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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신불당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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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따뜻한 감수성으로 전통 서정시의 맥을 이어온 장석남 시인의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시인의 여덟번째 시집이자, 2017년 '창비시선'을 마감하는 뜻깊은 시집이다.
2012년 김달진문학상 수상작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한층 깊어진 시선으로 "가장 근원적인 인간, 가장 인간적인 인간, 가장 아름다운 인간이란 어떤 모습일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아늑한 서정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간결한 언어와 정밀하게 짜인 이미지가 어우러져 서정시의 진수를 보여주는 정갈한 시편들이 고요한 떨림으로 다가온다. 제1부•소풍 : 한때 그는 망명한 자였고 앓는 자였고 숨죽여 우는 자였으리라. 내가 그를 알기 전 일이다. 내가 아는 그는 술 퍼먹고 무언가를 묻는 자였다. 그의 질문은 사소하여 철학적이었다. 내가 읽은 그는 시 속에서 웅얼웅얼 답하는 자였다. 그의 대답은 절박하여 미학적이었다. 삶과 시를 오가며 그는 자해하듯 자문자답하는 자였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의 꽃겹 속에 갓 태어난 노인이, 노파의 얼굴을 한 연인이 있었다. 시인이 아닌 그를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이제 그는 꽃 밟을 일을 근심하는데 이미 밟아놓은 후다. 그는 죄지은 대장장이, 녹아도 사라지지 않는 쇠를 응시하는 자이다. 이토록 사뿐하고 육중한 몸의 문답이 있을까. 이토록 눈부신 울화가, 이토록 뉘엿뉘엿한 돌파가 있을까. 아무도 이 어눌한 생을 사할 수 없으리라. 그러니 영원히 쓰라고, 나는 근심스레 말한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7년 1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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