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는 크나큰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를 강타한 권위주의 포퓰리즘의 득세와 그에 따른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극단적인 우경화 움직임에서부터 배타적 민족주의・국가주의와 외국인・소수자 혐오주의의 극성스러운 부활, 세계시민주의와 관련된 자유주의 가치와 이상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이르기까지. 갑자기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이들 눈에 크게 후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이 극적인 ‘퇴행’ 전환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과연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책은 그러한 ‘거대한 후퇴’의 뒤에 도사린 힘의 본질을 이해・분석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세계 최고 지식인과 석학 15인이 공동으로 참여한 기획의 성과물이다. 슬라보예 지젝, 지그문트 바우만, 아르준 아파두라이, 폴 메이슨, 판카지 미슈라, 볼프강 슈트렉, 에바 일루즈 등 다양한 국적의 저자들은 독창적이면서 열린 관점으로 다채롭게 문제에 접근한다. 이들은 현재까지 역사가 걸어온 과정과 예상 가능한 미래의 행보를 논하고, 이 퇴행 움직임에 대응할 길을 숙고하면서, 더 폭넓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현재 우리가 처한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한다.
머리말_하인리히 가이젤베르거
제1장 민주주의의 약화 _아르준 아파두라이
제2장 목표와 이름 찾기의 증상들 _지그문트 바우만
제3장 후기신자유주의에서 나타나는 진보 정치와 퇴행 정치 _도나텔라 델라 포르타
제4장 진보 신자유주의 대 반동 포퓰리즘: 홉슨의 선택 _낸시 프레이저
제5장 해방의 역설에서 자유주의 엘리트의 종말까지 _에바 일루즈
제6장 다수결주의의 미래 _이반 크라스테브
제7장 유럽은 피난처가 될 것인가 _브뤼노 라투르
제8장 자유에 대한 두려움 극복하기 _폴 메이슨
제9장 경멸 시대의 정치학: 계몽주의가 남긴 어두운 유산 _판카지 미슈라
제10장 담대한 용기 _로베르트 미직
제11장 탈문명화: 서양 사회의 역행에 대한 고찰 _올리버 나흐트바이
제12장 세계 경제 위기에서 후기자본주의 반대 운동까지 _세사르 렌두엘레스
제13장 강요된 후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종말의 서막 _볼프강 슈트렉
제14장 친애하는 융커 위원장에게 _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
제15장 포퓰리스트의 유혹 _슬라보예 지젝
주
첫문장
우리 시대의 핵심 질문은, 세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는 현상과 자유민주주의가 일종의 포퓰리스트 권위주의로 대체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르 몽드 (프랑스) : 오늘날 세계화는 금융이 전 지구를 지배하고 각 국민국가들이 시장에 주권을 넘겨준 것과 동의어로 쓰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전 세계 수많은 임금노동자에게 세계시민이 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다.
리베라시옹 (프랑스 일간지) : 이 책은 거대한 후퇴의 시대를 살아가는 석학들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국경을 초월한 그 공동 노력은, 단절된 세상의 전 지구적 해악을 진단하기 위한 작업이다.
누벨 옵세르바퇴르 (프랑스 주간지) : 1989년 ‘세상의 붕괴’ 이후에 태어난 ‘세계의 붕괴’를 기록한 훌륭한 작품.
리르 (프랑스문예지) : 정확하고 독자가 접근하기 쉬운 언어로 앞으로 다가올 주요 정치 과제들을 정확히 짚어낸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독일 대표 일간지) : 진보 시각의 스펙트럼을 최대치로 보여주고 있다.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 : 우리는 과연 어디에 서 있는가? 이 책은 바로 이 점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도이칠란트푼크 (라디오 방송) : 이 책은 포퓰리즘의 배경과 확산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여러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쿨투르부흐티프스 : 세계적인 ‘거대한 후퇴’의 원인과 탈출구, 민주주의의 대안에 대한 국제적인 수준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타게스슈피겔 (Tagesspiegel) : 현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최고의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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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17년 7월 6일자
최근작 :<거대한 후퇴>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독일 바이블링엔 출생. 출판편집인. 2006년부터 독일 주르캄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작 :<거대한 후퇴>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이탈리아 카타니아 출생. 정치학자. 피렌체 고등사범학교에서 사회운동연구소 소장 및 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긴축 시대의 사회운동(Social Movements in Times of Austerity)』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을까?(Can Democracy Be Saved?)』 등이 있다.
