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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강옥순

출생:1958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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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운명아, 덤벼라!>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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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정원은 집이라는 구역 안에 조성된 자연이다. 실제로 삶을 영위하는 현실적인 공간이긴 하지만 그림이나 시 속의 자연과 같이 사람의 마음과 손길을 통해 재창조된 예술작품이기도 하다. 대체로 정원은 사람들이 그리는 이상향을 담은 공간이라 할 수 있는데, 지역에 따라 시대에 따라 예술적 취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닌다. 이 책에서는 시인 묵객들의 단골 소재였으며, 지금까지도 전하는 대표적인 고전 정원의 모습을 통해 한국, 중국, 일본 정원의 특색을 짚어 보았다. 한국의 정원은 소박하고 은근하다. 거기에 무심히 안기면 그대로 편안하다. 돌확, 분재, 작은 폭포 등 아기자기한 경물들이 정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정원인 담양 소쇄원은 시와 그림이 넘쳐나는 곳이다. 오동나무에서 홀연히 날아오르는 산새의 날갯짓, 잔물결 일구는 연못 속의 물고기, 댓잎 부비는 소리, 물레방아에서 튕기는 물방울 소리, 계곡을 따라 흐르는 꽃잎은 무릉도원을 손짓한다. 중국의 정원은 몽환적이다. 인간의 의지대로 자연을 끌어들인다. 요소요소를 환상적으로 꾸며 놓아 한 바퀴 돌아 나오면 한 편의 소설을 읽은 느낌이 든다. 쑤저우의 주오정위안은 중국 4대 명원의 하나로 500년 역사를 자랑한다. 광활한 자연도 압도적이거니와 이곳에 인연을 둔 시인, 화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여서, 예술의 보물창고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의 정원은 절제미를 추구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교토의 료안지, 그곳에선 시간도 숨을 쉬지 않는다. 물결치는 흰 모래밭과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는 돌무더기만으로 완성된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이 책은 서해문집에서 아모레퍼시픽재단의 후원을 받아 펴내는‘아시아의 미’가운데 한 책이다. 이 시리즈는 아시아 문화예술 분야의 연구자들이 전문적인 내용을 쉬운 문체로 서술하고 많은 도판을 넣어 일반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2.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어릴 때 유난히 병치레가 잦은 데다 먹는 것을 싫어해 비리비리 말랐던 나는 걸핏하면 학교에 가지 못했다. 밭은기침을 큼큼 해대며 꽃밭에 쪼그리고 앉아 채송화 봉숭아를 동무 삼아 지냈다. 인생의 8할이 음지이던 그때, 국민학교 4학년 2학기 담임이던 호중식 선생님이 나를 양지로 끌어올렸다. 우리는 1학기 내내 거의 매일 신경질적인 여선생님에게 대나무 자로 손바닥과 종아리를 맞았다. 모두가 선생님이 떠나길 기도했을까, 기적적으로 2학기에 선생님이 바뀐 것이다. 선생님은 7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의 장점을 하나하나 발굴해 가며 보듬고 칭찬했다. 나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내 글이 교실 뒤 게시판에 붙은 날부터 밥맛이 돌기 시작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읍의 작은 학교인 수곡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함께 이루어 낸 기적의 이야기이다. 입학생 두 명에 전교생이 달랑 스물세 명인 학교에 부임한 교사들은 비새는 교실에서 두 학년을 번갈아 가르쳐야 했다. 전교생이 60명 이하이면 폐교 대상이라 시설 보수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사라질 것이라는 절박함이 학부모를 움직이고, 학교가 마을을 살릴 수 있다는 신념을 품은 교사들이 두 발 벗고 나섰다. 아이들에게 친환경 급식을 먹이고, 80여 종의 자격증을 취득한 교사들(일선 교사들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공부를 하는 줄 정말 몰랐다!)이 직접 특별활동 지도를 하면서 학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들을 보며 외지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이사를 오는 사람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수곡초등학교는 이제 전교생 100명이 넘는 혁신학교로서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기적의 학교가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글을 쓰신 돌문 선생님의 모습에 월남에서 막 돌아와 정말 시커맸던 호중식 선생님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분명 교육 현장에는 아이를 일으키고, 별처럼 빛나게 해 주는 선생님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여상, 이석문, 채형순, 변원섭, 이상호 선생님처럼.
3.
  • 베를리너 - 힙스터의 도시 베를린에서 만난 삶을 모험하는 몇 가지 방식들 
  • 용선미 (지은이) | 제철소 | 2017년 6월
  • 18,000원 → 16,200 (10%할인), 마일리지 900원 (5% 적립)
  • (2) | 세일즈포인트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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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 이 책의 전자책 : 12,000원 전자책 보기
후생가외(後生可畏)라, 20대의 젊디젊은 처자가 이렇게 옹골찬 글을 쓰다니... 어찌 후배들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학원을 마치기 전, 인생의 쉼표를 찍어 보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딱 석 달 다른 공기를 마시겠다고 온 곳이 하필이면 베를린. 그 베를린은 예술가의 길로 접어든 지은이를 그냥 내버려둘 무심한 곳이 아니었다. “바로 여기야, 여기”온몸의 감각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인생의 짐을 풀기로 한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요즘 유럽에서 가장 와글거리는 도시이다. 물가가 싸고, 도시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예술가를 위한 풍부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학생과 젊은이가 넘쳐나는 베를린에서 돈을 벌어 여유롭게 사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니, 무엇을 하든 즐기지 않으며 온전히 버텨내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베를리너들은 무엇이 되었든 ‘시도’한다. 자신을 격하게 혹은 느슨하게 실험하며 길을 찾아간다. 이 책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젊음을 모험하는 스무 명의 베를리너들을 담아낸 뜨거운 책이다. 영화, 역사, 음악, 종교, 건축, 패션, 음식, 디자인, 클럽, 갤러리, 파티, 소비 등 스무 가지 키워드로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통해 정말 다양한 삶의 양태를 보여 준다. 