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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송찬호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9년, 대한민국 충청북도 보은

직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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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난 고양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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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명이의 시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은 광고 전단지로 거리를 도배하고 날마다 욕망이 전시되는 공간이고, 시인이 꿈꾸는 이상은 그런 현란한 자본주의의 숲을 벗어나 “초록만 있어도 좋”(「겨울 화분」)을 핍진한 생활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일상의 균열에 대한 섬세한 기록이자 고단한 생활의 서사이다. “짜고 단단한 슬픔”(「흰 달빛 조각하는 변두리의 저녁」)의 언어로 부박한 세상에 시의 뿌리를 내리면서, 생의 울타리로 “무섭도록 번지는 꽃”(「장미의 살점들」)의 열정도 시이고, “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가시”(「장미의 살점들」)의 삶에 대한 성찰도 역시 시라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시와 삶을 일치시키는 푸른 문장을 쓰고 또 쓰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어느덧 시인은 이번 시집으로, 불투명한 공기로 가득 찬 도시 지붕 아래 미래의 창문을 하나 활짝 열어젖혔다.
2.
이안은 동시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부지런하다. 동시를 쓰고, 평론을 하고, 동시 잡지를 만들고, 다양한 자리에서 끊임없이 독자들과 만난다. 1990년대 말 이후, 우리 동시가 흥성기에 진입하게 된 요인들을 짚어 볼 때, 그의 동시에 대한 헌신과 눈부신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천천히 오는 기쁨』에는 이안의 동시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깊이 있는 동시집 해설을 통하여, 그가 ‘천천히 오는 기쁨’으로 예감하는 우리 동시의 미래가, 낯설고 새로운 감각과 형태로 더욱 풍성해질 것임을 일러 주고 있다.
3.
여기 반갑지 않은 삶의 불청객이 있으니, 급작스런 실직이나 몸의 발병이 그것이다. 최혜영의 시는 바로 그런 위기 속에서, 고단한 생활을 위무하고 절체절명의 아픈 몸을 다스리며 쓴 회복기의 노래이다. 시인은 아픈 몸을 가지 잘린 나무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회복에의 의지 또한 “‘월계수 한 그루 내 안에 들여놓았다”거나 “그 푸른빛 안에 오래 머무르련다” 등의 열망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식물적 상상력은 감각적이면서도 절제된 언어, 밀도 있는 주제 의식과 더불어 그의 시를 지탱하는 중요한 활력소이다. 시인은 이제 “와글와글 연두빛”에 둘러싸인다. 그것은 몸도 생활도 건강한 지점에 이르렀음을 가리키는 증표이자 시도 한층 깊어졌음을 의미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거기에,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한 땀 한 땀 수놓은 사모곡 시편들이 그의 시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하여, 그의 첫 시집을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캄캄한 삶의 터널을 통과해 다가오는 환한 빛의 꽃다발!
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31일 출고 
동시에서 일상적으로 보이는 고만고만한 비유와 말하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만의 어법으로 새로운 층위의 동심을 일깨우고 있다.
5.
박순원 시인은 ‘뉘엿뉘엿’ 시를 쓰고 ‘어리둥절’ 시를 쓴다. 그의 시는 기존의 말의 관습으로부터 자유롭다. “아무거나 써 놓고/시라고 우기는 정신/오직 그 정신만이/시를 만든다”고 선언한다(「시인의 말」). 다른 시인들이 시적(詩的)이라고 주장하는 대상과 의미에 몰두할 때, 그는 “아무거나”로 시를 “만든다”. 시 아닌 것을 써서 시의 외연을 확장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적 관심도 한곳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직장, 우주, 몸, 시사와 과학의 세계까지, 현실을 횡단하는 방랑의 기질로 삶의 안팎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풍자와 유머가 번뜩이는가 하면 다사다난한 일상의 풍경과 고단한 생활의 표정이 시 속에 오롯이 살아 있다. 그는 세상이 “더 강력한 비유 향기로운 비유 상쾌한 비유 참신한 비유”를 요구하고 있음을 안다(「비누」). 그러나 그것은 삶과 시에 있어서 그가 걷는 길이 아니다. 그는 오직 “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빠는 깊고 깊은 근원의 길만 걸을 뿐이다(「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빨아」).
6.
박주영 시인의 디카시 원고를 보면서 시인이 평소에 사진을 통해 그의 미적 감각을 세련되게 표현해왔음을, 말하자면 사진에 뛰어난 조예를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시적인 요소를 피사체 속에서 포착하여 효과적으로 사진에 담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시적 모티프를 한 컷 한 컷 매우 적절하게 사진 속에 담고 있으며 그것을 적절한 언어 표현과 융합하여 훌륭한 디카시로 빚어내고 있음을 본다.