최근작 :<좌파의 길>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99% 페미니즘 선언> … 총 118종 (모두보기) 소개 :미국의 정치철학자, 사회이론가. 뉴욕 뉴스쿨의 철학․정치사회이론 담당 교수로 있다. 독일 비판이론의 영향을 크게 받은 프레이저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계급과 젠더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펼쳤다. 국제적으로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신자유주의가 확고한 지배 이념으로 자리 잡은 1990년대에 착수한 ‘정의’론 작업이었다. 그는 ‘분배’에만 초점을 맞추는 존 롤스식 정의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1970년대 이후 급속히 발전한 여성운동, 흑인운동, 성소수자운동 등이 제기하는 또 다른 정의관, 즉 문화적 정체성의 ‘인정’을 중심에 둔 정의관을 적극 수용해 이 둘의 공존과 상호작용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의론을 제시했다. 이러한 그의 정의론은 악셀 호네트와 벌인 논쟁의 기록 《분배냐, 인정이냐?》에 잘 나타나 있다.
이후 프레이저의 정치사회이론은 부단히 진화했다. 그는 정의의 또 다른 축으로서, 분배와 인정의 측면에서 불의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적 ‘대표’의 측면에서 만인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삼차원적 정의론을 발전시켰다. 또한 지구화 시대에 정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적인 공론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화 시대의 정의》는 그의 이러한 정의론 작업을 결산한 저작이다.
경제 위기와 극우 포퓰리즘의 창궐, 기후 급변 등으로 어지러웠던 2010년대에 프레이저는 이제까지의 이론적 토대 위에서 다른 어떤 사회이론가보다 더 맹렬히 현실에 개입하면서, 신자유주의 이후의 대안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그는 정체성 정치만 강조하며 분배 요구를 등한시한 사회운동들을 비판했고, 최근 극우 포퓰리즘이 상당수 대중에게 대안으로 선택받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음을 통렬히 지적했다. 특히 페미니즘의 대중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비판적 지지’ 식의 낡은 틀에 갇혀 있는 여성운동을 향해 자기 성찰과 노선 전환을 촉구했다. 그 결실이 《전진하는 페미니즘》 《99% 페미니즘 선언》(공저) 같은 저작들이다.
또한 그는 무엇보다도 사회운동과 좌파정치 전반이 환골탈태해야 함을 역설했다. 2020년 미국 대선 직전에 펴낸 팸플릿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에서 그는, ‘진보적 신자유주의’는 극우 포퓰리즘이 발호하도록 만든 원흉이기에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즉, 극우 포퓰리즘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의 동맹에 바탕을 둔 ‘진보적 포퓰리즘’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운동, 여성운동, 생태운동, 흑인운동 등이 굳건한 동맹을 발전시켜야 할 근거를 ‘자본주의’라는 토대 자체에서 찾아내려 한다. 다만, 이 ‘자본주의’는 더 이상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야기하던 그 ‘자본주의’와 같지 않다. 자본-임금노동 관계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더 복잡한 제도적 실체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책 《좌파의 길: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에서 드디어 프레이저의 새로운 자본주의관은 그 전모를 드러낸다.
최근작 :<모방 시대의 종말> ,<거대한 후퇴> … 총 30종 (모두보기) 소개 :정치학자. 불가리아 소피아의 자유주의전략연구소장이며, 오스트리아 빈의 인문과학연구소(IWM) 종신 펠로(fellow)다. 저서로 《변화하는 집착(Shifting Obsessions)》(2004), 《불신을 믿는다(In Mistrust We Trust)》(2013), 《무너진 민주주의(Democracy Disrupted)》(2014), 《유럽 이후(After Europe)》(2017) 등이 있다.
