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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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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506권. 황혜경의 두번째 시집. 첫 시집 <느낌 氏가 오고 있다> 이후 5년간 쓰고 고친 63편의 시가 고스란히 담겼다. 시인은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당시부터 "2000년대 등장한 젊은 시인들의 단점과 아쉬움을 한 단계 극복하면서 그만의 정수"를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으며 독자적인 문법을 구축해왔다.
첫 시집에서 자발적으로 격리된 일인칭시점과 그것을 서서히 흩뜨리는 방식으로 성장과 소통의 기미를 보였던 황혜경은 이번 시집에서 좀더 극적으로 내향적이면서 동시에 외향적인 발화를 드러낸다. 시인 특유의 수동성을 벗어던지기보다는 그것을 위태롭지만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끊임없이 과거를 향해 다가서는 방식으로써 오히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시인의 말 : 황혜경은 쓴다. ‘쓰다’의 자의식은 아마도 황혜경의 시들을 떠받치는 가장 큰 동력일 것이다. 이러한 자의식을 통해 시인은 나의 삶과 언어를 동일자로 환원시키려는 질서 정연한 언어의 사슬을 헤치고 힘겹게 더듬더듬 시인의 내면에 깃든 개별자의 언어들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시인은 소통이 아닌 독백에, 맥락이 아닌 오차에, 단 하나의 언어가 아닌 모두가 주인공인 나의 몸들, 그 불완전하고 가변적인 언어들 위에 위태롭게 서 있으려 한다.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씌어지고 씌어지고 또 씌어진 언어들이 인간의 삶과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 아마도 황혜경의 시들은 이러한 자각을 전경화하는 지점에서 출발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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