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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김애란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0년, 대한민국 인천

직업:소설가

기타: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최근작
2024년 2월 <소설의 첫 만남 1~10 세트 - 전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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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기처럼 비가 쏟아지던 여름날, 홍대 앞 북카페에서 ‘두근두근’ 김애란 작가를 만났습니다. 알라딘 트위터 및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던 김애란 작가의 대화 전문을 소개합니다. 알라딘 MD의 질문은 ‘알라딘’으로, 독자분들의 질문은 ‘알라디너’로 표기했습니다. 트위터 중계는 알라딘 웹마케팅팀에서 수고해주셨습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두근두근 건네는, 인사 



알라딘 : 출간 후 불과 보름이 흘렀음에도 (주: 인터뷰는 약 3주 전 진행되었습니다.) 벌써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요즘 많이 바쁘시지요? 독자들의 반응을 접하고 어떤 기분이신지요.

안녕하세요. (짧게 인사) 조금은 정신이 없는데, 그래도 기쁘게 돌아다니고 있어요. (리뷰 등은 챙겨 보시는지요?) 아, 멋지게 안 본다고 말씀드리고 싶긴 한데…… 사실은 종종 보고 있어요. (웃음) 몇몇 리뷰를 보며 실제로 감동하거나 힘을 받기도 하고요. '빠른 배송 감사드립니다'란 식의 한 줄 평도 좋아하는데, 뜬금없이 산뜻하고 엄청나게 현실적이어서 읽는 제가 머쓱해지는 기분이 괜찮더라고요. (웃음) 최근에 기억에 남는 건 한 여고생의 포스팅이었는데, 왜 사람이 기분이 정말 좋으면 욕을 하게 되잖아요? 그 친구도 막 욕과 흥분을 섞어서 반가움을 표현했는데, 제가 막 소리 내 웃으면서 봤던 리뷰 중 하나였어요. 그렇게 독자분들 리뷰 보면…… 제가 1년간 혼자서 쓴 긴 긴 편지에 대해 비로소 답장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알라딘 : 언론 인터뷰에서도 ‘신중하다’는 기자의 느낌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 : 실제로 만난 김애란 작가는 차분하고, 정제된 말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등단 후 10년, 두 편의 소설집을 엮고 이번이 첫 장편입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펴내기까지 기다림이 길었습니다. 첫 장편을 오래 갈고 닦으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장편에 대한 주위의 요구도 있고, 제 욕구도 있었는데 그 두 가지가 동시에 만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아요. 하나의 소재와 한 명의 작가 사이에도 인연이나 궁합 같은 게 있는 것 같은데, 저랑 이 이야기랑은 지금 만나게 돼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고요. 더 서둘렀을 수도 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아름이와 만나 기뻐요. 
 


알라딘 : 작품의 소재도 독특한데요, 많은 준비가 필요하셨을 듯해요. 실제 작품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리셨는지요?

구상기간이 그렇게 길진 않았어요. 인연이 닿는 이야기를 만나려 머뭇대고, 장편 '꺼리'가 있는 척하며 허풍도 떨고 그랬어요. 몇 해 전 기회가 닿았을 때도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다'며 미뤘고요. 그러다 다시 지면이 생겼을 때, 첫 문장 쓰기를 피하고 피하다 마감일이 가까워졌을 즈음(주 : <두근두근 내 인생>은 창비 계간지에 4회에 걸쳐 연재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미루면 사람도 아니란 마음에…… (일동 폭소) 그래서 뭔가를 많이 준비한 상태에서 시작하지는 못했어요. 한 소년이 자기 부모에게 연애 소설을 선물해준다는 소박한 설정 하나 가지고 시작을 했어요. 
 