최근작 :<존재양식의 탐구>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녹색 계급의 출현> … 총 18종 (모두보기) 소개 :프랑스 철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를 아우르는 학제적 조류를 이끈 과학기술학(STS)의 대가이며, 근대성 비판과 인간중심주의 해체에 토대를 둔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제시한 독보적인 사상가다. 대표 저서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홀베르상과 교토상을 받았다.
1947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아프리카에서 인류학 현장 연구를 경험하며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인류학 연구로 학문적 관심을 넓혔다. 파리 국립광업대학, 런던 정치경제대학, 하버드 대학, 파리정치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라투르가 현대사회와 과학기술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행위자-연결망 이론’(ANT)은 혁신적인 사회이론으로 평가받으며 지리학, 경제학, 생태학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22년 7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첫 저서 『실험실 생활』에서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판도라의 희망』 『자연의 정치』를 거쳐 『사회적인 것의 재조립』 『존재 양식의 탐구』에 이르기까지 숱한 문제작을 펴냈다. 말년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공지식인으로 활동했으며,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녹색 계급의 출현』 등의 저작을 통해 신기후체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깊이 탐구했다.
최근작 :<거대한 후퇴> ,<포스트자본주의 새로운 시작> ,<혁명을 리트윗하라> … 총 878종 (모두보기) 소개 :영국 리 출생. 방송인이자 저널리스트. BBC와 채널4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가디언」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포스트자본주의: 새로운 시작(Postcapitalism: A Guide to Our Future)』 『혁명을 리트윗하라(Why It’ Kicking Off Everywhere: The New Global Revolutions)』 등이 있다.
최근작 :<분노의 시대> ,<거대한 후퇴> ,<제국의 폐허에서> … 총 54종 (모두보기) 소개 :인도에서 대학 졸업 후 히말라야의 산골 마을에 들어가 수년간 독서로 소일하던 한 젊은이가 근대 서구와 아시아의 만남을 대단히 독창적인 관점에서 제시하며 지성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공적 지식인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인물, 판카지 미슈라다. <블룸버그 뷰>, <뉴욕 타임스 북 리뷰>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뉴요커> 등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영국 왕립문학학회 회원이며,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분노의 시대>에서, 미슈라는 서구의 근대화가 나머지 세계, 특히 아시아에 미친 영향과 반응이라는 자신의 관심사를 더욱 깊고 세밀하게 파고든다. 이 책에서 미슈라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범람하고 있는 편집증적 증오의 원인을 이슬람 근본주의에 돌리는 서구인들의 지배적인 견해를 일축한다. 그러한 감정은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의 사고 속에서 잉태되어 근대 유럽에서 수없이 발현되었고,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분노의 거대한 물결은 19세기 유럽이 이미 겪은 과정을 비극적으로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슈라에 따르면, 분노의 씨앗은 이미 계몽주의의 사고 속에 뿌려져 있었다.
주요 작품으로 <제국의 폐허에서: 저항과 재건의 아시아 근대사From the Ruins of Empire: The Intellectuals Who Remade Asia>, <거꾸로 가는 나라들Temptations of the West: How to Be Modern in India, Pakistan, Tibet, and Beyond>, <고통의 종언: 세계 속의 부처An End of Suffering: The Buddha in the World>, <루디아나의 버터 치킨: 인도 작은 마을로의 여행Butter Chicken in Ludhiana: Travels in Small Town India>, <로맨틱한 사람들The Romantics> 등이 있다.
최근작 :<거대한 후퇴> ,<고장난 자본주의> ,<좌파의 생각은 어떻게 상식이 되었나> … 총 30종 (모두보기) 소개 :오스트리아 빈 출생. 저널리스트. 「타게스차이퉁」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프로필」 「팔터」 등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언론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09년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수여하는 ‘언론방송인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고장 난 자본주의(Kaputtalismus)』 『좌파들의 반항(Genial Dagegen)』 등이 있다.
