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재해 처리부터 안락사 허용 여부까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은 한국 사회에서 도대체 누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일까? JTBC 보도국장, 불과 얼마 전까지는 중앙일보의 ‘송곳’이라 불리던 명(名)칼럼니스트 권석천이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판결을 내리는 대법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저자는 현 대법원이 ‘보수사법’ ‘관료사법’이라는 이름으로 지탄받고 있지만, 한때 개혁의 희망을 보여주었던 시기가 있었음에 주목한다. 소위 ‘독수리 5남매’라 불리던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이 권위적인 법원에 활기를 불러오고, 그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있었던 시기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이어진 이용훈 코트(대법원, 2005~11년)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팽팽한 긴장 속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논증하고 설득해야 했다. 토론의 대상은 정부 국책사업부터 검찰 수사, 재벌 문제, 노동사건, 국가보안법, 언론보도, 긴급조치까지 종횡무진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문에는 그 어느 시기보다 많은 반박과 재반박, 재재반박의 논쟁 흔적들이 남아 있다. 저자는 이를 밝히기 위해 판결문을 샅샅이 뒤지는가 하면,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당시의 대법관들, 그리고 주변의 판·검사들을 적게는 수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 인터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