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소개]
☞ 동아일보 2018년 1월 30일자 기사 바로가기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 유안진이
처음 같은 마음으로 펴낸 산문집!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이며, 그 자체가 시의 역사이기도 한 작가 유안진! 그는 고故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후, 50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에서 <지란지교를 꿈꾸며> 등 작품 다수가 여러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며,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 갖가지 상을 받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이다.
그러한 그가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의 전통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산문집 《처음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를 가톨릭출판사(사장: 홍성학 아우구스티노 신부)에서 출간했다. 이 책에는 여든에 가까운 현재까지 평생 동안 사색하고 통찰한 내용들이 저자 특유의 독창적인 표현과 유려한 문체로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기는 것이 지는 것이라는, 또 80세도 중년이라는 경쾌한 주장을 펼치고, 고약한 시어버지와 지혜로운 며느리에 관해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들었음직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사투리와 고유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기도 한다. 또한 잡초를 뽑다가 자신도 잡초란 생각이 들었다는 일화와 돌아가신 아버지에 관한 진솔한 고백으로 가슴 찡한 여운을 주기도 한다. 특히 저자가 전하는 이러한 이야기에 문학적 감수성이 가득한 전통적인 어휘와 개성적인 표현들이 더해져, 독자들은 순수 문학이 가진 글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모든 색이 다 모이면 검정색이 되듯, 우리의 모든 잘못들이 모이면 흰 치마도 검정색이 되지. 모든 때 얼룩도 다 가려 주고 숨겨 주지. 그래서 위로와 평화의 색상 모성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색상, 그래서 밤은 검은색이다. 한밤 잘 자고 나면 새로운 사기가 얻어지고 용기가 회복되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모성성을 대변하는 엄마의 검정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울고 나면, 모든 실패와 실수는 다 사라지고 새로운 나 자신으로 부활하게 된다. 그래서 신(神)은 밤을 만들어 주셨으리라. 신부님과 수녀님의 검은 수도복이 검정색인 까닭도 고해하는 교우들의 모든 때 얼룩을 다 받아 준다는 상징이 아닐까?
― 58~59쪽, ‘검정색 철학과 지는 게 이기는 것’ 중에서
등단 이래 처음으로 써 내려간 신앙 이야기!
저자가 “이때껏 나로 시를 쓰게 해 주신 하느님을 묵상한다.”라고 밝힐 정도로 《처음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에는 저자가 신앙인으로서 자신을 성찰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로서는 문단에 발을 디딘 이후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신앙에 관해 자세히 이야기한 셈이다. 이제까지 여러 저자들이 저마다 신앙 에세이를 써 왔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이 시인의 눈으로 쓴 신앙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만남이 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결코 훌륭한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가 경험한 크고 작은 일들이나, 소소한 깨달음에서 저자의 삶 중심에 하느님이 자리하심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들도 자신의 신앙생활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에 하느님이 어디쯤에 자리하시는지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성체를 바라보면서 하느님, 하느님! 당신은 나에게 누구이십니까? 무엇입니까? 어떤 존재이십니까? 하고 질문을 퍼붓다가, 나와 함께하시기 위해서 탄생해 주신 임마누엘의 하느님이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그래, 지금 여기서도 나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으로 탄생해 주신 분이다.
― 183쪽, ‘하느님은 나에게 어떤 분이신가’ 중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저자만이 가진 따뜻한 글의 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서 소중함을 잊기 쉽지만, 잠깐이라도 멈추어 생각해 보면 그 소중함이 가슴 넘치게 느껴지는 사람들, 바로 가족이다. 하지만 우리는 평소에 바쁜 일상에 치여 가족에게 소홀하거나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지는 않았는가?
이 책에는 저자가 전하는 가족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가 들어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오랫동안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잠겨 있던 마음을 풀려고 하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한편, 걸어다니는 고유어와 방언 사전 같던 어머니에 관한 일화에서는 저자가 문학가가 된 것이 정해진 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평생 친구이자 동반자로 금슬 좋던 남편을 잃은 절절한 슬픔을 이야기할 때는 눈물이 핑 돌다가도, 어린 손주들이 벌인 귀여운 사건에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이처럼 이 책은 에세이답게 일상, 그중에서도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문학적 감각으로 풀어내어 독자들의 가슴을 부드럽게 울린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늘 곁에 있어도 마음을 잘 전하지 못한 가족을 떠올리고 지금 바로 감사의 말 한마디,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질 것이다.
근데 아버님! 설탕하고 크림은요?라고 묻자, 제 엄마에게 아버님 아냐 할아버지야! 손녀는 짜증까지 냈고, 우리는 또 웃었고. 아버님 드세요, 드디어 커피를 드리자, 손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아버님 아니야. 할아버지야, 그치? 하며, 할아버지 무릎으로 기어오르며 울어 댔고, 그래그래, 할아버지야!라는 판정에 울음을 그친 손녀는, 제 엄마를 향해 핼금 눈을 꼴치며 의기양양해졌다.
이래서 집안에는 아이들도 있어야 하고, 이런 일상이 며칠 이어지고, 금방 떠나 버릴 것이 서운해지면서도 얼마나 행복하던지. 행복이란 거대한 무엇 아닌 바로 사소하고 유치한 일상생활 자체인데. 나도 한마디 했다 더 웃고 싶어져.
― 84쪽, ‘아줌마는 무슨 할머니세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