최근작 :<거대한 후퇴> … 총 17종 (모두보기) 소개 :스페인 지로나 출생. 사회학자이자 저널리스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셜포비아(Sociophobia)』 『불량 자본주의(Capitalismo canalla)』 등이 있다.
최근작 :<조종이 울린다> ,<거대한 후퇴> ,<뉴레프트리뷰 6> … 총 68종 (모두보기) 소개 :독일 렝에리히 출생. 사회경제학자. 쾰른 막스플랑크사회연구소 명예소장을 지냈다. 비교정치경제학을 바탕으로 ‘제도의 역사적 변화’를 연구하고 있으며, 영국 학술지 「뉴레프트 리뷰」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시간 벌기(Gekaufte Zeit)』 등이 있다.
최근작 :<거대한 후퇴>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 … 총 39종 (모두보기) 소개 :벨기에 브뤼헤 출생. 고고학자, 역사학자, 저널리스트. 대표작 『콩고(Congo: The Epic History of a People)』로 2010년 ‘아코 문학상’, 2012년 ‘메디치 상’ 등을 수상했다. 「르 몽드」 「라 레푸블리카」 등의 신문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Tegenverkiezingen)』 등이 있다.
최근작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 ,<유토피아> ,<환상이라는 전염병> … 총 519종 (모두보기) 소개 :현대 철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자,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꼽힌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류블랴나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파리8 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컬럼비아 대학교, 프린스턴 대학교, 파리8 대학교, 런던 대학교 등 대서양을 넘나들며 세계 주요 대학에서 강의했다. 2017년 현재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냐 대학교 사회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급진적 정치이론, 정신분석학, 현대철학에서의 독창적인 통찰을 바탕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꿰어내며 전방위적 지평의 사유를 전개하는 독보적인 철학자다.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과 그와 대비되는 독특한 유머 감각 때문에 언론에서는 “문화 이론의 엘비스 프레슬리” “지적인 록스타”라고 불린다. 스스로 “정통적인 라캉주의적 스탈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며, 사그라진 ‘혁명’에 대한 논의에 끊임없이 불을 붙이고 있다.
라캉과 마르크스에 대한 저자만의 관점을 담아내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첫 책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을 시작으로『신을 붙쾌하게 만드는 생각들』『새로운 계급투쟁』『매트릭스로 철학하기』(공저) 등 다수의 저작을 펴냈으며, 단순한 지식인이나 학자라기보다는 실천하는 이론가로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작 : … 총 10종 (모두보기) 소개 :덕성여자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전공했다. 외교통상부 및 코스타리카 대사관에서 애널리스트 및 외사 경찰로 근무하였다. 옮긴 책으로 『아인슈타인, 비밀의 공식』『아내는 부재중』 『그 따위 자전거는 필요 없어!』 『비밀의 만찬 1, 2』 『최후의 만찬 1, 2』 등이 있다.
최근작 : … 총 30종 (모두보기) 소개 :대학에서 불문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불번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내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 보세요』, 『바보의 세계』, 『오징어 게임 심리학』, 『지옥』, 『숲속의 철학자』 등이 있다.
최근작 : … 총 82종 (모두보기) 소개 :조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질랜드 유니텍대학교에서 관광과 레저를 전공했다. 오랫동안 잡지사의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장에서 터득한 지식과 노하우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우리말로 옮겨왔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 <우리 강아지, 이럴 땐 어쩌죠?>, <디렉터 딜레마>, <최강 프레젠테이션 기술>, <감정활용의 기술> 등이 있다.
최근작 : … 총 25종 (모두보기) 소개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와 다름슈타트대학교에서 공동으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다양한 분야에서 통번역 활동을 해 왔으며, 현재 출판 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 『공감하는 유전자』 『모멸감, 끝낸다고 끝이 아닌 관계에 대하여』 등이 있다.