그들은 말한다. “스스로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는 순간 알게 돼. 결국 타인의 우려는 그들 자신의 두려움에 불과하다는 것을.” “요즘 정말 신나! 누군가가 내 옷을 입었을 때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면 좋겠어.” “하이라이트가 없어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게 우리 삶을 영화보다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 다시 한번 ‘후생가외’를 우물거리게 하는 베를리너들, 당신도 만나보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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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조선의 왕 숙종은 고양이를 무척 사랑했다. 죽어가던 길고양이를 거두어 금덕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그 새끼는 금손이라 불렀다. 금덕이가 죽자 숙종은 제문까지 지어 깊이 애도하고, 금손이를 더욱 아꼈다. 금손이는 늘 숙종을 따라다녔고, 수라상 옆에서 임금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살았다. 숙종이 세상을 떠나자 금손이는 먹이를 거부하고 슬피 울다가 얼마 후 죽었다. 왕비는 금손이를 잘 염하여 숙종의 능 옆에 묻어 주었다. 흠~ 이 정도면 애묘인의 사표(師表)라 할 만한데, 이 책의 저자는 애묘인의 대표라 불러야 하나? 이 책은 사람과 고양이가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등장인물(?)은 인간, 노란 고양이, 하얀 고양이 세 식구다. 인간은 고양이와 식물을 기르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노랑색 집고양이 장군이는 선물보다는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좋아한다. 그래서 큰 물건을 들고 옮길 때는 멀찌감치 돌아가고, 안아 올리기 전에 미리 신호를 해서 놀라지 않게 한다. 주전자의 김이 장군이 얼굴로 가지 않게 살짝 방향을 돌려놓는다. 마당에 사는 길고양이 흰둥이는 장군이에 비해 눈치를 많이 보고, 싸움을 잘 하면서도 외로움을 타며, 서운한 걸 마음에 두었다가 나중에 드러내는 성격이라 웬만하면 원하는 대로 받아 준다. 이 책을 낸 더불어책공장은 동물에 관한 책을 꾸준히 내는 작은 출판사다. 책을 통해 한 마리의 동물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동물 한 마리의 삶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판매부수에 연연하지 않고 책을 내겠다는 대표의 철학이 펴내는 책마다에 녹아들어 있다. 이 책은 출간을 기념해 한 권이 판매될 때마다 사료 300그램을 적립해 유기동물보호소에 기부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사료 300그램은 고양이의 사흘 치 식량이다.
5.
퍼블릭 아트가 뭐냐고? 5월 20일 토요일, 25만 명이 다녀갔다는 서울의‘7017길’이 바로 퍼블릭 아트, 공공미술의 대표적인 예이다. 곧, 공공장소에 놓여 있어 누구나 일상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모두의 미술’을 말한다. 굳이 화랑을 찾지 않아도 되고,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의 공공미술’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청계광장에 20미터의 높이로 우뚝 서서 위용을 자랑하지만, 그 안에 작은 샘을 담고 있는,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이다. 또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일 년 열두 달 망치질을 멈추지 않는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해머링 맨’도 빼놓을 수 없다. 해머링 맨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성실한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작품이 가장 크다고 하니, 작가가 업무 시간이 가장 긴 우리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고 만든 것일까? 뉴욕은 공공미술의 선두 주자이다. 건축물, 공원, 거리 곳곳마다 예술품이 넘쳐난다. 서울의 7017길도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벤치마킹하여 만든 것이다. 버려진 고가 철길에 풀과 나무들이 자생하는 걸 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철거하려는 시 당국에 맞서 공원으로 바꾼 것이다. 그곳에서는 연중무휴로 작가들의 설치미술전이 펼쳐진다. 예술의 힘은 위대하여 그곳 주변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힘입어 아름답고 활기 찬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뉴욕의 공원과 거리에는 퍼블릭 아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기관이 있어서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뉴욕 시의 문화예술정책을 바탕으로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가 어떻게 운영되고, 공공의 공간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기능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저자 권이선은 글 반, 사진 반, 뉴욕을 수놓은 멋지고 값진 설치미술 작품들을 선별하여 책에 빼곡히 담았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이니, 독서의 즐거움을 넘어 예술이 전하는 전율을 맛보게 될 것이다.
6.
참 유쾌하고 재미난 책이다. 익숙하거나 낯선 물건, 혹은 기발한 물건이 올망졸망 들어앉아 눈을 즐겁게 한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책을 펼쳐 들고 차례에 나오는 물건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맞춰 보았는데, 청년인 아들딸과 나의 숫자는 엇비슷하고, 남편은 거의 없다. 흠, 일에 파묻혀 사는 중년 남성의 비애렷다! “좋은 것만 누리기에도 인생은 짧다”라는 책의 카피를 가리키며 이렇게 살아 보자고 약속을 해 본다. 그렇다면 좋은 것이란 과연 무엇인가. 지은이가 경험하고 권하는 그 나름대로의 명품은 결코 가격표와 비례하지 않는다. 그의 기준은 쓰임새가 분명하며, 만듦새가 아름다워야 하고, 내구성이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세 가지가 충족된다면야 어떤 가격인들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거기다 세월이 흐르며 새록새록 정이 붙으니 아무리 물건이라 해도‘명품’이라는 말만으로는 무색하다. 신선한 생선으로 빚어 쫀득한 식감을 선사하는 어묵과 지리산 바람을 품은 참숭어 알의 풍미를 자랑하는 어란과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는 손막걸리로 배를 불리고, 증기 기관의 원리를 살린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 한 잔 빼들고 작업실로 간다. 완고한 고집으로 빚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오디오를 틀고, 선과 원으로만 이루어진 산뜻한 스탠드 조명을 켜고, 마법사 롤리 키보드를 두드리다 글발이 안 살면, 필기의 손맛을 살려 주는 연필로 써내려 간다. 초봄의 양광(陽光)이 작업실 안쪽까지 점령할 즈음, 밀착감이 뛰어난 스킨케어를 바르고, 두 눈을 입어 주는 파격적인 안경을 끼고, 20년을 한결같이 몸에 붙인 캐주얼 조끼를 입고, 고양이 발바닥의 감촉으로 사뿐사뿐 걷게 하는 신발을 신고, 연잎밥 먹으러 오래 된 동네를 찾아가는 소박한 호사에 한껏 느꺼워하는 만년청년 윤광준을 따라가다 보면, 새삼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행복에 젖어들 수 있으리라.