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6월 3일 출고 
널리 알려진대로, 디카시는 이상옥 시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디카시’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최초의 디카시집을 펴냈을 뿐 아니라, 디카시론을 정립하여 이후 전개되는 디카시의 확산과 대중화의 초석을 놓은 것이 모두 시인의 일 이었다. 지금도 디카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여러 일을 도맡고 있으면서도, 시작업 또한 쉬지 않고 눈부신 성과를 얻고 있으니 이번 시집이 그 반증일 터이다. 시인의 디카시는 자연에서 포착한 순간이 많다. 시인의 고향인 고성의 장산숲이나 연화산 오솔길에서 사진을 찍고 문자를 생각하는, 디카시 작업의 즐거움이 오롯이 살아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시양식이 디카시라는 것을 이번 시집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어 반갑다. 디카시가 세상에 출현한지 17년, 디카시의 길에 중요한 이정표가 또 하나 세워졌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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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 시인의 시는 생활의 통점痛點을 잘 짚어낸다. 어두운 실내가 갑작스런 빛에 소스라쳐 놀라며 깨어나는 것처럼, 삶의 이면에 가려지거나 잠들어 있던 일상의 편린과 사물들이 짙은 페이소스의 그의 언어 앞에 그 고단하고 위태로운 내면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 곳곳에 나지막한 비명이 스며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것이 삶의 엄살이나 푸념으로 들리는 게 아니라 넘어진 현실을 일으켜 세우며 사물을 새롭게 호명하는 시의 기척으로 다가온다. 그의 시에는 “약육강식의 폐허”와 “좀처럼 오지 않던 희망들이/눈사태에 파묻힌” 절망의 날들도 있지만 “행복하다 말하며 글썽이는 강물”도 흐른다. 전자를 말할 때 그의 시는 예민하고 통렬하지만 후자를 말할 땐 한없이 다감해진다. 삶에 대한 성찰의 고삐를 한껏 그러쥐면서도 “힘껏 푸르게 살아가는 등”을 따듯하게 보듬는 시가 여기에 있다.
9.
환상성은 동시를 수직적 상상력으로 끌어올리는 역동적인 도르래다. 임수현은 이완된 언어의 관절에 힘을 불어넣으며 작품의 긴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열렬한 독자와 치열한 작품은 미래에서 만난다.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의 의의가 거기에 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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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감귤 하나의 저녁』은 웅숭깊은 이순의 노래이다. 시난고난한 삶의 씨줄 날줄에 초월과 갱생의 언어를 섬세하게 직조해 넣었다. ‘낡고 오래된 골목이 더 공손하고 따뜻하다’거나‘물은,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은 절대 욕심 내는 법이 없다’등의 빛나는 직관의 문양도 아로새겨 놓았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현실을 어루만지는 시인의 감회는 시편마다 절절하다. 특히 어머니와 아내와 고향과 소외된 이웃을 돌아볼 때, 그의 시는 풀을 먹여 널어놓은 옥양목처럼 환하고 꿋꿋하다.“낡은 근무복 윗주머니에 또렷이 새겨진/나의 오래전 명찰”은 단순히 지난 생활의 흔적이 아니라, 여전히 그의 시가 태어나는 장소이자 비상을 꿈꾸는 시적 갱신의 증표이기도 하다. 이제 시인도 이순의 나이를 지나면서 몸의 쇠락을 견딜 순 없겠지만, 외려 시는 더욱 강건해지고 있다. 시인의 말처럼, “노을빛 숫돌에 날을 벼리고/까만 하늘에 푸르게 별 하나를 그어 빛나게 할 수”있을까? 앞으로 그의 시는 그럴 것이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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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앗』은 김학성 시인의 첫 시집이다. 노년에 이르러 느지막이 낸 시집이 순하지 않고, 고단한 삶의 통점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긴장된 언어로 가득 차 있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시인의 생업인 농사일부터 가족과 이웃과 지인들의 허드렛일까지, 그들의 일상을 놓치지 않고 범상치 않게 시를 불러내어 그 시의 위의(威儀)로 누추한 현실을 보듬어 다독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시집에서 오래 눈길을 끄는 것은, 가족과 집안일의 애환을 노래한 시편들이다. 시어른들을 정성껏 모시고 넉넉지 못한 살림 속에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아내에게, 시인은 자신이 쓴“시집 한 권 들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 그 바람이 이루어졌으니, 시인이 살고 있는 미원의 너른 뜰이 더욱 환해질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시인이 이번 시집에 추억의 온기로 불러낸 여러 이름들에 다시 한 번 눈길이 간다. 생은 여전히 고되고 아름다우니, ‘띠앗’의 모닥불로 몸을 덥힌 후 또 한 시절을 건너가기를.