전 세계에 휘몰아친
민주주의의 위기와 포퓰리즘의 득세
이 대격변의 시대에
역사는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세상은 왜 후퇴하고 있는가? 대중은 왜 포퓰리즘에 열광하는가?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며 펼쳐나가는
혜안과 통찰의 현장에 동참한다!
최근 세계는 크나큰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를 강타한 권위주의 포퓰리즘의 득세와 그에 따른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극단적인 우경화 움직임에서부터 배타적 민족주의・국가주의와 외국인・소수자 혐오주의의 극성스러운 부활, 세계시민주의와 관련된 자유주의 가치와 이상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이르기까지. 갑자기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이들 눈에 크게 후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이 극적인 ‘퇴행’ 전환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과연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책은 그러한 ‘거대한 후퇴’의 뒤에 도사린 힘의 본질을 이해・분석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세계 최고 지식인과 석학 15인이 공동으로 참여한 기획의 성과물이다. 슬라보예 지젝, 지그문트 바우만, 아르준 아파두라이, 폴 메이슨, 판카지 미슈라, 볼프강 슈트렉, 에바 일루즈 등 다양한 국적의 저자들은 독창적이면서 열린 관점으로 다채롭게 문제에 접근한다. 이들은 현재까지 역사가 걸어온 과정과 예상 가능한 미래의 행보를 논하고, 이 퇴행 움직임에 대응할 길을 숙고하면서, 더 폭넓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현재 우리가 처한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한다.
『거대한 후퇴』는 오늘날 전 세계에 몰아닥친 자유민주주의와 세계시민주의에 대한 이 전례 없는 도전에 맞설 최선의 방책을 찾고자 하는, 최근 역사의 흐름을 우려하는 모든 이들에게 크나큰 가치를 지닌 중요한 공론장이 되어줄 것이다.
불신과 두려움, 분노와 적개심에 휩싸인 대중이 선택한 길, 권위주의 포퓰리즘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어 탈퇴 찬성으로 결정 났다.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사이 프랑스 니스에서는 끔찍한 테러가 일어났고, 터키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불발되었다. 브렉시트로 대표되는 국가주의의 부활과 트럼프로 대변되는 포퓰리즘의 거센 물결이 전 세계를 뒤흔들어놓았다. 물론 이 두 가지 사례가 전부는 아니다. 러시아의 푸틴,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폴란드의 안드레이 두다는 권위주의 선동 정치가로서 정권을 장악한 국가・민족주의 포퓰리스트의 전형이다. 여기에 극우 정당인 프랑스의 ‘국민전선’,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 오스트리아의 ‘오스트리아 자유당’과 극우 단체인 미국의 티파티, 독일의 페기다(서양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 유럽인), 영국의 영국수호동맹, 프랑스의 정체성연합, 이탈리아의 카사파운드도 있다. “이런 국가들의 총인구는 세계 인구의 거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한 저자는 지적한다.
마치 전 세계 시민 대중 대다수가 불신에 휩싸인 채, 두려움에 떨면서, 분노와 적개심을 한꺼번에 폭발시키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때로는 투표로, 때로는 직접적인 저항운동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거나 관철해내고 있다. 그리고 포퓰리스트들은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또는 이들의 지지를 결집하여 먹고살면서 권력을 거머쥐는 주인공이 된다. 포퓰리즘은 이탈・탈퇴・배제・경계・장벽・분리・구분・차이・경멸・혐오・증오의 서사로 도배되어 있으며, 민족주의・국가주의・정체성・순수성・우월성・정통성・근본주의를 모토로 삼는다. 특히 포퓰리스트들은 권위주의(가부장주의)로 가득 차 있으며 민주주의를 싫어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들은 모두 “아무 거리낌 없이 소수자와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해 법을 이용한다.”