7.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페미니즘 책이 꾸준히 독자의 손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책은 문학 에세이이지만, 단언컨대 그 어느 페미니즘 책보다 강한 여성주의 메시지가 들어 있는 책이다. 책머리에 실린 강렬하고 압축적인 ‘저자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그 글을 인용해, 혹은 표절해 이 책을 소개한다.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 앞에서 두려운가? 안일한 타협 대신 ‘지금 여기’에서 혁명을 외친 로자 룩셈부르크를 만나자. 바깥일과 가사에 휘둘려 나를 잃어 가고 있다고 느끼는가? ‘집안의 천사’부터 죽이라던 버지니아 울프의 외침과 독재적인 가부장제에 틈을 낸 시몬 드 보부아르의 결단이 있다. 남들의 시선에 상처를 받는가? 서둘러 사랑하고 어제보다 오늘을 더 사랑하는 데 정열을 기울인 조르주 상드가 내 자신일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마음이 시린가? 잉크병 하나 감싸 쥐고 여성 작가를 용인하지 않는 세상의 오만과 편견에 맞섰던 제인 오스틴의 열정이 우리 가슴을 데운다. 너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은가? 네 뼈는 부러지지 않았으니 일어나 걸으라고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격려한다. 내면에 갇혀 답답한가? 매혹하는 모든 것을 향해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전력 질주한 프랑스와즈 사강은 두려움이 없었을까? 지독한 좌절과 고독 속에서도 ‘유리 천장’을 뚫고 날아오르길 열망한 실비아 플라스의 인생도 있다. 타인의 고통을 감싸 안는 수전 손택의 속삭임 ‘논 피앙게레(울지 마)!’는 명령형이 아니라 청유형이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 그녀는“세계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전진한다”는 괴테의 말을 실천하며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저자의 인생에 추동력이 되어 주었다는 이 열 명의 작가, 타인과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그녀들의 삶은 이 시대에도 끊임없이 영향력을 끼치는 펄펄한 에너지이다.
8.
  • 작품의 고향 - 한국미술 작가가 사랑한 장소와 시대 
  • 임종업 (지은이) | 소동 | 2016년 12월
  • 22,000원 → 20,900 (5%할인), 마일리지 630원 (3% 적립)
  • (15) | 세일즈포인트 :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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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우선, 독자들에게 호사를 선사하는 책이다. 책의 만듦새도 좋거니와 책 갈피갈피 보석처럼 박힌 그림들이 눈과 뇌를 즐겁게 한다. 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이렇게 넘치게 책에 넣어 편집하는 것은 복잡한 저작권 문제로 쉽지 않은 일이다. 역사와 지리, 작가론과 작품론을 잘 버무린 글의 구성도 탄탄해서 읽는 이에게 포만감을 준다. 작가들이 뿌리를 내린 터는 태어난 곳이든 흘러들어가 둥지를 튼 곳이든 마음에 새겨진 ‘고향’이다. 지은이는 치열하게 삶을 일구며 그 삶의 터를 작품에 투영해 온 작가들을 직접 만난다. 면면이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정선의 인왕산, 허련·허형·허건의 진도, 전혁림의 통영은 아름다운 산천을 담아내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해준다. 강요배의 제주도, 이종구의 오지리, 김기찬의 중림동, 황재형의 태백은 그림으로 읽는 인류학 보고서가 아닐까? 거기에 4·3항쟁이 있고 농부들의 그을린 얼굴이 있으며 골목을 달리는 아이들과 탄광에서 올라온 검은 사내들이 있다. 박대성의 경주, 서용선의 영월, 송창의 임진강, 오윤의 지리산은 불국사와 단종애사와 남북 분단과 산사나이들의 죽음이 묻어나는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이다. 이처럼 지은이는 작품 속의 장소에 담긴 역사와 설화를 풀어내며,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고하며, 작가의 땀내 나는 현장을 따듯한 시선으로 짚어낸다.
9.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노트북>이라는 영화에서, 제재소에서 땀 흘리고 돌아온 노동자 아들과 흰 머리 가득한 아버지가 블레이크, 에머슨, 워즈워스 등의 시집을 낭독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레마르크 소설에 등장하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포켓북을 놓지 않았던 청년들은 돌아가 각자의 조국에서 지성 집단을 이루었을 것이다. 애덤 니컬슨은 북대서양을 횡단하는 거친 모험 속에서 호메로스를 만났다. 몰아치는 파도와 맞선 극한 상황에서 학창 시절에는 따분함의 절정이었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다시 읽으며 그는 서양 문명의 원시림이었던 기원전 2000년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갔다. 저자는“호메로스는 누구이며, 그가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서양 문학이 탄생하고 문화가 태동되던 지중해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는 풍부한 사료 분석과 현장 답사를 통해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밝히는 한편, 호메로스가 어떻게 전파되고 어떤 과정을 겪으며 서양 정신의 토대가 되었는지를 낱낱이 추적한다. 판본의 상이점과 오역에 얽힌 긴 논쟁, 문학적 가치에 대한 상반된 평가 등이 우리가 다 아는 문학사의 주요 문인들의 입을 통해 생중계되는 구조가 참 재미있다. 그래서 이 책을‘올해의 책’으로 뽑은 《뉴스테이츠먼》은“마음을 설레게 하는 오묘한 책 하나가 호메로스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넓혀 준다. 페이지마다 과녁을 맞히는 뭔가가 있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나의 눈이 딱 머무른 문장은?“오디세우스는 지중해가 아니라 한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욕망을 항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들은 저 멀리 있는 창조자가 아니고 우리 안에 있는 요소들이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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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저렇듯 다정하게, 저렇게 고운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세상의 소란이 날마다 우리를 팽이질 쳐서 어지러운 나날, 물기 비치며 사알짝 한쪽 얼굴 내비치는 여린 순과 강아지의 순한 눈동자와 흐드러진 벚꽃과 다람쥐의 졸음과 화사한 밥상으로 우리를 위로하는 책이다, 『시인의 밥상』은. 지리산과 거제도 등지에서 누가 누구인지 모르게 뒹굴며 살지만 무뚝뚝한 나무껍질 비집고 올라오는 새싹의 굳은 등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올곧은 표정을 담아 우리의 마음을 일깨우는 책이다, 『시인의 밥상』은. 이 책은 분명 음식과 우정을 비벼 내는 에세이집인데, 나는 가족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글의 화자인 공지영 작가는 틈만 나면 고향인 지리산으로 내달리는 어리광쟁이 딸이고, 버들치 시인 박남준은 자애로운 엄마다. 마당과 뒤꼍을 오가며 구시렁대면서도 착실하게 주변 사람을 챙기는 최 도사는 아버지이고, 거제도의 큰손 J는 언니다. 전주의 은자 씨는 이모이고, 소설가 한창훈은 이웃이다. 사진작가, 영화감독은 친구이고, 그밖에 주변을 스치는 이 몇몇도 등장한다. 한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무서운’사람들이란 거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아무것도 욕심 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을 쓰는 1년 동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들과 함께했다.” 그 무서운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연이 주는 선물로 따듯하고 소박한 밥상을 차려 딸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달래 준다. 이 밥상에 우리 모두를 위한 수저가 놓인 것이 보이시는지.
