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숙희 (여성학자) : 딸이 말했다.
“엄마, 나는 결혼하지 않으려고요. 남과 가족처럼 지내는 게 힘들 거 같아.”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는 결혼해도 고양이만 키우려고. 애는 안 낳을 거야.”
그래 잘 생각했다. 나의 어머니도 결혼은 관두고 연애만 하고 살라 하셨다.
‘논마마’, 듣는 순간 시대정신이 느껴졌다. ‘이제 결혼을 넘어 출산이 선택의 문제, 곧 개인의 영역으로 이전되는구나. 칠거지악, 석녀, 불임클리닉을 넘어 최근 국가의 출산 지도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몸과 정신을 지배하려는 세상의 압력 속에서도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성의 진화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구나.’ 논마마를 통해 시대정신을 또 한 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