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데리다는 탈구축, 차연, 대체보충, 에크리튀르/파롤, 유령존재론 등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는 독자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데다가 철학적인 미세함과 문학적 수사가 뒤얽힌 독특한 문체를 구사하는 까닭에 난해함의 정점에 군림한 사상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게다가 미국 물리학자 앨런 소칼이 ‘포스트모던다운’ 용어를 여기저기에 사용한 엉터리 물리학 논문을 포스트모던 계로 추정되는 잡지에 투고해 게재된 후 그 논문이 엉터리였다고 폭로한 ‘소칼 사건’(1994)이 있었다. 이후 데리다를 포함해 포스트모던 사상가로 불리는 저자들은 그 철학적 엄밀성을 의심받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난해함을 연출’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는 포스트모던 사상이 1980~90년대의 지적 유행쯤으로 폄하되는 결과를 낳았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이러한 오해들이 반복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오히려 “데리다 같은 어려운 텍스트를 제대로 읽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데리다의 글은 플라톤, 헤겔, 후설, 프로이트,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레비나스 등 다른 사상가의 텍스트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많은 예비지식이 필요하다. 그만큼 마사키는 데리다가 탈구축의 대상으로 삼는 원래의 텍스트를 직접 읽고 그가 집요하게 분석하고자 하는 문구나 표현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수수한’ 독해를 시도한다.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에서 마사키는 데리다의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저서인 『정신에 대해서』와 후기의 저작인 『죽음을 주다』를 읽은 후, 초기 저작인 『목소리와 현상』, 『그라마톨로지에 대해』를 읽음으로써 데리다가 무엇을 비판하고자 했는지 그 사상의 맥을 잡는 데 집중한다.
최근작 :<현대 철학의 최전선>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을 읽는 시간> … 총 22종 (모두보기) 소개 :1963년 히로시마 현에서 태어났다. 도쿄 대학 종합문화연구과 지역문화연구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가나자와 대학 법학과 교수다. 대학원 시절 독일 만하임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법철학, 정치사상, 독일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사상가들의 복잡한 사유의 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어내는 작업으로 정평이 나 관련 강의와 저술 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변화를 위한 독립 이론지’ 《정황情況》의 편집위원이었다. 독일 근대 철학에서 영어권의 현대 자유주의 정치사상에 이르는 분야까지 여러 권의 해설서를 펴냈고, 그간 다룬 사상가만 해도 루소, 베버, 하이데거, 베냐민, 아렌트, 롤스, 데리다 등 수십 명에 이른다. 저술 작업 외에도 한나 아렌트의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칸트 정치철학 강의》,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인간 농장을 위한 규칙》 등을 일본 독자들에게 번역, 소개했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으로는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을 읽는 시간》,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이 있다.
최근작 : … 총 21종 (모두보기) 소개 :현대 정치철학 연구자이자 전문 번역가이며, 현대정치철학연구회 연구회원이다. 발리바르와 월러스틴의 공저 『인종, 국민, 계급』, 푸코의 콜레주드프랑스 강의록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5~76년』을 옮겼고, 『자기의 통치와 타자의 통치』『생명체의 통치에 관하여』 등을 옮기고 있다. 그 밖의 역서로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 『너무 움직이지 마라』 『이미지의 운명』 『푸코의 미학』 『목적 없는 수단』『세속화 예찬』 등이 있다.
서양 철학을 지배해 온 언어중심주의를
끈질기게 탈구축하는 데리다!
