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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우영창

출생:1956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포항

최근작
2023년 2월 <배를 내민 남자 2>

11번째 고양이

이 책은 수영이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수영이는 고양이 나라에서 전설로 전해오는 전사들의 후예인 ‘11번째 고양이 전사’와 88일간 생활을 함께 하게 됩니다. 아이와 고양이, 이 두 말썽꾸러기가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요? 진짜 놀라운 얘기냐고요? 글쎄요, 수영이가 하는 말을 직접 들어보기 바랍니다.

더 월 1

이름 없는 이들과 창밖은 뿌옇다. 비는 대지를 파고들고 강물에 뒤섞이고 허공에 아득히 펼쳐 있다. 한밤중의 빗소리는 까마득히 먼 옛적으로 나를 데려간다. 그곳에, 추위에 떠는 영혼들이 살아있고, 그들이 그 밤을 지금 이곳으로 보내왔음을 나는 알고 있다. 밤은 밤에 잇대어 지금껏 그 냉기를 전해왔다. 나는 내가 어딘가에서 왔기를, 동굴의 얼굴들, 시장의 얼굴들, 피난민의 얼굴들, 헛간의 얼굴들에게서 왔음을 바라고 있다. 이름 없이 죽어간 모든 이들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 여기, 인류의 일원이 아니라면 나는 누구인가? 소수의 탐욕과 이기심이, 광범위한 빈민을 양산하는 이 세계의 비열한 구조에 눈을 감으면 이미 타협한 자요, 타협할 준비가 되어있는 자임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항의하는 방식이 서툴고 졸렬함은, 그 방식이 내가 놓은 덫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또 고백한다. 이 소설이 상업 장편 영화의 플롯을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반은 자진해서 그 낡은 틀로 들어갔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진부함’은 그 자체로 나를 매혹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장소에서, 문학이 영상과 어떻게 다른가를 입증코자 애썼다면 한갓 수사학자의 주장일까? 그리고 나는 주목한다. 매일 매일이, 출구가 없어 보이는 지리멸렬한 일상이 사실은 우리 생 전부의 무게감을 매번 요구해온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요구하지만 더 나은 ‘일상’은 미망일 수 있다는 점에 내 시선은 자꾸 머문다. 이 야릇한 이중성, 그건 삶이 재화나 이루어야 할 거창한 그 무엇 이상이기 때문이다. 생명과 죽음의 숙명에서 오는 우리 존재의 신비와 허약성,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하루살이처럼 가벼운 우리가 실은 심연을 가로질러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세상은 나아질 것인가.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아질 거라는 확신은 없다. 70억의 삶이 호흡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싸우고, 굶고, 매 맞고, 죽어가는, 그래도 한편에선 웃고, 포식하고, 섹스하고, 하품하는 이 도착적인 현장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집단과 개인의 이성과 도덕성을 시험받아야 하는 시련에 처해 있다. 문학이 그 시련에 동참하는 건 의무감 때문이 아니다. 이 세계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 지구촌 곳곳에서 새 생명들이 탄생하고 있다. 세계가 어떻게 되어 먹었건, 삶이 얼마나 고통스럽건, 아랑곳없이 생명들은 탄생한다. 그것이 세계가 존속해야 하는 이유는 아니지만 존속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아마도 후자가 훨씬 중요하리라. 새 생명은 그 자체로 세계의 오염을 정화하는 산소 같은 것이 아닐까.