11.
  • 여행자의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난 여행 같은 그림들 
  • 박준 (지은이) | 어바웃어북 | 2016년 10월
  • 16,800원 → 15,120 (10%할인), 마일리지 840원 (5% 적립)
  • (8) | 세일즈포인트 : 22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19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도쿄의 간다는 고서(古書), 신서(新書), 외서(外書)의 책가도(冊架圖)이다. 거리를 꽉 메운 책방은 저마다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원하는 책이 어디쯤 있을지 비교적 쉽게 가늠이 된다. 간다의 아침은 책방 뒤쪽 구석구석 자리 잡은 앙증맞은 카페들의 불빛과 함께 시작된다. 일찌거니 나와 앉아 신문을 보고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은 대개 나이가 지긋하다. 느긋한 그들은 책방이 문을 여는 순간 블랙홀로 빨려들듯 그곳으로 흡수된다. 책방은 금세 문전성시. 출판 일로 일본 출장이 잦았던 시절 종종 마주치던 풍경이다. 책 만드는 나는 늘 부러웠고, 늘 가슴이 뭉클했다. 『여행자의 미술관』은 내가 간다에서 느꼈던 그 뭉클함, 곧 본 것을 넘어 느끼고 기억하는 것을 담은 책이다. 그림을 해설하는 책이 아니라 바람처럼 떠도는 여행자가 길 위에서 만나는 그림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 길은 실로 넓고 길게 펼쳐진다. 파리 런던 뉴욕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시선은 예루살렘, 모로코, 잠비아, 쿠바, 인도, 베트남, 일본으로, 그리고 우리 주변의 일상 속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이 짧은 서평을 시작하면서 문득 일본의 책방 거리를 떠올린 건, 이 책에 담긴 일본 미술관들의 익숙한 듯 아닌 듯한 다양한 표정에 마음이 끌려서인 것 같다.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 나오시마의 지추미술관과 아이러브유 목욕탕,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나가사키 현립미술관, 구라시키의 오하라미술관과 아이비스퀘어, 삿포로의 모레에누마 공원이 빤히 건너다보이는 곳에서 어서 와 보라고 손짓을 한다. 올겨울의 짬을 여행자라는 자유로운 관람객에게 허락하자.
12.
  • 인디언의 속삭임 - 일 년 열두 달 인디언의 지혜와 격언 
  • 김욱동 (지은이) | 세미콜론 | 2016년 9월
  • 17,500원 → 15,750 (10%할인), 마일리지 870원 (5% 적립)
  • (1) | 세일즈포인트 :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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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을 하나의 둥근 고리로 생각했던 인디언의 속담이나 기도문은 부드러운 속삭임이다. “대지를 잘 보살펴라. 그것은 네 선조가 물려주신 것이 아니라 네 후손이 네게 빌려준 것이다.” “너의 가죽신이 눈 위에 행복한 발자국을 남기기를, 그리고 무지개가 항상 너의 어깨에 닿기를.”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나는 그대를 이끌고 싶지 않다. 내 옆에서 걸으라, 우리가 하나가 되도록.” 전쟁의 선두에 서야 했던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문은 준엄한 속삭임이다. “백인 형제들은 자신의 것만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바깥에 있는 것,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들을 사랑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인간이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슬레이와투스 족의 추장이었던 테스와노의 말이다. 인구가 1억 명에 달해 세계 인구의 20퍼센트를 차지했던 원주민들은 전쟁 기간 중 백인들의 총칼과 그들이 가져온 전염병으로 거의 궤멸되고 말았다. “나는 정착하고 싶지 않다. 대초원을 마음껏 떠돌아다니고 싶다.”키오와 족의 추장이었던 사탄타의 말이다. 전쟁 끝에 평화정책이라고 내놓은 인디언 보호 구역 지정. 그 구역이라 하는 것이 전체 국토의 2.3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북아메리카 보호 구역에 사는 인디언에게는 기초생활을 할 수 있는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그 정책은 오히려 일에 대한 의욕을 꺾어 단지 목숨만 연명할 뿐 그들은 하루하루 피폐해져 가고 있다. 과연 누가 누구를 보호하는 것일까? 이 책은 두 가지 속삭임을 적절하게 섞어 인디언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도와준다.
13.
레마르크가 <개선문>에서 그려낸 라비크라는 남자에게 반해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살았었다. 나치의 추격을 피해 파리로 숨어든 의사 라비크. 그는 뛰어난 수술 솜씨를 가진 데다 예술에 조예가 깊고 신중하고 용기 있는 남자였다. 무엇보다 그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메스를 잡는 휴머니스트였다. 이 책을 쓴 폴 칼라니티는 라비크를 닮은 현실의 사람이다.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일생을 보낸다면 연민을 베풀 줄 알고 스스로의 존재도 고양시킬 수 있으리라’는 신념으로 의사가 된 그는 휘트먼과 엘리엇을 입에 달고 사는 문학도이기도 하다. 환자를 대할 때 청진기보다 먼저 마음 문을 두드리는 사람, 여인과 친구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남자, 그래서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 그러나 그는 레지던트 막바지, 전공의 초빙을 앞두고 서른여섯의 나이에 폐암 말기라는 뜻밖의 선고를 받는다. 그는 한걸음씩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나는 계속 나아갈 거야.”라는 사뮈엘 베케트의 대사를 되뇌이며 죽어가는 대신 죽음에 이르는 날까지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환자 치료에 열중한다. 마침내 칼을 들 수 없게 되자 그는 펜을 들어 자신의 사명을 펼치다가 2년여 만에 죽음을 맞이한다. 책을 추천할 때 베스트셀러로 소문난 책은 ‘나 아니어도’ 하며 슬쩍 눈을 돌리기도 하는데, 이 책만큼은 아니다. 울림이 큰 책,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따라가는데도 가슴을 데워 주고 삶의 부피를 더해 주는 역설적인 책, 우리들의 10월 서재에 이 책이 놓이기를 기대한다.