그의 사유에 성큼 다가가는 친절한 입문서
나카마사 마사키는 자크 데리다의 후기 저작을 통해 20세기 한때의 지적 유행으로 오해받아 온 그의 철학을 다시 제대로 읽고자 한다. 데리다는 『정신에 대해서』 (1987) 에서 헤겔과 하이데거를 연결하며 기원으로서 ‘정신’을 요구하는 서구 형이상학의 위험을 지적하고, 『죽음을 주다』(1997) 에서는 키르케고르, 파토츠카, 레비나스를 횡단하며 신의 ‘목소리’와 희생적인 죽음의 관계를 논한 바 있다. 언어중심주의가 서구 형이상학의 역사를 산출해 왔음을 밝히려는 데리다의 사상적 토대는 그의 초기 저작 『목소리와 현상』(1967) 과 『그라마톨로지에 대해』(1967) 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데리다의 사상과 문체를 관통하는 특징을 파악해 난해함을 공략한다. 이 책은 프랑스어, 독일어, 일상어의 어감과 신학적?철학적 함의, 숨겨진 어원의 관계까지 철저하게 파고들면서 텍스트의 종교적 배경, 문학, 예술, 역사에 이르는 관련 지식을 풍부하게 제시해 데리다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탁월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난해함의 정점에 군림한 사상가?!
수수한 독해로 데리다 사상의 맥을 짚다
자크 데리다는 탈구축, 차연, 대체보충, 에크리튀르/파롤, 유령존재론 등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는 독자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데다가 철학적인 미세함과 문학적 수사가 뒤얽힌 독특한 문체를 구사하는 까닭에 난해함의 정점에 군림한 사상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게다가 미국 물리학자 앨런 소칼이 ‘포스트모던다운’ 용어를 여기저기에 사용한 엉터리 물리학 논문을 포스트모던 계로 추정되는 잡지에 투고해 게재된 후 그 논문이 엉터리였다고 폭로한 ‘소칼 사건’(1994)이 있었다. 이후 데리다를 포함해 포스트모던 사상가로 불리는 저자들은 그 철학적 엄밀성을 의심받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난해함을 연출’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는 포스트모던 사상이 1980~90년대의 지적 유행쯤으로 폄하되는 결과를 낳았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이러한 오해들이 반복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오히려 “데리다 같은 어려운 텍스트를 제대로 읽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데리다의 글은 플라톤, 헤겔, 후설, 프로이트,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레비나스 등 다른 사상가의 텍스트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많은 예비지식이 필요하다. 그만큼 마사키는 데리다가 탈구축의 대상으로 삼는 원래의 텍스트를 직접 읽고 그가 집요하게 분석하고자 하는 문구나 표현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수수한’ 독해를 시도한다.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에서 마사키는 데리다의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저서인 『정신에 대해서』와 후기의 저작인 『죽음을 주다』를 읽은 후, 초기 저작인 『목소리와 현상』, 『그라마톨로지에 대해』를 읽음으로써 데리다가 무엇을 비판하고자 했는지 그 사상의 맥을 잡는 데 집중한다.
『정신에 대해서』, 『죽음을 주다』를 중심으로
데리다의 텍스트에 천천히 들어가다
일반적으로 자크 데리다의 사상은 현상학 비판과 문화인류학 비판, 푸코 비판을 기점으로 독자적인 개념과 방법을 산출한 초기, 마치 전위적인 문학 텍스트 같은 기발하고 실험적인 문체를 구사한 중기, 정치적?윤리적인 테마를 다루는 말기로 나뉜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해당하는 저작으로서 『정신에 대해서』(1987)를 중요하게 다룬다.
『정신에 대해서』에서 데리다는 ‘정신’이라는 단어를 실마리로, 서구 형이상학의 ‘근원’에 바짝 다가가서 새로운 지식을 세우려고 하는 하이데거의 주장을 따라가 ‘근원’을 둘러싼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데리다는 하이데거가 유럽의 문명을 떠받혀 온 ‘정신’이라는 말을 피해 왔다는 것에 주목하고, 하이데거가 나치 정권하에서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에 취임하며 한 ‘총장 취임 강연’에서 ‘정신’이라는 말을 사용한 사실을 조명한다. 유대-기독교의 ‘정신’과 하이데거의 ‘정신’ 사이를 어원적으로, 철학적으로 독해한 끝에, 하이데거가 아무리 서구 철학의 ‘정신’에서 벗어나고자 해도 유대-기독교의 속박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음을 드러낸다.
