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 문고 시리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화려하게 데뷔한 무라카미 류는, 현재까지 백여 편에 이르는 책과 스스로 감독한 대여섯 편의 영화를 발표하며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소 속된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이십 대 때부터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는 ‘인세’ 탓에 경제적인 면에선 늘 부족함이 없었지만, 어쩐 일인지 쇼핑을 하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매사 시큰둥하고, 짐짓 꺼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도 무언가를 사는 일, 물론 패션에도 철저히 무관심했다. 남자는 쇼핑을 할 때 전쟁터에 나선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더니, 무라카미 류도 딱 그랬다. 그런데 쇼핑을 질색하고, 패션에 있어선 불한당 같던 무라카미 류가 변했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쇼핑의 재미를 하나하나 깨닫게 됐고, 자연히 패션과 자신의 외모, 태도까지 갈고닦게 되었다.
류는 맨 처음 어마어마한 인세를 받았을 때 평소 자신이 열망하던 고가의 스피커를 구입했다. 결국 그 일은 한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고, 따라서 분명 사치스러운 쇼핑이기는 했지만 결코 낭비는 아니었다. 그는 점점 나이를 먹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쇼핑 또한 인생의 일부고, 추억을 쌓는 중요한 계기며 해외에 나가서는 그곳의 문화 그리고 현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수단임을 깨우친다.
일본 문학 번역가. 에세이스트.
지은 책으로 『스타벅스 일기』 『번역에 살고 죽고』 『귀찮지만 행복해볼까』 『혼자여서 좋은 직업』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달팽이 식당』 『카모메 식당』 『시드니!』 『애도하는 사람』 『빵가게 재습격』 『반딧불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종이달』 『배를 엮다』 『누구』 『후와 후와』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라이온의 간식』 『숙명』 『무라카미 T』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