14.
화려한 책이다. 생생한 음악이 흐르고, 그림이 빛을 발하고, 영화의 장면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음악가와 그의 시대를 집약한 음반 디자인의 미학은 특별 보너스다. ‘문사철(文史哲)과 인본주의라는 앵글로 음악에 접근하고자’했던 지은이의 의도는 성공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맞춤한 글 한 편 한 편에 역사와 문화와 음악가의 면모가 충실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더 클래식> 3부작 가운데 세 번째 책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에 16명의 작곡가가 만든 33곡을 다루고 있다. 앞의 두 책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음악을 주로 다루었는데, 이 책에는 프랑스의 사티,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체코의 야나체크, 스페인의 파야, 러시아의 프로코피에프, 미국의 거슈인, 아르헨티나의 피아졸라 등 다양한 나라의 음악가와 다채로운 음악 장르가 등장한다. 사티가 1893년에 작곡한 <벡사시옹>의 악보는 딱 한 페이지. 그런데 ‘이 모티브를 진지하고 부담스러운 자세로 840번 반복하라’는 지시가 붙어 있다. 이 기상천외한 음악은 1963년, 드디어 존 케이지의 도전으로 초연된다. 탱고는 밥벌이일 뿐이라며 클래식에 대한 열등감에 괴로워하던 피아졸라는 스승 나디아 불랑제의 ‘탱고야말로 너의 음악’이라는 일갈에 정신이 번쩍 든다. 밀란 쿤데라는 야나체크의 음악을 자신의 ‘미학적 유전자’라고 공언하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각색한 영화 <프라하의 봄>에 그의 피아노 곡을 추천한다. 음악과 더불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소살소살 들려주는 책, 쉽다, 재미있다, 그리고 충분히 지적(知的)이다.
15.
불멸의 작품을 남긴 위대한 화가들, 그들은 우리의 감성을 예술의 아름다운 경지로 끌어 올린다. 그들이 남긴 작품 앞에서 누군가는 찬탄하고, 누군가는 위로받고, 누군가는 인생의 화두를 발견한다. 그 그림들에는 화가의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평생 울지 않는 백조가 죽기 직전 토해 내는 아름다움과 슬픔이 농축된 단 한 번의 울음처럼, 화가들의 마지막 작품은 곧 그들의 묘비명이다. 이중섭의 마지막 작품은 ‘돌아오지 않는 강’이다. 같은 구도에 담아낸 봄, 여름, 가을, 겨울 연작이다. 광주리를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인의 얼굴은 표정이 없는데, 창가에 기대어 그녀를 기다리는 사내는 그리움에 애가 타는 모습이다. 작품 속에 남자와 여자가 같이 등장하건만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니... 그는 끝내 일본에 있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걸 예감했던 것 같다. 흑인 빈민가에서 태어나 거리의 ‘낙서화가’로 출발하여 ‘검은 피카소’라고까지 추앙받았던 바스키아의 예지는 섬뜩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은 해골에 올라탄 자신의 모습을 그린 ‘죽음과 합승’이다. 백인에게 ‘발견’되고, 백인에게 ‘소진’된 그는 아프리카로 가서 새로운 삶을 펼쳐 보려 했지만 약물 중독으로 죽음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 지은이는 마지막 작품을 매개로 화가들의 치열했고, 고단했고, 매서웠던 삶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특히 에드워드 호퍼, 에곤 실레, 케테 콜비츠, 프리다 칼로 등 근현대 화가들을 많이 등장시켜 현실감이 생생하다. 밀도 높은 글과 의미심장한 그림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16.
‘아름답다’라는 단어에서 아름의 어원은 무엇일까? 국어학자인 지은이에 따르면 아름은 ‘나’, ‘개인’을 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니, 자신의 가치를 잘 발휘하는 사람이 가장 보기 좋다는 뜻을 담고 있다. ‘최선을 다하다’에서 최선은 ‘열심’이 아니라 ‘가장 선한 것’을 뜻한다. 내가 지금 열심히 한다고 하는 일이 정말로 선한 것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말이다. ‘위기’는 어려운 상황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위험’과 ‘기회’를 합친 말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회가 더 많은 법이다. ‘인사(人事)’의 한자어를 풀면 ‘사람의 일’이라는 뜻이다. 예절이기 전에 사람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평생을 인사만 잘 해도 잘 살 수 있다. ‘동정(同情)’은 ‘그 사람과 같이 느끼다’라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 듯하여 안타깝다. 상대방의 처지에 동참하여 행동으로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것이 동정의 참뜻이다. 이처럼 지은이는 사랑, 아름답다, 외로움, 시간, 궁금증, 소중하다, 가짜, 미안하다, 배려, 잡초, 내일, 기억, 나쁘다, 예쁘다, 스승, 미소 등 우리가 일상에서 거의 매일 쓰는 60가지 단어의 어원을 살피고, 단어라는 씨앗에서 발아된 정신, 문화, 풍습, 교훈 등을 자신의 생각과 버무린 뒤, 그것을 정서(情緖)라는 보자기에 싸서 우리에게 듬뿍듬뿍 안겨 준다. 쉬운 글이지만 농익은 내를 유감없이 풍기는 글이다. 따듯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지은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이 젖어들기도 하고,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나무그늘에 누운 듯 편안해지기도 한다. 말이 주는 감동의 파장은 다양한 결을 갖는다. 사람은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얼굴의 모양새가 달라진다고 한다. 좋은 생각이 담긴 우리말의 고운 결을 따르다 보면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가리라.
17.