알라딘 : 예약판매 중 진행했던 사인본 이벤트가 화제가 되었었어요. 독자분들께 적어주신 ‘완전소중 독자님’ 문구를 받으신 독자분께서 웹상에 ‘인증’도 해주셨었고요. 문구가 몹시 젊고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올초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셨을 정도로, ‘젊은’ 작가라는 말씀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젊은’ 작가라는 수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흔히 '젊은 작품'이라고 하면 뭔가 새롭거나 실험적인 작품을 떠올리기 쉬운데, 젊은 작품이 전위적일 수는 있지만 모든 전위가 그 작품을 젊게 해주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음, 제 생각에 가장 젊은 작품이란 가장 오래 살아남은 작품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 부르는 것들도 그렇잖아요. 각 시대마다 달라지는 문장의 감수성이 있고, 그걸 번역으로 얼마나 잘 살려내는가는 다른 문제겠지만. 지금도 가끔 몇몇 소설을 보면 '아니 이 작가는 대체 얼마나 젊길래 자기보다 100살, 50살이나 어린 나하고도 말이 통하지?' 싶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라면 저도 계속 '젊은' 작가이고 싶어요. 
 

 

 독자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


김애란 작가와의 만남은 트위터에서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독자분들이 트위터를 통해 물어주신 질문을 함께 건넸습니다.

알라디너 : 제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책 제목은 어디서부터 영감을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두근두근'의 선구자랄까, '널리 알려 리롭게' 해주신 분은 윤성호 감독님이신데.(웃음) 앞에 이 의태어가 붙은 책 제목이랄까, 캠페인이랄까 하는 건 자주 봤지만 제 생각에는 단어는 윤 감독님이 가장 어울리게 또 어여쁘게 쓰셨지 싶어요. 제 경우에는 주인공의 심장과 맞닿는 부분이 있어 붙인 거고요. 제목 지을 땐 여전히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단편의 경우 원고를 다 쓴 뒤 제목을 제일 나중에 붙이는 경우도 많고요. 이번 장편은 연재 1회분을 마친 뒤 이래저래 궁리하다 붙인 건데요. '두근두근'이란 말이 설렘과 위태로움을 동시에 나타내는 단어라서 이 이야기에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의미나 내용만큼 단어의 개수나 소리, 호흡, 리듬에도 신경 쓰는 편이라 홀수로 된 제목을 애용해왔던 것 같아요.
 


알라디너 :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인지요?

글쎄요, 처음에는 아름이가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인물들한테로 마음이 옮겨가더라고요. 서하한테도 갔다가, 대수한테도 갔다가……. 저랑 가까운 편혜영 작가님은 연재 때 제게 장씨 할아버지가 제일 좋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면 책으로 낼 때 내가 꼭 편씨 할아버지로 고치겠다'고 호기롭게 약속했는데. (웃음) 독자분들께서 좋아하는 인물은 각기 다르시겠지만, 가장 미워하는 인물이 누굴지는 예상이 돼요. (일동 웃음)

저는… 아무래도 주인공인 아름이한테 애착이 갔어요. 제가 좋아해야지 마음 먹고 좋아한 인물이 아니었어요. 이름이 엄마가 아름이한테서 도망치려고 했던 것처럼, (주 : “엄마, 나는…… 엄마가 나한테서 도망치려 했다는 걸 알아서, 그 사랑이 진짜인 걸 알아요.”-134쪽) 저도 무서워하고 도망치려고 했던 인물이어서요, 가까워졌을 때 애착이 생겼고, 그만큼 고맙고, 그랬어요. 
 

 

