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유점] 서가 단면도
|
JTBC 이가혁 기자의 신간이다. 법조팀, 경찰팀 등 사회부에서 주로 일해온 저자는 2016년 겨울, 정유라를 찾아 23일 동안 독일과 덴마크에서 체류하고, 귀국 후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으로 출근했던 이야기, 2017년 봄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후 목포신항에서 83일 동안 머물며 취재했던 내용 등을 들려준다.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부분은 역시나 정유라 추적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정유라를 찾는 과정에서 어떤 상황을 겪었고, 어떤 판단으로 덴마크 올보르의 확실한 은신처로 추정된 곳 앞에서 덴마크 경찰에게 신고해야 했는지를 마치 소설 같은 전개로 보여준다. 책은 이미 과거형이 되어버린 사건을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 이가혁은 1986년생으로 이제 7년 차에 접어든 기자다. 그 세대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체험과 기억 중에서 어쩌면 가장 강렬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그는 동시대 수많은 젊은이와 함께 겪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책 곳곳에 보인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련의 사건에 대한 기억을 복기하는 한편,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질문과 각오,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정확한 상황 판단 지침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며_점을 선으로 잇다 : 이화여대생들에게 그의 별명은 ‘가혁벗’이란다. 부럽다. 누군가의, 그것도 절실한 누군가의 벗이 된다는 건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책에도 자세히 적혀 있지만, 그는 그 이후로 일어난 엄청난 변화의 촉발점이었던 이화여대 학내 민주화 운동을 취재했다. 엄청난 변화란 다름 아닌 최순실, 정유라, 촛불혁명, 탄핵, 세월호의 귀환 등이다. 그는 모든 현장에 있었다. 흔치 않은 이력이다. 누구에게든 ‘내가 이 현장을 다 취재한 사람이야!’라고 으스대도 될 만하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가혁벗’이 부럽다. 절실한 누군가의 벗이 된다는 것… 거기에 우리가 때로는 답을 못 구해 허우적대는 ‘저널리즘’의 본질이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