이어서 나카마사 마사키는 데리다 말년의 저작인 『죽음을 주다』(1997)를 읽는다. 『죽음을 주다』에서 데리다는 체코의 철학자 얀 파토츠카의 『역사철학에 관한 이도교적 시론』(1975)을 참고해 ‘책임의 주체’가 어떻게 생성되고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플라톤주의와 기독교에 의한 오르기아적인(원초적인) 신비의 이중적 억압과 결부시켜 논한다. 이에 덧붙여 키르케고르, 하이데거를 경유해 ‘책임’과 ‘타자’의 관계, 더 나아가 이 두 가지가 죽음과 맺는 관계를 검토하며 유대-기독교에 의해 뒷받침된 ‘책임’, ‘정의’를 비판한다.
『목소리와 현상』(1967), 『그라마톨로지에 대해』(1967)로 대표되는 데리다 사상의 출발점은 음성중심주의를 근저에서 떠받치고 있는 ‘써져 있는 것(에크리튀르)’을 둘러싼 문제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데리다의 윤리에 대한 고찰도 음성(파롤)과 써져 있는 것(에크리튀르)의 대립을 둘러싸고 전개된다고 본다. 여기서 ‘파롤’은 대상이 눈앞에 뚜렷하게 현실과 함께 나타나는 상태와 관련되며 ‘에크리튀르’는 로고스 및 체계화된 지식에 연결된다. 즉, ‘음성중심주의’란 파롤이 인간의 사고나 활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견해이며 데리다는 파롤/에크리튀르의 관계를 둘러싼 서구 사상 전반의 문제를 비판한다.
데리다는 『정신에 대해서』를 통해 기원으로서의 ‘정신’을 요구하는 형이상학의 위력과 위험을 논하고, 『죽음을 주다』에서는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파토츠카, 레비나스의 텍스트를 횡단하며 서양 철학에서의 많은 사상가들이 종교적인 계시와 죽음의 관계를 말하지만 그 계시는 ‘목소리’와 ‘생생한 현전’에 의해 성립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목소리’가 서구 형이상학의 역사와 정신의 운동을 산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왜 데리다를 읽어야 하는가?
포스트모던 사상의 비판적 의미를 되살리다
나카마사 마사키에 의하면 데리다는 ‘구어’가 ‘문장’에 선행하는 것이 자명해 보이는 이치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것은 눈앞에 생생한 ‘파롤’이 로고스적인 ‘에크리튀르’보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견해이다. 역사에서도 칸트, 헤겔을 위시한 현대 서양 철학은 아무리 살아 있는 인간적 현실에 밀착하고자 해도 그 시도가 난해한 글쓰기 행위로 나타나기 때문에, 파롤이 에크리튀르보다 인간에게 근원적인 것이며 이것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에 맞닥뜨려야 했다. 하지만 데리다는 음성중심주의의 전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에크리튀르’는 단순히 ‘파롤’로부터의 파생물이 아니라 ‘파롤’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마르틴 하이데거, 발터 베냐민, 한나 아렌트, 존 롤스, 칼 슈미트 등 많은 사상가들을 다뤄 온 만큼, 데리다의 텍스트와 다른 사상가들의 텍스트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틈을 노련하게 파고든다. 비록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이 데리다의 여러 저작들을 경유하고 있어 데리다 입문자에게는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데리다의 윤리사상을 담은 후기 저작을 초기 저작에 선행해 읽음으로써 데리다의 ‘음성중심주의’ 비판이 단지 언어학을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서양 철학을 떠받치고 있는 형이상학을 탈구축 하려는 노력임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이로써 그 악명 높은 난해함 때문에 데리다의 사상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일반인을 위한 고전 강독 lecture+text 시리즈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은 아르테가 소개하는 일반인을 위한 고전 강독 시리즈, ‘lecture+text’의 두 번째 책이다. 시리즈 로고의 타이포가 갖는 의미 그대로, 원전original text과 원전에 대한 해설lecture을 책 한 권에 담았다. 독자들에게 스스로 고전을 읽을 수 있는 힘을 불어넣고 그 방법을 안내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해석’보다는 ‘해설’에 무게중심을 두고, 사상가들의 복잡한 사유의 결을 훼손하지 않는 가운데 고전을 더 깊고 풍요롭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