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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김보영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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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SF는 고양이 종말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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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SF 걸작선, 멀리 가는 이야기 (추천3,댓글0) neubauten   2011-08-24 10:52

요즘 하도 일일일 하다 보니 사놓은 책들이 진도가 안 나간다. 열어 두기만 한 책들만 대여섯 권 되고, 몇 권은 한 2~3년째 20% 언저리를 왔다갔다 한다. 얼마 전 시작한 르낭 책과 신상희의 하이데거 책은 “아 요즘 머리가 제대로 썩었구나” 하는 장탄식을 내뱉게 하고 있으니, 마음이 안 좋다. 그래서 읽히는 책을 보자 하여 아래 두 권을 질렀다(...)


1.
야로슬라프 올샤 2세와 박상준이 공동 기획한 체코 SF 걸작선이다. 제일 부러웠던 게 몇 가지 있었다. 체코에서는 20대 초반에 SF 팬진을 내면 읽어 주는 사람이 있고, 그 팬진을 쓸 만큼 뭔가 출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제일 부러운 건, 이런 덕질(...)을 하면서도 사람이 일을 해서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겠지(물론 좀 슈퍼맨 같긴 하다.).

잡설이 길었는데, 보통 체코 소설하면 생각나는 건 카렐 차펙이라 할 것이다. 이 책 말미에 실린 해설을 보면, R.U.R.이 1925년에 우리말 번역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하니, 역시 덕질은 만국공통 당시에도 작품에 대한 감식안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또 잡설인데, 에에... 작품들의 완성도가, 질투가 날 만큼 높다. 지금까지 '브래드베리의 그림자'까지 읽었으니 짧게 정리. 한 작품도 버리기 힘들 정도인데, 지금까지의 베스트는 '스틱스'와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르지 네트르발의 '스틱스'는 돌아올 수 없는 황천의 강을 '아리아드네'라는 행성으로 옮겨 놓았다. 초공간 물리학을 이용하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만들어 두고, 저편에 있는 땅을 밟을 것인가를 고뇌하는 인간을 그 위에 심었다. 순문학의 영역과 SF의 영역 사이의 균형이 적절하다. 반면 페트르 헤테샤-카렐 베베르카의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장르문학 두 가지를 잘 섞어 두었다. 워쇼스키의 '매트릭스' 이후 많이 나온 주제인 가상 현실과 현실 세계의 관계지음이 첫째요, (좀비 게임을 살짝 뒤틀어) 좀비 입장에서 플레이하는 게임 시나리오 기반의 스토리텔링이 둘째다(이를 테면, '디스트릭트9'이 철거민/게토의 문제 위에 '헤일로'의 액션을 얹었다든지, 오시이 마모루의 '아바론'이라든지...). '아인슈타인 두뇌'는 요즘 내가 '열심히 살기'에 대한 회의가 많아 객관적으로 읽을 수 없었던 관계로 패스(많이 흔들렸다......).


2.
위 책에서 읽은 분량이 문학적인 깔끔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김보영의 이 단편집은 꽤 하드한 내용 기반이다. 하지만 이 작품집이 담고 있는 과학적 질문보다는, 이 작품들이 근간으로 삼고 있는 몇 개의 질문을 살펴 보는 것이 좋겠다. 스포일러가 되는 질문들을 생략하다 보니 몇 개의 작품은 빠졌다. 이건 고메나사이~

유기 생명체가 멸종한 지구에서, 인간이 만든 로봇이, 인간의 존재 자체를 망각한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가, 유기물에 대한 연구를 기초부터 쌓아 올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종의 기원'을 읽으면 되고, '종의 기원; 그 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는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말하면 스포일이에요~).