12.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백색은 색의 증발이자 부재이다. 또한 백색은 모든 색이 날아 앉기 전의 흰 바탕이고, 모든 색이 날아간 후의 흰 여백이다. 임봄 시인은 이번 첫 시집에서, 그 백색의 기원과 본질을 집요하게 탐구하고 백색의 이면과 모서리까지 꼼꼼하게 읽어낸다. 하여 그의 시로 호명된 백색의 이미지들은“입을 갖지 못한 말들”로 세상과 불화하기도 하고,“ 몽골에 두고 온 바람 천막”처럼 야생과 시원으로 펄럭이기도 하고, 어머니가“온통 흰색으로 물”드는 것처럼 회생과 긍정으로 차오르기도 한다.‘ 백색’의단일한주제에집중하는시인의고투도놀랍거니와, 이 표백 된 세계와 마비된 현실을 깨뜨리는 날카로운 언어의 기미와 징후들로 그의 시들은 충만해 있다. 백색이 시인에게 건너왔다가 다시 사물의 고유한 자리로 돌아간 후에도, 속삭이고 뒤척이는 언어의 존재들이 있으니, 귀 기울여 보라. 그것이 바로 임봄 시인의 백색어사전 !
13.
이강산의 시는 어둠을 문질러 돋아나는 싸라기별처럼 맑고 차다. 눈에 띄는 대로 “북향으로 새 乙 새 乙” 새겨진 그의 시 한편 읽어보니, 행간에 묻어놓은 적막과 삶의 기척이 꼭 반반이다. 그런데 “개도 모과도 문자도” “고드름 주렁주렁한 대설”뿐인 이 핍진한 세상, 대체 그는 어디서 이 도저한 그리움의 시들을 휘몰아오는 걸까. 그는 욕망이 지배하는 ‘속도’와 ‘직진’을 버리고 애써 ‘곡선의 길’을 걷는다. 돌아가는 것, 가다 멈칫하는 것, 가다 뒤돌아보는 것, 그런 머뭇거림과 더딤의 행보가 생이고 거기에 시가 있다고 믿는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모과’나 ‘동쪽 호수’도 그 길에 있겠고, 어릴 적 그가 “붉게, 맑게 기다리”던 그의 아버지도 필시 그 길을 다녔을 터. 그는 그런 삶의 허기를 놓치지 않고 찰칵, 시를 찍는다. 빼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흑백으로 사진을 찍고 거기에 시의 색을 입힌다. 그렇게 서정을 앉히고 풍경을 응축하는 그가 참 부지런하고 활달해 보인다. 언젠가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마당가에 쪼그려 앉혀놓고 ‘시’ 한 장 찍자고 할 때처럼.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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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천’이 조그만 가뭄에도 물이 마르는 도처에 흔한 개천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한소운의 시는 그런 건천의 마른 핏줄을 따스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물론 시에서의 건천은 경주 서쪽에 실재하는 이름난 지명이자, 시인의 고향쯤으로 짐작되지만, 이미 “흐름을 멈춰버린” 삭막한 불모의 ‘몸’에 다시 한 번 삶의 범람을 기원하는 시인 내면의 “어떤 간절한” 물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그의 시는 그것을 예감케하는 재생과 갱생의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그런 예감을 시로 맞이하기 위하여 사물을 낯설게 분장하거나 말을 크게 비틀지 않고 자신만의 선명한 목소리로 밀고 나아간다. 시의 ‘비단길’은 멀리 서역에나 있는 게 아니라 모래바람 불어오는 시정과 누옥에 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시는 막 돋아나는 초승달처럼 명징하여 밝음과 어둠이 고루 섞여 있는데, 밝은 쪽은 치자꽃 향기가 나고 어두운 쪽은 꽃눈썹 없는 무화과 그늘이 보인다. 이쯤에서 고백하건대, 나는 허락 없이 담장 너머 그의 시의 안뜰을 오래 불쑥불쑥 들여다보았던 것인데. 일찍이 시가 허방이란 걸 깨닫고, “헛꽃이란 이름에 마음 오래 빼앗긴” 이들이여, 여기 “어제의 어머니가 딸을 낳고 또 딸이 태어나는 물의 노래”를 들어 보시기를. 생의 건천과 삶의 범람 사이 도도히 흘러오고 흘러가는 신생의 시를.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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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석 시인이 명마(名馬)를 기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렇긴 해도, 그가 그의 말을 데리고 시詩와 생활을 얻기 위해 차마고도, 그 설산 험로를 넘어 다닌다 하기에, 그가 펼쳐 보이는 ‘룽다 휘날리는 시인의 마을’이 사뭇 궁금해지던 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그의 시집은, 소금과 차를 맞바꾸듯 생활과 서정이 서로 밀고 당기는 활달한 시의 교역으로 붐빈다. 또한, 그의 시에는 웅덩이 같기도 하고 항아리 같기도 한 해학과 능청이 스며 있어서 아무리 소리 내어 읽어도 소란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그의 시가 돋보이는 건, 곰삭은 말과 음악의 어울림이다. 시편마다 공후를 숨겨 놓았다. 그러고 보면, 시인에게 명마란 가쁜 호흡을 멈춰 정지하면 격(格)이 되고 갈기를 날리며 내달으면 율(律) 되어 멀리 멀리 퍼져나가는 천장고원의 노래가 아닐까. 아무튼 그에게 차마고도는 저물어가는 옛 교역로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운송하는 여전한 험로이다. 그 길에 나서야 ‘나무꾼의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시인의 그리운 ‘어머니’를 추억할 수도 있고, ‘금계리’도 갈 수 있고, 궁극으로 시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먼 길 떠나는 장문석 시인이 이끄는 신새벽 ‘마방의 워낭 소리’를 들어보자. 그의 시의 고삐를 단단히 쥐어 보자.