오늘날 그토록 많은 시민들이 도대체 왜 이러한 인종차별주의자, 독재자, 폭군, 제국주의자 포퓰리스트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의지하고, 그들의 헛된 승리의 약속을 맹신하면서 자신의 인생과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달라고 내맡기는 것일까?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희생하는 대가를 기꺼이 치르면서까지 말이다. 이들은 도대체 누구이고, 무슨 생각을 품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바로 이 책 『거대한 후퇴』의 핵심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에서 자유민주주의 거부까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들은 다양한 이론적・실질적 논거와 예시를 동원한다. 칼 폴라니를 필두로 움베르토 에코, 토크빌, 노베르트 엘리아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등 대가들의 예리한 통찰력은 이미 이 시대를 예견한다. 그중 칼 폴라니의 견해는 중요한 준거로 인용된다. 폴라니는 대표작 『거대한 전환』에서 사회가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한 뒤에는 사회보호(social protection)를 요구하는 대항운동(countermovement)이 등장한다고 내다보았는데, 20세기 후반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질서 아래에서 일어난 변화는 그것과 대단히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폴라니는 노동, 토지, 화폐의 무분별한 상품화가 결국 사회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뚜렷해진 거대한 후퇴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기다. 신자유주의의 본질은 다음과 같은 마거릿 대처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사회 같은 것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society).” 이 책에서는 이를 이런 말로 달리 표현한다.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사회는 스스로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전제조건 아래 존재한다.’
신자유주의는 여러 가지 구조 변화를 일으켰다. 제조업의 해외 이전, 기업을 더 작은 회사들의 ‘가치 사슬’로 만드는 구조조정, 정부 역할을 축소시키는 감세 정책,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 일상생활의 금융화 등이 그렇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긴축정책은 세계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기획이다. 세계화는 무엇보다 세계경제 질서의 금융화, 상업화다. 이 과정에서 각 국민국가는 경제 주권을 시장에 고스란히 내주었다. 저자들이 누누이 강조하듯이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서 개별 국가의 주권, 특히 경제 주권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위기가 터져 나와 전 지구 차원으로 확산되었고, 서서히 실패해가던 신자유주의는 벼랑 끝에 내몰렸으며,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지구를 하나로 묶으며 약속한 번영과 안정은 불가능한 일로 판명 났다.
“칼 폴라니가 예견한 시장경제 중심 사회 통합과 그로 인한 세계화의 위기는 오늘날 모두 현실이 되었다. 국제 테러리즘과 기후변화, 금융과 화폐 위기, 그리고 대규모 이주 움직임까지. 이 모든 현상은 이미 오래전 예측 가능한 일이었음에도 우리 사회는 제도적・정치적으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사회를 이루는 시민 개개인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화로 통합된 질서 속에서, 사람들은 ‘세계시민주의’식 공감대를 견고하게 확립하지 못한 채 여전히 ‘우리’와 ‘타자’를 나누고 있다. 오히려 오늘날에는 인종과 국가 그리고 종교를 기준으로 우리와 그들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일이 더욱 빈번하다. 냉전 종식으로 세계는 이른바 ‘역사의 종언’을 맞이했지만, 냉전 시대 ‘적과 동지’라는 틀이 사라진 빈자리를 ‘문명의 충돌’이라는 논리가 빠르게 대체한 셈이다.”(본문 11~12쪽)
그 결과 대중은 반(反)세계화, 반동, 퇴행이라는 극단의 길을 선택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이른바 “민주주의 피로 증후군”이라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개략적인 큰 그림 아래에는 각 지역, 국가, 계층, 집단, 또는 개인들이 노정해온 복잡다단한 요인과 역사가 뒤엉켜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다양한 사실과 논리로 이 그림에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생생하고 또렷한 우리의 초상을 그려낸다.