"네가 내 슬픔이라 기뻐" 두근두근 내 인생 

* 여기서부터는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습니다. 작품을 읽지 않으신 분들께는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알라딘 : 제목 말씀하시면서도 ‘리듬감’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극작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아름과 대수의 대화, 대수와 미라의 대화 등이 소설적인 서술이 아닌, 실제 사람이 말을 하는 것 같은 리듬감이 느껴져서 인상 깊었습니다. 주인공들 사이의 ‘말’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소설이라는 생각도 했고요. 인물들의 입을 통해 가슴을 울리는 말을 많이 찾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마음을 울리는, 좋은 ‘대사’ 좋은 ‘말’을 찾아낼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살아 있는 사람들이 읽을, 살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니까, 그들이 하는 말 또한 살아 있었으면 했어요. 짧으면서 많은 정보가 담긴 대사, 그러니까 크레바스처럼 겉보기에는 밋밋해 보이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문장이나 대사를 쓰고 싶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대사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특히 이번 소설은 1인칭 시점이라, 아름이 이외의 인물을 보여주거나 설명할 때 대사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알라딘 : 대화 속 소소한 발상(과 강약조절)에서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아름이가 자신의 소설을 절대 읽지 말아달라고, “이 소설을 미리 읽으면 아름이가 빨리 죽는다”라고 맹세해달라고 할 때, 대수씨가 진지하게 난 한번도 너를 내기의 대상으로 삼아본 적이 없다고 하다가, 대신 가장 무서운 것을 내기에 걸겠다, 이 글을 미리 읽으면 평생 월세살이를 한다. 이런 식의 전개가 특히 그랬는데요, 실제로 말하는, 말해질 가능성이 있는 대사들을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신지요?

미라가 처음에 아이를 가졌을 때 출산의 좋은 점과 나쁜 점 리스트를 만들잖아요. 그때 미라가 그런 것처럼 저도 남들이 믿는 말, 권하는 말이 아니라 제가 믿을 수 있는 말, 제 몸을 통과한 말들을 쓰고 싶었어요. 
 


알라딘 : 신형철 평론가의 글을 통해 김애란 작가의 이전작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명랑함, 중성성이 주목받기도 했었어요. 이번 소설 속 주인공은 17세 소년 ‘아름’이인데요. 아름이에게 주어진 이름도 여자아이들에게 주로 붙여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소년인데 ‘소녀스럽다’고 할 수 있을만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소년 아름이에게 ‘아름’이란 이름을 주신 이유가 있을까요?

제일 먼저 생각한 건 누군가 두 팔 벌려 나무를 안고 있는 이미지였어요. 사람이 양팔로 큰 나무를 안을 때 그 '품'을 이르는 단어? 포옹의 단위? (웃음) 같은 거. '아름답다'의 '아름'도 될 수 있지만 제겐 그 나무 이미지가 컸어요. 성별보다는. 
 


알라딘 : 아름이가 무척 성숙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로 그려져 있어서 보시는 분들도 ‘아름이를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사실 아름이의 외양적인 모습 등을 상상해보면 일반적으로는 사랑스럽다고 표현하기 힘든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아름이는 세상을 비관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사랑스럽고, 사랑하고 싶기도 한 듯합니다. 아름이의 부모님, 아름이가 읽은 책 등등, 아름이를 사랑스럽게 만들어준 아름의 부모님, 아름이 읽은 책 등등, 몇몇 힌트는 주어져있는데요, 과연 아름이를 이토록 사랑스럽게 만들어준 것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아름이의 성격은 아름이의 생존방식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큰 병을 앓아, 부모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된 아이.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노력'의 차원에서 그려진 부분일 따름이지 아름이가 아주 밝기만 한 아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항상 웃고 있거나 밝기만 한 사람을 보고 우리는 '건강하다'고 하지 않잖아요? 오히려 그런 사람은 어딘가 아파 보이잖아요.  



알라딘 : 아름이가 아팠기 때문에 오히려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아이가 될 수 있었던 걸까요?

예, 조금은요. 아름이 나름대로 무언갈 견디는 방식일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아름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결정한 것 중 중요한 것 하나가 '시간'인 것 같아요. 남은 시간이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이 세상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가고 싶지 않았을까 싶어요. 
 


