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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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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2010년 제정하여 2015년 6회째를 맞는 '젊은작가상'은 등단 십 년 이내 작가의 중단편소설을 심사 대상으로 삼는다. 젊은 작가들을 격려하고 독자에게는 새로운 감각과 대담한 정신으로 충만한 젊은 소설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고 있는 '젊은작가상'. 2015년 제6회 수상자는 정지돈, 이장욱, 윤이형, 최은미, 김금희, 손보미, 백수린이다.
일곱 명의 젊은 평론가로 이루어진 선고위원들은 2014년 한 해 동안 발표된 단편소설 가운데 2005년 이후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을 검토했다. 계간지와 월간지는 물론 각종 웹진, 문예지 발표 없이 바로 단행본으로 묶인 작품들까지 심사 대상이 되었고, 장시간의 논의 끝에 총 열일곱 편을 추렸다. 본심은 구효서, 권희철, 류보선, 신경숙, 정영문, 황종연이 맡았다. 본심 후보작들을 읽은 소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일곱 편의 수상작과, 그중 한 편의 대상작을 선정하는 데에 큰 이견은 없었다. 대상 수상작은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이다.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한마디로 "괴물 같은 작품"(문학평론가 황종연)이다. 작가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이자 근대건축가인 '이구'라는 실존 인물의 일화를 모아 전하는 형식으로 역사와 허구의 협간에서 현란한 곡예를 펼치며 지적 소설의 모범적인 전형을 보여준다. 정지돈은 허구의 여지가 매우 적은 사실에 이들이 통과해온 시간적 깊이를 부여함으로써 '참혹한' 농담이라는 소설적 영토를 탄생시켰다. : 좁게는 한국 현대건축사, 넓게는 한국 현대사회사의 한 면을 잘 그려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사실들을 허구와 잘 조합해 지적 소설의 모범적인 전형을 보여준 점에서 개인적으로 높은 평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미덕은 음미해 읽을 때 드러나는 유머러스한 문장들에도 있었다.
- 정지돈, 「건축이냐 혁명이냐」 : 역시 이장욱 소설답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역설 혹은 아이러니를 제시하는가 하면 이장욱 자신의 예술철학을 자연스레 전달한다. (…) ‘당신이 결코 두 번 믿지 않을 것을 사랑하라’는 바디우적 정언명령의 이장욱식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다.
- 이장욱, 「우리 모두의 정귀보」 : 우리가 우리 자신을 처치 곤란의 덩어리 그 자체라고 인정한 뒤에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애틋한 순간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삶에 대해 진지한 작가가 아니면 이런 것을 써낼 수 없다.
- 윤이형, 「루카」 : 농담은 무엇인가. 이와 같은 소설 속 얘기들이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먼 일이 아닌 가까운 일임을, 가까운 일이 아닌 먼 일처럼 드러내는 묘(妙)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점도 전지시점도 아닌 유령의 시점으로 인근 수킬로미터 반경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것도 솜씨가 어지간하지 않으면 부릴 수 없는 묘기.
- 최은미, 「근린(近隣)」 : 자본주의의 블랙홀 속으로 사라진 청춘에 대해, 사랑에 대해, 혁명에 대해 얼마나 많은 소설이 쓰여졌던가. 그러나 이 단편은 진부함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그것은 조중균이라는 과거세계의 화신 같은 인물이 “유령”적임을 간파한 데에서 오는, 다시 말해 그를 둘러싸고 있는 아우라의 이중성―존엄함과 초라함을 모두 아는 데에서 오는 유머 덕분이다.
- 김금희, 「조중균의 세계」 : 무심히 따라 읽다 한순간 머릿속이 암전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이미 배반했거나 앞으로 배반하게 될 존재가 별 원망도 없이 같은 하늘 같은 밤에 “사는 건 그런 거지”라고 중얼거리며 불을 끄는 장면을 목도할 때 마음이 서늘해질 수밖에.
- 손보미, 「임시교사」 : 오히려 자신과 유사하고 자신에게 친숙한 것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생겨나는 고독한 이질감에 대해, 반대로 그 이질감을 이해받을 수 있는 낯선 것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표현해내는 섬세함이 이 소설에는 들어 있다.
- 백수린, 「여름의 정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중앙일보 2015년 5월 2일자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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