 이 소설이 스파크로 작용해서 독자가 자신의 소설을 얻게 된다면 우주적인 기쁨이 일겠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