알라딘 : 이야기 내에서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것이 돋보입니다. 두근두근, 인생, 아름, 기뻐, 등의 키워드는 하나같이 밝고 찬란한데요, 막상 이야기를 펼쳐보면 울컥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온도 조절이 쉽지 않았을 듯한데, 이토록 슬픈 이야기를, 이토록 기쁜 방식으로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뭔가 전달하고 싶을 땐 그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서야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야 비로소 거리가 생기고, 제가 물러선 거리만큼 감정이 공명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니까요. 종소리도 비슷하잖아요. 동심원이 퍼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제가 슬픔에 너무 바싹 붙어버리면 공간 자체가 생겨나지 않겠다 싶었어요. 웹툰 작가 조석씨가 자주 쓰는 '박지성의 공간 창출' 정도는 아니더라도(웃음) 일단 '감정의 장소'를 만들자, 그리고 그 다음에 거기서 무얼 느낄지는 독자가 결정하도록 만들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알라딘 : 작가님의 이전 작품 중 <성탄 특선>도, <침이 고인다>도, <너의 여름은 어떠니>도 소소하고 현실적인 상황이 외려 더 잔인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아름이의 첫사랑이, 푸르고 아름다우면서도 사이사이 너무 현실적이라 잔인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소설도 그랬는데요, 조로증을 앓는 아름이의 사연을 방송 관계자들이 ‘대박’이라고 평가한다든지, 아름이가 ‘서하’를 만난다든지 하는 과정이 순간순간 잔인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아름이에게 몰입하며 작품을 읽었는데,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름이에게 이토록 시련이 주어지는 게 무척 슬프더라고요. 아름이가 경험한 ‘시련’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작가가 음…… 순수할 순 있어도 순진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고요. 아름이가 곧장 긍정의 자리로 가버리면, 그건 제가 인물이나 세상을 불성실하게 그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상 모양새랑 닮은꼴을 그리고 싶었고요. 가급적 우리가 했던 사랑과 비슷한 사랑을 하게 하자, 그럼 그 사랑은 어떤 사랑이었나? 실패한 사랑이었지, 했어요. 곱게 자라주면 더 좋겠지만 제가 예전에 그랬고 또 앞으로 그럴 것처럼 자빠지고 다치면서 자라나는 소년의 이야기를 꾸리고 싶었어요. 
 

 

  

김애란, 쓴다는 것, 느낀다는 것

  여기서 작가분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궁금해졌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전해주신 독자 질문과, MD가 준비한 질문을 함께 드려보았습니다. 

 

알라디너 : 김애란 작가님의 글쓰기 수련법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재기발랄 오감을 자극할 수 있나요, 또 아름이에겐 ‘낱말카드’가 있는데요, 작가분이 글을 쓰실 때도 주로 영감을 얻는 단어장, 낱말카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만의 낱말카드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어느 때는 문장이나 단어 하나에 철렁하고, 수면 위에 낙엽 떨어진 것 마냥 파르르 가슴이 떨릴 때가 있어요. 단어한테서 이야기 충동을 느낀다면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하나하나 단어가 만든 동심원을 따라가는 기분으로 이야기를 쓸 때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쓴 문장을 소리내 읽어보는 편이에요. 읽는 이의 숨박자에 착착 붙었으면 하고요. 자기 문장 습관은 자기가 잘 모르는 편이라 주위의 코멘트를 잘 받아들이는 편이고요. 오늘 쓴 문장을 다음 날 다시 타이핑하고, 다다음 날 다시 첫 문장부터 옮겨 적고, 그렇게 매번 처음으로 돌아가 적으려고 해요. 늘 그러지는 못하지만 가급적 그러려고 하고요.

또…… 이번 소설 쓰면서 특히 기뻤던 게 한국어가 참 황홀하구나 싶어서, 이걸 꾸리는 요령도 커진 것 같아서, 그렇게 쓴다는 게 기뻤구요. 동시에 한자문화권 작가라 좋았던 게 단어 선택할 때 쓸 수 있는 폭, 놀 수 있는 마당이 커서 좋았었어요. 
 


알라딘 : 제가 준비한 질문도 독자분들 질문과 유사한데요, 아름이가 회오리 치는 낱말카드에서 서술어를 교체해가며, ‘이건 이상해’하며 판단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실제로도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시는지요?