더 월 2

이름 없는 이들과 창밖은 뿌옇다. 비는 대지를 파고들고 강물에 뒤섞이고 허공에 아득히 펼쳐 있다. 한밤중의 빗소리는 까마득히 먼 옛적으로 나를 데려간다. 그곳에, 추위에 떠는 영혼들이 살아있고, 그들이 그 밤을 지금 이곳으로 보내왔음을 나는 알고 있다. 밤은 밤에 잇대어 지금껏 그 냉기를 전해왔다. 나는 내가 어딘가에서 왔기를, 동굴의 얼굴들, 시장의 얼굴들, 피난민의 얼굴들, 헛간의 얼굴들에게서 왔음을 바라고 있다. 이름 없이 죽어간 모든 이들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 여기, 인류의 일원이 아니라면 나는 누구인가? 소수의 탐욕과 이기심이, 광범위한 빈민을 양산하는 이 세계의 비열한 구조에 눈을 감으면 이미 타협한 자요, 타협할 준비가 되어있는 자임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항의하는 방식이 서툴고 졸렬함은, 그 방식이 내가 놓은 덫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또 고백한다. 이 소설이 상업 장편 영화의 플롯을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반은 자진해서 그 낡은 틀로 들어갔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진부함’은 그 자체로 나를 매혹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장소에서, 문학이 영상과 어떻게 다른가를 입증코자 애썼다면 한갓 수사학자의 주장일까? 그리고 나는 주목한다. 매일 매일이, 출구가 없어 보이는 지리멸렬한 일상이 사실은 우리 생 전부의 무게감을 매번 요구해온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요구하지만 더 나은 ‘일상’은 미망일 수 있다는 점에 내 시선은 자꾸 머문다. 이 야릇한 이중성, 그건 삶이 재화나 이루어야 할 거창한 그 무엇 이상이기 때문이다. 생명과 죽음의 숙명에서 오는 우리 존재의 신비와 허약성,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하루살이처럼 가벼운 우리가 실은 심연을 가로질러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세상은 나아질 것인가.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아질 거라는 확신은 없다. 70억의 삶이 호흡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싸우고, 굶고, 매 맞고, 죽어가는, 그래도 한편에선 웃고, 포식하고, 섹스하고, 하품하는 이 도착적인 현장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집단과 개인의 이성과 도덕성을 시험받아야 하는 시련에 처해 있다. 문학이 그 시련에 동참하는 건 의무감 때문이 아니다. 이 세계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 지구촌 곳곳에서 새 생명들이 탄생하고 있다. 세계가 어떻게 되어 먹었건, 삶이 얼마나 고통스럽건, 아랑곳없이 생명들은 탄생한다. 그것이 세계가 존속해야 하는 이유는 아니지만 존속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아마도 후자가 훨씬 중요하리라. 새 생명은 그 자체로 세계의 오염을 정화하는 산소 같은 것이 아닐까.

배를 내민 남자 1

작가라고, 나이가 들었다고 인생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게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이 소설엔 밑줄 칠 만한 구절일랑 별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모르는 걸 알려고 하는 대신 문장이나 조사 같은 걸 고치는 데, 스토리와 플롯을 만지는 데 하루를 보내는 나날이 10여 년 계속되었다. 사람마다 10여 년 걸리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리고, 누군가는 방 한 칸 마련하는 데 그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앞으로 또 10년, 우리는 각자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우리 모두에게 가끔은 행복하고 가끔은 아름다운 그런 시간이 예비되어 있기를.

배를 내민 남자 2

작가라고, 나이가 들었다고 인생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게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이 소설엔 밑줄 칠 만한 구절일랑 별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모르는 걸 알려고 하는 대신 문장이나 조사 같은 걸 고치는 데, 스토리와 플롯을 만지는 데 하루를 보내는 나날이 10여 년 계속되었다. 사람마다 10여 년 걸리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리고, 누군가는 방 한 칸 마련하는 데 그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앞으로 또 10년, 우리는 각자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우리 모두에게 가끔은 행복하고 가끔은 아름다운 그런 시간이 예비되어 있기를.

성자 셰익스피어

가슴을 치며…… “199x년 어느 여름밤이었다. 후줄근한 네 사내는 맥주를 마시며 입구에 걸린 주렴을 통해 흩날리는 비를 내다보고 있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마님의 잔소리에 죽을 지경이라는 한 친구의 푸념에 나를 포함한 사내들은 각기 해법을 내놓았다. 그러려니 해라, 가슴에 새겨들어라 등등. 사회적으로도 ‘간 큰 남편’이라는 시리즈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좀 더 혁명적이고 건실한 생각이 없을까? 나는 속으로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 상상이 씨앗이 되어 10년 넘게 가지를 치더니 이토록 긴 글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셰익스피어의 망토를 두른 조한도와 억척 어멈 부사옥, 거리의 숙녀 몽과 동거한 지 어언 일 년이 다 되었다. 이제 나는 길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너 자신을 알라’ 이는 크산티페가 남편 소크라테스에게 ‘네 주제를 알라’고 한 말이 와전된 것이라는, 농담 같은 얘기가 있다. 플라톤의 《파이돈》에 나오는 철학적인 대사들은 다 잊어버렸지만 사형 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 앞에서 가슴을 치며 울부짖던 크산티페만은 잊지 못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진리 따위를 따지다 죽게 놔두고, 크산티페와 한잔 하며 저잣거리의 삶과 사랑을 논해 보지 않겠는가? 셰익스피어도 초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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