세계는 연결되었지만, 세상은 깊이 단절되어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다준 무한경쟁, 사회보호의 박탈, 불안한 미래, 삶과 자아의 가치 저하는 배신감과 소외감, 불신과 분노를 낳고, 적개심에 사로잡힌 대중은 혐오와 증오를 폭발시키면서 ‘우리’와 ‘그들’을 나누며 “부족으로 회귀”하려 든다. 그러나 지그문트 바우만이 정확히 지적하듯이 “새로운 세계화된 상태” “인류 통합의 역사에서 마지막 도약” 단계에는 몹시 부적절하다.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변해가는데 거기다 여전히 과거의 도구를 들이대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우만이 인용한 카프카의 소설 속 주인공이 보이는 행태다. “‘그럼 주인님은 목표를 아시나요?’ 하인이 물었다. / ‘알고말고.’ 내가 대답했다. / ‘방금 말했지 않느냐. 여기서 나가는 것. 그게 내 목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의 “패자”들인 대중의 기존 체제에 대한 불신감과 배신감은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대중은 ‘자신들을 대변해주지 않는’ 기왕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들을 잘 대변해준다고 믿는’ 포퓰리스트들에게 기댄다. 이들은 왜 그렇게 믿도록 만들어졌을까? 한 가지 단초는 세계화된 현실과 그 현실을 감당해낼 능력 사이의 괴리다. “혼란스러운 점은 의사소통에서 일어난 혁명이 낳은 결과다. 오늘날 사람들은 사실상 세상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고 검열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동시에 난해한 음모론이 놀랄 정도로 확산되고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검열의 종말은 탈진실 post-truth(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옮긴이) 정치를 불러왔다.”(본문 125쪽)
예컨대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는 계몽주의의 유산이 여전히 고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관점은 인간 생활에 늘 존재하는 많은 요소들을 무시했다. 이를테면 명예와 존엄성과 지위 상실에 대한 두려움, 변화에 대한 불신, 안정과 익숙함의 호소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이 관점에는 더 복잡한 동기인 허영이나 연약해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이미지 만들기’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본문 189쪽)
기본적으로 거짓말에 근거하는 탈진실 정치는 신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질서에서 민주주의 정부들이 대중에게 ‘환상’을 확산시키는 기술과 전략을 발전시킨 결과다. “대중 사이에서 ‘저 위에 있는’ 이들에 대한 반감과 불만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진실’을 무시하고 ‘거짓’을 공공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이 증가했다.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 대신 ‘진실처럼 느껴지는’ 발언에 힘이 실리면서 오늘날 사회는 ‘탈진실 시대’에 안착했다.”(본문 298쪽) 이른바 트롤(troll) 즉 악플러 또는 키보드 워리어의 시대, 또는 엘리아스가 말한 자기통제가 가능한 ‘문명화’ 사회와 정반대인 폭력적이고 무절제한 ‘탈문명화’ 사회가 도래한 셈이다. “‘대안이 없다’는 주문을 따른 거시경제정책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정체성 정치 identity politics(민족, 종교, 계급, 성, 언어, 세대, 직업 등에 따라 개인의 관심과 세계관이 나뉜 집단들이 각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정치-옮긴이)가 유럽 정치의 중심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시장과 인터넷은 개인 선택권을 증가시킬 수 있는 강력한 세력임을 입증했지만, 서양의 사회 결속력을 약화시켰다. 시장과 인터넷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접촉을 좋아하고 이방인을 멀리하는 것과 같은 타고난 선호를 만족시키려는 개인 성향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연결되었지만 덜 통합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 세계화는 연결시키는 동시에 단절시킨다.”(본문 128~129쪽)
그럼에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포용과 관용, 자유와 평등에 바탕을 둔 새로운 연결을 꿈꾸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역설한다. 아마 이것은 이 책에서 각 저자들이 제시한 여러 진단과 대안을 함께 고민하면서 심사숙고해야 할, ‘거대한 후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과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 『거대한 후퇴』가 다양한 국적과 전문 분야를 가진 저자 15인의 참여, 15개국 동시 출간이라는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책 출간에 즈음하여 개설한 『거대한 후퇴』 홈페이지(http://www.thegreatregression.eu/)에는 더 많은 의견과 자료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실시간 SNS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