  • 슈베르트와 나무 -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와 나무 인문학자의 아주 특별한 나무 체험 
  • 고규홍 (지은이)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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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보는 한 남자와 사물을 사유하는 한 여자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나무 앞에만 서면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고규홍. 그는 십수 년 전 나무들이 부르는 소리에 문득 직장을 떨구고 방랑길에 오른 나무 인문학자이다. 피아노 앞에 앉아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감성을 수놓는 김예지. 두 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그녀는 장애를 뛰어넘어 유감없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젊은 피아니스트이다. 이 두 사람이 함께 나무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여행에 나섰다. “나무는 무엇인가요?” 고규홍의 물음에 김예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장애물이요. 반려견이 안내를 해 주어도 위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나뭇가지에 긁혀요.” 이렇듯 나무의 반대편에 서 있던 두 사람이 대학의 교정, 여주의 시골집, 천리포수목원 등을 오가며 백송, 능소화, 은행나무, 느티나무, 치자나무, 자귀나무 등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사유한다. 서른여섯 살에 비로소 나무를 만난 김예지는 느티나무의 이끼와 웅장한 생김새, 기운찬 생명력을 이야기한다. 앙증맞게 나왔다가 넓어지다가 얇게 마르면서 단풍이 드는 잎사귀에 대해서도 자세하다. 시각의 절대적인 힘에 의존해 나무와 소통해 왔던 고규홍은 하루하루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 나무에 다가서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시각이 자신의 장애였음을 고백한다. 잘 만났다, 슈베르트와 나무. 어느 봄날, 그가 말한다. “모든 생명체에는 오감으로 전해지는 신호가 있어요. 봄 햇살이 따스해지면 뿌리로부터 물을 끌어올리는 소리가 드러나요. 청진기를 대보면 사람의 심장에서 맑은 피를 밀어내는 쿵쾅거림과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어느 여름날, 그녀가 말한다. “피아노를 연주하다가 여리게 쳐야 하는 순간 자귀나무꽃의 부드러운 꽃술을 떠올렸어요. 제 음악을 통해 나무의 느낌을 전할 수 있는 생생한 이미지가 생겼어요.”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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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5월, 어머니의 다정함이 다정하게 물결인 양 바람인 양 가슴으로 스며드는 계절, 무대가 마련되고, 거기에 어머니들이 등장한다. 깃털보다 가벼워진 작가의 어머니 원정숙 여사. 답삭 안아 올리며 우니까 “얘야, 우지 마라, 그 많던 근심 걱정 다 내려놔서 그러니라.” 아이들 여럿 홀로 키워낸 그 어머니는 한 시절 모시적삼 구름처럼 차려입고 운동장을 성큼성큼 압도하던 눈부신 존재였다. 외할머니는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요술쟁이이다. 손녀의 스웨터를 짤 때는 바늘보다 더 납작하고, 꿀 달라고 조르면 저 높은 시렁까지 키가 쑥 늘어난다. 사과를 딸 때는 저 하늘까지. 그 품은 호수보다 넓으리. 터미널에서 만난 어느 어머니는 머리 위에 까마득히 짐을 올리고도 눈 가늘게 웃고 있다. 서울 사는 자식들 주려고 농약 한 방울 안 치고 기른 거란다. 길가에 앉아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어머니는 쪼글쪼글 우중충하지만, 그 앞에 놓인 바구니엔 무지개가 담겨 있고, 주홍빛 감 하나 머리에 앉아 인생을 밝힌다. 국화꽃 한 송이 그러안고 자식 앞세운 슬픔을 삭이는 지인의 어머니는 죽음이야말로 일상이라고 무언으로 가르친다. 결혼의 남루와 번잡에 가슴 베이며, 허공에 매달려 삼천 번도 더 두레박을 던져 보고 백만 번도 더 전쟁을 하며, 마흔 살에 비로소 자기 방을 찾은 윤석남은 어머니의 모습을 담고 싶어 그림을 그리게 되었노라 했다. 그리고 일흔여덟 지금까지 치열하게 여성, 여성을 화폭에 담고 있다. 작가의 사유가 담긴 32점의 드로잉과 자전적 에세이가 어우러진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60여 쪽의 얇은 책이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와 딸이 무대를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회에서 보고 느꼈을 뿐 만져 보지는 못했던 액자 속의 어머니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기대기도 하고 쓸어 보기도 할 수 있으니, 종이책의 효용이 바로 이런 게 아닐는지.
19.
‘서재’ 하면 곧 남자의 공간이 연상되는 환경에서, 여성 작가들은 어디에서 글을 썼을까? 박완서 선생은 아이들이 어릴 땐 식탁 주변을 맴돌며, 때론 방바닥에 엎드려 글을 썼노라 했다. 방송작가인 친구는 베란다 구석자리가 명당이었다 하면서, 마감에 쫓겨 안방 병풍 뒤에 모신 아버지의 주검 옆에서도 글을 쓴 적이 있다는 살벌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버지니아 울프처럼 일찍이 ‘자기만의 방’을 가진 여성 작가는 드물었다. 그래서일까, 110년이 넘는 노벨문학상 역사상 여성 작가가 14명에 지나지 않는 이유가. 글쓰기는 누가 뭐래도 고독하며, 고도의 몰입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 책은 서양의 여성 작가 35인의 그 치열한 작업 공간을 들여다보는 카메라이다. 저자 타니아 슐리는 편집자 출신의 작가답게 광범위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작가들의 개성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만 보아도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영감을 받을 것이다. 당당하다. 눈빛이 강하다. 그녀들이 앉아있는 그 공간의 무게와 밀도가 우리를 잡아당긴다. 가사(家事)를 거부했던 시몬 드 보부아르는 주로 카페에서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났다. 열아홉 살에 『슬픔이여 안녕』으로 일약 스타가 된 프랑수아즈 사강은 담뱃불로 탁자를 지져대며 타자기를 두드렸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토니 모리슨의 작업실은 가족들이 깨어나기 전의 식탁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글을 쓰지 않았다고, 여건을 핑계대지 말라고 준엄하게 말한다. 거트루드 스타인은 피카소, 마티스 등 당대 화가들의 걸작으로 둘러싸인 자신의 아틀리에가 작업실이었다. 화가들의 실험정신을 세례 받은 스타인은 화단의 큐비즘을 언어의 무대로 가져왔다. 이제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 누구의 글이든 실리는 시대, 당신은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 가운데 어느 유형인가? 카페? 술집? 피시방? 도서관? 식탁? 나만의 아지트? 근사한 서재? 어디서든 명작은 태어나리…
20.