16.
사나운 폭풍에 얹혀 하늘을 날아다니는 집과 가족이 있다. 김성규 시에 따르면, 그들은 ‘폭풍 속으로의 긴 여행’ 중이다. “이 폭풍이 언제 멈출지는 아무도”(「폭풍 속으로의 긴 여행」) 모르고, 그들 또한 이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부터 언제 지상에 안착할지 기약이 없다. 지상은 구제역 같은 병이 창궐하거나 “백년 동안 쉬지 않고”(「만년설」) 눈보라가 날리는 참담한 곳이다. 그래도 지상에서 살 만한 곳이 있다면, 시인이 일찍이 노래한 바 있는 “독산동 반지하동굴”(『너는 잘못 날아왔다』) 같은 혈거(穴居)뿐이다. 그는 “땅속으로 파고들어간 방 한 칸”(「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에서 우울한 혈거인의 시선으로, 가난과 질병과 전쟁과 이념의 갈등으로 얼룩진 이 세계의 통증을 예리하게 구술한다. 한편 그는 이렇게 세계에 절망하면서도, 시간의 갱생과 삶의 구원처로서 여전히 가족과 고향의 신화를 믿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시에 처연한 아름다움과 절절한 울림이 있는 이유가 그런 것들이다. 아무튼, 그는 몸서리치도록 팽팽한 이 시적 긴장을 어디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까. 삶은 늘 구원자의 출현을 실망과 배반으로 바꿔놓지만, 독자로서 원컨대 “이마에 엷은 빛을 지닌 사내”(「파종(播種)」)가 이 세상에 다시 온다면, 부디 불길한 ‘예언자’가 아니기를. 그가 ‘피리’를 불 수 있다면 피리 소리로 이 세상의 고통을 모두 데려가기를.
17.
이정록의 시는 소리없이 귀로 웃는 시이다. 그는 애환덩어리 삶의 고단한 부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웃음의 파스를 척 갖다붙인다. 그의 시가 뻐근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한 이유가 그것이다. 나아가 그는 마른 붓(「갈대」) 한 자루로, 시인의 운명으로서 그가 살아내야 할 한 시절의 방언 속으로 오래 걸어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 그가, ‘어머니’를 ‘엄니’라 부르고, ‘엄니의 말씀’을 ‘시’라 말할 때, 그리고 그 엄니의 말씀을 시로 받아적을 때, 나는, 시인처럼, 충청의 중부언어로 시를 그렇게 맛깔스럽게 만드는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다. 아무튼, 생의 지극한 슬픔이나 고통을 익살로 불러내는 솜씨야 그의 타고난 재능이기는 하지만, “꽃이란 게, 향과 꿀을 퍼내는 출문이자 열매로 가는 입문이라”와 같은 시구의 「꽃살문」을 만나거나 “툇마루에 그림자 하나 앉혀놓고 눈으로 먹는” 「보리앵두 먹는 법」을 읽을 때면, 그 시를 밀고 가는 유려하고 단단한 힘에 다시 한번, 빙긋이,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집을 다 읽고 나서 가장 인상에 남는 시 중의 하나가 불우한 인생의 삼합을 노래한 「홍어」와 같은 시일 것이니, 이 시가 품고 있는 간결한 호흡과 여운과 여백의 시의 삼합이야말로, 이정록의 시가 홍어처럼 톡, 쏘는 맛을 내는 비결이라 하겠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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