자주 그러는 편이에요. 어떤 단어가 이쁘고, 형용사나 부사가 이쁘고 그래서 좋아지는 문장이 아니라, 담담한 문장 하나와 그 다음에 오는 또 다른 담담한 문장 하나, 문장과 문장 사이의 긴장, 혹은 문맥 때문에 아름다워지는 문장을 쓰고 싶었어요. 
 


알라딘 : 작품 속에서 중요한 이야기로 인용된 몇몇 음악이 반가웠었어요. 검정치마의 Antifreeze나, 영화 <릴리슈슈의 모든 것>의 Glide 같은 음악이 그랬는데요, 평소 즐겨 드는 음악을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음악을 두서없이 계통 없이 들어서, 족보를 꿰고 있지는 못한데요. 겸손이 아니라 진짜 잘 몰라요. 근데 모던록 쪽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해요. 예전에는 라디오 93.1을 자주 틀어놓은 채 제목도 모르는 클래식에 귀 기울이며 장님 대성당 더듬듯 감탄한 적도 많아요. 최근 댄스곡도 좋아하고, 7-80년대 한국 발라드도 좋아해요. 다들 좋아하시는 비틀즈나 엘리엇 스미스도 즐겨 듣고, 이 소설에 나온 검정치마도 그렇고, 허클베리핀, 언니네이발관, 3호선버터플라이, 아마추어증폭기, 가을방학 등등 많아요. 아! 그리고 이건 절대 빼먹지 말아야 하는데 최근에 강력 추가된 '토이'도 있어요.(웃음) 
 

 


 

 

 

 

 

 

 

알라딘 : 일상과 인간에 관한 따뜻한 시선이 눈에 띕니다. 작가님의 일상은 어떠신가요? '보통의 하루 풍경'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일어나자마자 이불 개고 방 쓸고 청소를 먼저 하는 편이고요, 씻고, 노트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은 채 밥을 먹고, 책 보고 원고 쓰고, 장보고 세탁소 가고, 뭐 그래요. 동선이 크지는 않고 집과 집 주위를 도는 편이에요. 저도 직장인들처럼 시간을 정해서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은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움직이는 선배들이 더 대단해 보이고요. 아직까지는 몰아서 집중하고 썼다가 쉬었다가 다시 집중하는 식으로 살고 있는데 결국은 저도 '매일 쓰는' 몸을 만들고 싶어요.
 


알라딘 : 빼놓을 수 없는 질문입니다. 김애란 작가가 읽는 책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읽은 한국소설, 또 가장 좋아하는 책, 더불어 알라딘 독자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은 책 이야기를 여쭤봐도 될까요.

최근작이라면 이장욱 작가님의 단편집 <고백의 제왕>을 인상 깊게 봤고요, 지난해 나온 배명훈 작가님의 <타워>, 윤성희 작가님의 <구경꾼들>도 좋았어요.  

 



 

 

 

 

 

 

알라딘 : 그럼 가장 좋아하는 책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두근두근 내 인생이고요. (일동 폭소) 



알라딘 : 또 알라딘 독자 여러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 여름에 읽기 좋은 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여름에 읽기에는 태평양이 주구장창 나오는 <파이 이야기>가 좋지 않을까요? 시원하니까. 좀 서늘해지고 싶으시다면 '차가운 피부'도 괜찮고요. 차가우니까. 피서용으로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여행 안내서>의 작가가 쓴 멸종위기동물탐사기 <마지막 기회>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주 : 김애란 작가가 보내온 추천도서가 알라딘 추천도서 페이지에도 게시되어 있습니다. 여기를 눌러주세요. 

 

 



 

 

 

 

 

 

알라딘 : 언론 인터뷰에서 장편 출간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내신 것을 보았는데 요, 조만간 장편으로 다시 만나 뵐 수 있을까요? 그간 발표한 단편소설도 상당한 걸로 알고 있는데, 소설집 계획은 있으신지요?

예, 장편을 쓸 수 있는 체력이 좀 생긴 것 같아요. 폐활량도 늘고 근육도 좀 생긴 것 같고. 이야기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도 처음으로, 실감나게 해본 것 같아요. 내년 상반기에 단편집이 나올 예정이고요, 다음 장편은 내년 가을쯤 연재를 시작하게 될 것 같아요. 
 