그렇다, 책 제목에 고스란히 드러나듯이 이 책은 작품 해설서에 가까운 인문학 책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여행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권유하는 여행 안내서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느린 것 같지만 정확하고, 과거에 매인 것 같지만 창작의 힘’이 느껴지는 유럽의 내면을 작품의 무대를 통해 깊이 들여다본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는 마르셀 푸르스트의 관점으로... 히스꽃과 잡초가 우거진 하워스의 황량한 언덕을 오르면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아직도 그 추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건 아닐까. 베아트릭스 포터가 주변에서 마음껏 뛰노는 동물들을 관찰하며 ‘피터 래빗’의 캐릭터들을 만들어 낸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가면 지금도 오리와 고슴도치와 다람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나. 셜록 홈즈가 펄럭이는 옷자락을 여미며 골목을 돌아드는 모습이 떠오르면 런던 베이커 가로 가봐야겠네. '크리스미스 캐럴‘로 잊혀 가던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살린 찰스 디킨스, ‘반지의 제왕’으로 판타지 문학에 획을 그은 톨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이상한 오해를 받았던 루이스 캐럴, ‘햄릿’ 한 작품에만도 600여 개의 신조어를 만들어 쓴 셰익스피어, ‘행복한 왕자’의 오스카 와일드,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을 끝으로 글은 도버 해협을 건넌다. 그 다음 이어지는 작가는 카뮈, 모파상, 프루스트, 플로베르이다. 그리고 고흐, 세잔, 샤갈, 피카소, 모네가 그렸던 풍광이 펼쳐진다. 이 책은 구성이 살짝 아쉽다. 전체 20편의 글 가운데 5편이 화가를 다루었는데, 중간 중간 섞여 좀 서걱거리는 느낌을 준다. 모두 작가들로 채웠더라면 좀 더 주제 의식이 잘 드러나는 책이 되었을 것 같다. 잘 읽히는 문장은 장점이다. 화려한 수사를 절제하고 현재형으로 서술하는 편안한 문장이다. 사진의 어울림도 탁월하다. 사진 속 인물들이 순간순간 손을 내밀고, 사진 속 풍경에서 바람과 안개와 햇살이 묻어난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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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인구에 회자되는 명언들이 있다. 따듯한 격려의 말도 있고,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도 있고, 날카롭게 폐부를 찌르는 격언도 있다. 그러한 명구를 인용하면 말과 글의 수사력이 높아져 훨씬 깊이 있는 문장이 된다. 다음 문장은 어떤가? "어떻게 하늘을 사고 팔 수 있으며, 대지의 온기, 영양의 신속함을 사고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우리는 이런 것들을 팔고 당신들은 살 수 있다는 말인가?” 1854년 1월 10일, 총칼을 앞세워 밀고 들어온 워싱턴 주지사 앞에서 행한 인디언 추장 시애틀의 연설문 가운데 한 부분을 각색한 이 말을 가수는 노래로, 종교인은 설교로, 환경 운동가는 실천으로 그 의미를 끝없이 되살리고 있다. 한 편의 연설문이 독립선언서 못지않게 널리 인용되는 것은 ‘신성한 생명의 그늘’을 존중하라는 시애틀의 호소가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고, 뜨거운 영감을 불어넣기 때문일 것이다. 작고 단단한 이 책을 들고 숲으로 가 보자.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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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에세이는 무거운 수필, 미셀러니는 가벼운 수필이라고 가른다면 이 책에 실린 글은 에세이의 범주에 속한다. 에세이도 미셀러니도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쓰는 산문이라는 점은 같지만 에세이는 논리적이며 객관적인 수필이고, 미셀러니는 일상생활의 느낌이나 체험을 담는 주관적인 수필이다. 만필(漫筆), 만문(漫文), 상화(想華)라는 단어는 수필과 동의어인데, 글자의 뜻으로 나눠 보면 상화가 중수필에 가깝고, 만필과 만문이 경수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정진홍의 글은 붓이 가는 대로 쓰는 수필(隨筆)보다는 생각의 정점에 이르는 상화(想華)라는 단어가 더 근사하다. 상화로 가기 위해 그는 ‘끝없이 묻고 깊이 살펴 알고자 하는’ 학자의 운명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글은 맛을 느끼기까지 곱씹으며 읽어야 한다. 주제도 간단치 않다. 죽음에 대해 말한다. 삶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죽음에 대해 사색하라, 제대로 살아야 보람 있는 죽음과 만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사회에 대해 말한다, ‘어떻게 살 것이냐’ 보다는 ‘왜 사느냐’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젊은이들을 철저하게 타락시켜야 한다’는 꼭지가 범상치 않다. 학문에 대해 말한다, 책을 다 믿지 마라, 비학문적인 학문을 동경하라고 조언한다. 종교에 대해 말한다. 한편으로는 종교를 위한 종교로 세상을 철저히 외면하고, 한편으로는 물신주의의 세속으로 빠져드는 종교에 대해 깊이 성찰하자고 한다. 부동산 거간꾼이 아니라 집이라는 매개를 통해 복과 덕을 권유하는 복덕방 영감님 같은 성직자 상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촌철살인이다. ‘짧은 느낌, 긴 사색’을 위한 책 제목을 설명하는 프롤로그가 이 책의 백미(白眉)이다. “삶에서 생각을 비롯하게 하는 것이 바로 느낌입니다. 느낌이 사물을 지각하면서 그 지각에서부터 사색이 지각을 잇습니다. 느낌이 아무리 쉽고 편해도 이를 넘어서야 하고, 아무리 사색이 지루하고 힘들어도 이를 견디지 않으면 안 됩니다.” 느낌과 사색, 곧 감각과 이성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2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19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저기, 풍경이 있다. 울창한 숲이 있고, 맑은 물이 있고, 고색창연한 건물이 있고, 연꽃으로 수놓인 화려한 연못이 있다. 가끔은 안개가 아스라하다. 오른쪽 발이 벌써 앞을 향해 나간다. 든든한 다리(橋)가 저마다 다른 다리(脚)를 받치며 풍경 속으로 데려다 준다. 우리는 풍경을 향해 가느라 자신이 밟고 지나는 다리를 좀처럼 내려다보지 않는다. 온몸을 던졌던 풍경에 무젖다가 돌아 나올 즈음에야 비로소 건너야 할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다리는 다시 묵묵히 우리를 삶의 이편으로 데려다 준다. 저자는 유려한 붓놀림으로 문명의 구조물로 시작된 다리의 존재를 우리네 삶과 엮어 재해석하고 있다.