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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이윤학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5년, 대한민국 충청남도 홍성

최근작
2022년 7월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그림자를 마신다

시흥시 목감동에서 2년을 살았다. 4층 사무실에서 텃밭을 바라보았다.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는 걸 지켜보았다. 나도 한 뙈기 텃밭을 가꿀 수 있다고 믿어보았다. 거둘 수 없는 수확의 기쁨이 찾아왔다. 그것이 내게 시를 옮기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여섯 살에 이사 온 집 아래채 大廳 밖에는 오십 몇 해를 산 측백나무 네 그루가 있다. 키는 잘리고 몸통의 굵기만 키운 측백나무. 서로의 間隔을 좁히고 있다. 나는 그동안 곁에 붙어 있는 사람들 생각을 지지리도 못했다. 나는 그동안 벗어나지 못해 안달을 부렸다. 이제야 살을 비비고, 진흙 속에서 뿌리로 뒤엉킨 측백나무 생각을 조금씩 해보게 된다.

나는 말더듬이예요

이 동화를 쓰는 동안, 나도 경민이와 형진이처럼 말을 더듬었습니다.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그걸 잊고 살았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대부분 기억도 못 할 말들입니다.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말, 속에서 우러나온 말, 듣는 사람을 꿈꾸게 하는 말, 오랫동안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 그런 말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왜 네 생각만 하고 살았나

“딱정벌레붙이라는 놈이 있다. 나무타기를 좋아하는 녀석은 수직의 나무껍질이 끝없이 이어질 거라 믿는다. 녀석은 가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 기어오른다. 그놈은 결국 허공을 딛고 바닥으로 추락한다. 그때마다 급히 날개를 펼쳐 바닥에 도착한다. 그놈은 다시 다른 나무를 기어오르거나 같은 나무의 다른 가지를 기어오른다. 나의 시 옮기기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하염없이 절벽 기어오르기다. 어느 순간, 무의식의 세계로 접어들어야 비로소, 백지에 시 한 편 옮길 수 있는 거다.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날 때만 자유로운 거다.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날 때만 사용되는 거다.” - 뒤표지 글

나를 울렸다

눈보라가 에델바이스를 피울 계절이니 접이식 침대 옆 간이 책꽂이 원고를 추려 시집을 묶는다. 그대와 내가 찍힌 사진 속 질투의 대상이 된 나에게 잘살라는 말 전한다. 이제는 산정이 보이는 창문을 얻어 떠나야 한다. 그대여, 어디로든 가거라. 반벙어리에서 벙어리가 된 시절의 울먹임도 데려가거라. 눈보라 저편에 반달이 뜨면 그대를 찾아 산길을 오르리라. 2011년 12월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살아가는 일은 바닥이 없는 갈증이다, 그래서 수시로 가까운 우물을 찾게 된다. 그 우물은 일찍이 누군가가 내 몸속에 파놓은 것이다. 어떤 때는 몸 전체가 우물로 변하기도 한다. 내 관심은 여전히 버려지고 잊히는 것에 닿아있다. 나는, 언제나, 그 우물을 바라보고 퍼먹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그 우물을 메우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개정판 시인의 말 쌍둥이를 낳아 하나를 남에게 준 부모의 심정이 이러했을 것. 면목은 없다만, 이제라도 데려와 살붙이고 정붙였음 원이 없겠다 싶었다.

내 새를 날려줘

이 어른을 위한 동화는 스물네 해를 살아온 어느 소녀가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다. 언제나 죽변에 가고 싶다는 스물넷 소녀를 생각하며, 이 어른을 위한 동화를 옮겨적었다. 슬픔은 변하지 않는 자의 몫으로 남는다고 말하는, 그 소녀에게 이 책을 어서 보여주고 싶다. 서울서 꼬박 일곱 시간이 걸리는 죽변 항구, 무덤도 남기지 않고 떠난 외할머니... 소녀가 갖고 있는 건 기억뿐이지만, 그 소녀가 오랫동안 다닌 '우리집 분식'에 가서 떡볶이 한 접시 시켜먹는 느낌으로, 이 동화를 읽어주시기를.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한 번은 열 번 백 번 천번으로 통하는 지름길이라고 말씀하신 고등학교 때 선생님 생각이 난다. 현재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과거와 미래와 타협하지 마라. 나와 세상과 타협하지 마라. 네 코스를 뛰면 된다. 오직 현재만이 있을 뿐이다. 불광동 언덕배기에서 2008년 2월

동화 <별>은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를 위해 쓴 글입니다. 콘크리트보다 더 딱딱해진 어른들의 가슴에 잃어버린 추억을 되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가슴이 어른들처럼 딱딱해지기 전에, 제 나이에 맞는 생각과 꿈과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주고 공간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 어른들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불행보다 먼저 일어나는 아침

언제부턴가 원룸을 옮겨 다니며 글을 쓰게 되었지요. 방충망의 모눈 한 칸으로 에델바이스가 핀다는 산정山頂을 바라보았지요. 내가 모르는 곳에 나를 두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꿈을 꾸었지요. 산정을 향해 불러본 내 이름…. 그건 불면의 밤을 함께해준 또 다른 당신의 이름이었습니다.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살았지만 떠나지 않는 목소리와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당신은 나를 사랑해주었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내가 당신을 사랑할 차례라는 것을 압니다. 이제는 당신이 자초한 불행으로 아파할 때 내가 당신 안에 있겠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방충망의 모눈 한 칸으로 당신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습니다.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몸을 살찌우는 데 바쳐진 기린의 머리여, 장대의 정신이여 영원한 몸의 볼모여 너는 양껏 목덜미를 늘여 끊임없이 떠나가고 있는가 잎줄기를 탐하는 입이, 끝까지 벌어져 머리를 열고 닫을 수는 없다 누가 자신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원하겠는가

졸망제비꽃

왜 그랬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를 바라보듯이 당신은 왜 나를 보고 미소 지었을까 내 이름 내 얼굴조차 기억 못 할 당신에게, 불러도 대답 없는 당신에게 나는 왜 사랑한다 말하고 싶었을까 맨발로 걸어 다니느라 찢기고 더럽혀진 당신 두 발을 씻어주고 싶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느냐 말해주고 싶었다 고단한 당신을 등에 업고 대신 걷고 싶었다 당신의 걸음이 되고 싶었다 수만 개 별을 간직하고 있는 당신 눈빛을 바라볼 때마다 식어버린 내 가슴속 군불이 지펴지곤 했다 당신의 눈은 상처투성이라서, 그 상처가 굳어버린 흔적이라서 사랑 앞에 서면 나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게 돼버렸다 당신은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당신이 사랑하고 싶은 순간 속에 머물러 있는 중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 순간 속에 들어가 살고 싶었다 당신의 순간은 끝이 아니라 언제나 시작일 것이므로

짙은 백야

벼름박에 걸어둔 아버지의 간드레와 마주할 때가 있다 열네 살의 아버지가 금광에 다닐 때부터 쓰던 물건이다 폐광된 금광의 갱도를 따라 내려가 바닷물을 만났다 금광에 갈 때 금광에서 돌아와 내 눈을 들여다보는 아버지를 만났다 2016년 7월 서대마을에서

환장

몇 년 만에 산문집을 묶습니다. 십년쯤 전에 쓴 것도 있고 이십년쯤 된 것도 있는데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아플 때만 다녀가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번 생에는 시로는 안 될 것들을 꺼내보았습니다. 어떻게 옮겼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절실했던 순간을 오십 몇 꼭지 옮겨 보았습니다. 솥뚜껑을 열어보는 심정입니다. 아직 나에게 물은 남아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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