  

  독자와 함께, 다시 나누는 이야기 


다시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물어주신 독자분들의 질문을 전해드렸습니다. 트위터 중계를 도와주신 알라딘 트위터 담당자의 질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시 ‘알라딘’으로 묶어 표기했습니다.
  


알라디너 : 다른 작가들에 비해 아버지에게 긍정적인데요, 실제 아버지와의 관계도 비슷한가요?

말수 적고 선한 분이세요. 다만 어릴 때 아버지와 무언가를 같이 하거나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적어서, 제가 소설 안으로 자꾸 불러들인 것 같아요. 같이 놀자고. 
 


알라디너 : 젊은 작가 김애란님은 소설로 뭘 하고 싶으신지, 소설로 무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큰 질문이지만 거두절미하고 묻고 싶네요.

이야기를 읽고 쓰는 건 누군가의 직업이기 이전에 삶의 한 방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름이 역시 이야기를 통해 세상과 만나잖아요. 너무 관념적이라 쑥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문학은 진짜로 영혼을 성장시켜주는 것 같아요. 소설로 무얼 할 수 있냐고 물으셨는데, 지금으로서는 이번 장편에 나온 구절을 빌려 '보다 잘 실망할 수 있게 해주는 무엇'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알라디너 : 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스타일’이 있는데요, 소재라기보단 스타일, 스타일을 만들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걸 의식할 여력이 없었어요. 연재다보니 한 회 한 회 마감할 때 펑크 안 내고, 약속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거든요. 그래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데 집중했고요. 형식에 대한 고민은 좀 나중에 생긴 것 같아요. 
 


알라디너 : 80살의 몸을 가진 17세 아름이의 이야기를 구상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 부모의 가장 환한 시절을 그리는 아이의 목소리로 어떤 게 어울릴까 고민하다, 몸과 마음의 나이가 다른 아이를 그려보게 됐어요.  



알라딘 : 작가님도, 소설 속 대수와 미라도 저와 거의 비슷한 또래인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동안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에서 '나'로 등장했던 우리 세대가 '부모'의 모습으로 소설에 등장한 것이 인상깊었어요. 특별히 엄마아빠로서의 그 세대(30대 초중반)를 그린 이유도 궁금해요.

아마 제가 제 부모의 나이(제 부모님이 부모가 됐던 나이)를 추월해버린 뒤부터 생긴 관심인 듯해요. 제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겪을 시간을 그려보고 싶었고요. 아주 열심히 상상했지만, 끝끝내 만지지 못할 경험이나 감정들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만 지금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과거와 미래 양쪽을 향해, 번갈아 한 손을 흔들어 인사해보고 싶었어요.
 

 
알라딘 : 알라딘 독자분들이 <두근두근 내 인생>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알라딘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리뷰……가요, <달려라, 아비>를 내고, 제가 처음으로 봤던 첫번째 독후감, 그러니까 얼굴을 모르는 사람의 첫번째 감상문을 알라딘에서 봤어요. 왜 신간이 나오면 일등으로 리뷰 올려주시는 분 있잖아요. 기쁘고 신기해서, 그리고 감사해서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나요. 요 며칠 그런 리뷰들을 보면서 그때처럼 뭉클했었어요. 그러곤 제가 안 그런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긴장했었구나, 라는 사실 또한 깨달았고요. 기쁘기만 할 줄 알았던 요 며칠 동안 오히려 마음이 좀 복잡했어요.

그간 제가 많은 격려와 관심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걸 알아요. 그리고 한편으론 운이 좋았다는 것도요. 그러니 언젠가 제가 또 다른 어려움 속에서, 지금보다 더 막막하거나 혹은 외로운 환경에서 글을 쓰게 된다 하더라도, '그땐 운이 좋았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다른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 이때 받은 온기와 격려를 잘 간직해두었다가, 다시 용기를 내는 데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나의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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