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6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소설 <태풍이 지나가고>가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이 작품은 저자 스스로 자신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를 소설화한 것인데,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자기 영화를 소설화해 오며 문학적 역량을 과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또 다른 역작이자 전문 작가 사노 아키라와 함께 빚어낸 새로운 결실이다.
동명 소설의 바탕이 된 [태풍이 지나가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이자 6번째 칸 국제 영화제 진출작으로 공식 상영 직후 관중으로부터 기립 박수를 이끌어 냈다. 더불어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가족 드라마'의 분수령일 뿐 아니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중 최고의 완성도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걸어도 걸어도]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작품이다.
그래서 [걸어도 걸어도]에 등장했던 료타와 도시코 모자가 다시금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아들과 어머니 관계로 그려지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물론 두 작품 사이엔 어떠한 연관성도,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지만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부부 등 얽히고설킨 가족 관계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종다양한 드라마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섬세하게 드러내 보여 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자신이 밝혔듯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그리고 소설 <태풍이 지나가고>는 "모두가 자신이 바랐던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라는, 지극히 통렬하지만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직면하게 되는 삶의 진실을 따뜻하고 슬픈 음성으로 들려준다. 매서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맑게 갠 하늘일지, 바람에 으스러진 쓸쓸한 풍경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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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