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을 이어준 월정교, 춘향의 사랑이 서린 오작교, 이승과 저승을 이어 주는 승선교, 서울의 치수(治水)를 위한 수표교, 세종의 효심이 서린 살곶이다리, 고려의 운명을 바꾼 선죽교, 정선 아우라지의 슬픈 이별을 말해 주는 섶다리, 고해의 파도를 헤치며 해탈로 나아가는 능파교,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영도다리, 다리마다 구구절절 사연 없는 곳이 없다. 귀신사 홀어미다리의 주인공은 남편을 일찍 보내고 홀로 어린 남매를 키운 여인이다. 여인은 늘그막에 건넛마을에 사는 홀아비를 만나 정을 나누었다. 밤마다 사라지는 어머니가 이상해 뒤를 밟던 아들은 어머니가 정인을 만나러 오가는 길에 개울물에 옷이 젖는 것을 보고, 남몰래 다리를 놓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애틋한 마음을 알았을까? 훗날 이 사실을 알게 된 동네 사람들은 아들의 효심을 칭찬하며 홀어미다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20년의 연구와 10년 답사의 노고를 담은 이 책은 역사와 신화, 과거와 현재, 현실과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곳저곳 아롱다롱 매달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고 길을 나서면, 풍경에 섞여 있던 다리들이 어제보다는 좀 더 또렷하게, 좀 더 정답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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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18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부엌에서 어머니 수돗물이 되어 흐른다/ 설거지를 하는지 거품 처럼 톡톡 켜졌다가 터지는 울음소리를 튼다/ 한평생 궂은 일로 맥 빠진 눈두덩에 몇 방울의 미지근한 물밑 온도를 맞춘다/ 어머 니의 손은 늘 젖어 있었다/ 며느리라도 얻을까 하여 늙은 아들 잔주름에 기름진 밭 갈던 눈동자 속/ 오늘따라 수돗물 소리 괄괄 흐르고 / 아들은 아들대로 골방에 들어앉아 고장 난 보일러 소리를 낸다 - 이동호의 <어머니와 아들> 중에서 이 책을 잡는 순간 딱 이 시가 떠올랐다. 이동호의 시를 최정원이 산문으로 각색한 느낌이랄까. 7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이 사는 집의 풍경이다. 서울의 네 집 가운데 하나가 1인 가구라는데, 그래도 2인 가구이니 사람 사는 소리가 조금은 북적이려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3년, 모자는 이제 부부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살뜰히 서로를 챙긴다. ‘담배 피우지 마라’하면 ‘짠 젓갈 더 이상 먹지 마’하고, ‘술 좀 작작’하면 ‘콜라 좀 제발’로 대거리한다. 출근하는 아들을 배웅하고, 어머니를 위해 꽃을 산다. 이처럼 이 책은 어머니를 보듬는 아들과 그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아름다운 동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읽는 내내 가슴에 이슬이 내린다.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재미도 있지만 그 재미는 아픔을 딛고 일어선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아내도, 아이도, 싸가지도, 그 흔한 머리카락도 갖지 못한’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풍성한 밥상과 술상을 차린다. 툭하면 고장 난 보일러처럼 퉁퉁거리는 아들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견디어 내고, 사십대는 함께 걷고 있는 것이다. 커튼 가게를 운영했던 어머니 말순 씨는 똑똑하다. ‘왈순 아지매’처럼 억척스럽다. 춥고 비좁은 빌라를 팔고, 그 길로 아파트를 샀다며 아들 앞에 등기권리증을 흔드는 말순 씨, 이유는 ‘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란다. 몇 번의 사표를 쓰고 프리랜서 글 노동자가 된 아들은 비로소 책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서재다운 서재를 갖추고, 가장이 된 어머니는 규모에 맞추어 식단을 짜고 공과금 날짜를 맞춘다. 어떤가, 이 그림의 구도는? 이 땅의 말순 씨들이 아들들의 등대가 되어 주고 있지만, 그 말순 씨들이 언제까지? 아들들이 좀 더 든든한 동력을 갖춘 배에 올라타야 하지 않을까?
25.
  • 클래식 법정 - 당시의 법정 기록을 토대로 재조명한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 
  • 조병선 (지은이) | 뮤진트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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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수도 빈과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는 지금도 온통 모차르트다. 오스트리아 국민소득이 1인당 5만 달러에 이른다고 하는데, 모차르트로 인한 소득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정작 모차르트는 평생 가난에 쪼들리고, 묘지조차 남기지 못했건만... 이런 측은지심에 『클래식 법정』의 저자는 당시의 법정 기록을 펼쳐 보 이며 모차르트의 당시 수입이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왜 빚에 쪼들렸는지, 독살설과 연루되는 프리메이슨과의 관계가 어땠는지, 왜 무덤을 찾을 수 없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완벽한 사랑’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을 집요하게 반대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클라라의 아버지 비크였다. 월드스타로서 큰 인기를 누리며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는 딸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욕심은 두 사람의 결혼을 막는 소송으로 이어졌다. 명예를 짓밟히고 고통에 시달리는 중에도 슈만은 그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시켰으며 끝까지 사랑을 지켰다. 리스트는 ‘리스토마니아’라 불리는 열성 팬을 거느리며 당대에 환호를 받았던 음악가이다. 하지만 ‘세기의 사랑’이라 명명되는 카롤리네와 그의 순수한 사랑은 오랜 소송 끝에 그토록 원하던 결혼에 이르지 못하고, 평생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았다. 큰 자산가였던 카롤리네는 유언장에나마 ‘남편 프란츠 리스트’라고 쓰고, 전 재산을 리스트 재단에 상속했다. 법학을 전공하고, 전공에 못지않게 음악을 공부한 저자는 음악가에 얽힌 소송을 매개로 그들의 인생과 음악 세계를 해설한다. 법학자답게 과장된 속설은 명쾌하게 정리하여 오해를 풀어 주고, 음악가의 철학과 당시의 사회상이 어떻게 음악에 반영되어 있는지 안내한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저자가 직접 음악가들의 변호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게 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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