경험론자들의 백지설(타불라 라사)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받아들인 경험과 지식으로 결정된다. 그렇다면 감각이 완전히 박탈된 클론은 무엇을 느낄까? 그는 어떤 방식으로 사고할까? '촉각의 경험'은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수한 유전자'는 제목에서도 보듯 인간의 아종분화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그 점에서 H.G. 웰즈의 '타임머신'에 겹쳐 읽었는데(몰록과 엘로이), 김상훈은 백인과 홍인(미국 원주민)의 갈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나도 김상훈 의견에 좀 더 가까워졌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순박한 키바의 주민들과, 문명의 이기에 꽁꽁 둘러싸여 사는 스카이돔의 주민들을 대립항으로 두는 것.

빛에 가까이 다가가면 시간은 무한에 가깝게 느려진다. 한 인간이 몇십 년을 아광속으로 달렸을 때 그는 우주의 끝까지 이동해 갈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은 결국 시간을 가로질러 달리게 된다. 이 '시간 여행자'는 문명의 명멸을 어떤 방식으로 관조할 것인가? '미래로 가는 사람들' 4연작을 읽어 보면 되겠다.


3.
전체적인 질문들의 무게나, 이에 기반한 기술들을 보면 상당히 깊고 정교한 고민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상훈이 책 말미에 '본격 SF'라는 말을 달아 둔 것도 그렇고, 이 작품들이 발표되었을 때 SF 비평계의 감격은 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와 드디어 걸출한 하드 SF 작가가......'라든지.

하지만 여기 대해서는 약간의 유보 조항을 두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건 내가 SF가 '사이언스'인가 '픽션'인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고, 정답은 '둘 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 다인 동시에 우선권 다툼 같은 것도 생긴다. SF는 사고의 지평을 열어야 하는 동시에, 소설로서의 재미도 갖추어야 한다. 결국 SF는 두 개의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둘 중 하나의 강점이 다른 하나의 약점을 커버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김상훈이 듀나와 김보영을 비교하는 부분에서의 문제가 이것인데, 김상훈은 유려한 문장이나 사고의 구조에서 듀나를 위시한 작가들이 과학적 상상력보다는 문학적 상상력 쪽에 치우친 것 아닌가 생각하는 쪽이고, 사실 '한국 SF 풍토'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고민이다. 하지만 난 그 부분에 대해서 내 유보조항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미있고, 잘 짜여진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것과, 그 이야기의 디테일이 조탁되었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양립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SF는 소설적인 재미와 정교함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500쪽에 달하는 이 책을 폭풍처럼 하루만에(정확히 말하면 출·퇴근길에) 몰아쳐 읽는 와중에도, '아 이 부분은 사건들을 좀 더 콤팩트하게 쳐서 질주하듯 달렸으면 좋겠어' 하며 아쉬워하게 한다든지, '이 부분을 굳이 이렇게 강조한 의도가 뭐지?'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이 생긴다. 이건 저자들한테 '쌤 그건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를 입에 달고 살던 편집자 출신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이런 걸 '빌어먹을 편집자 놈의 돼먹지 못한 욕심'이라고 부를 수 있을 수도 있겠으나, 선배들 그늘에서 너댓 권 만들어 본 게 다라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 그리고, 어쨌든 편집자가 손대기 시작하면 좀 conventional한 얘기들이 강해지게 마련이라......).

사실, 그래서 초기 중·단편에 대한 감동만큼이나 작가의 발전상을 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고,  더 많은 책들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문제는 여기저기 컴필레이션 형식으로 뿌린 책들이 '우라지게' 많다는 점이고, 그래서 그 다음 작품들을 모은 또 한 편의 작품집이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명훈 등 반가운 얼굴도 있고 하여 쓸어담다가 흠칫(13권 정도 되더라...... 다 담기 귀찮아서 작가 파일을 첨부함 -_-). '적당한 수준에서 멈추어, 나도 모르게 입덕의 관문을 넘는 일은 피한다'는 지론이 무너질 뻔했다.. 그것이 어쨌든 요즘 한정된 두뇌 용량으로 살아가는 내 지혜이므로,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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