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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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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유학길에 올라 십삼 년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했고, 귀국 후에는 연구자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로 왕성히 활동했던 스가 아쓰코, 그녀의 첫 에세이이자 제30회 여류문학상과 제7회 고단샤 에세이상을 수상한『밀라노, 안개의 풍경』을 비롯,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베네치아의 종소리』가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사유한 한 청춘의 기록이자, 2차대전 직후 유럽 대륙을 휩쓸었던 가톨릭 학생운동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이다.
도쿄의 유복한 사업가 집안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저자는 타고난 환경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사회학부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도 삶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그녀는 보다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과 학문적 호기심을 안고 파리, 뒤이어 로마로 향한다. 신앙에 기초한 사회개혁을 목표로 하는 공동체에 감명받아 밀라노로 건너간 뒤, 당시 가톨릭 학생운동의 활동 거점이었던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과 운명 같은 연을 맺는다. 가톨릭 신부이자 시인 다비드 투롤도를 중심으로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며 코르시아 서점에 모인 젊은이들. 시내 번화가의 산카를로 성당 한구석을 빌려서 문을 연 이 서점은 계급적인 중세 교회제도를 쇄신하려는 ‘새로운 신학’ 사상과 2차대전 당시의 저항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수도원과 구별되는 종교적 공동체를 모색하던 이들이 모여 활발히 교류하던 장이었다. 십여 년간 서점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작가는 이방인의 감각으로 관찰한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자유, 소박한 일상 사이로 엿본 이탈리아 귀족사회의 일면 등을 담담하게 펼쳐놓는다. 젊은 날의 꿈같은 공간에서 만나고 헤어진 이들의 이야기 열한 편이 하나하나 단편영화처럼 섬세하게 그려진다. 비록 교회 당국의 탄압과 내부 분열로 코르시아 서점이 문을 닫고, 서점 동료이자 남편이었던 페피노와의 결혼생활이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오 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십삼 년간의 밀라노 생활은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궤적’을 남겼으며 귀국 후에도 꾸준히 학문과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문학적 자양분을 안겨주었다. 상실과 좌절의 경험 역시 귀중한 자산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림을 그리듯 섬세하게 기억을 더듬어가는 문장들은 단순히 근대의 ‘신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피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삶을 개척해나가고자 했던 의지를 행간 곳곳에 드러낸다. 입구 옆 의자_9 :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은 슬픈 이야기다. 한 사람 한 사람 나이를 먹으며, 어떤 이는 죽고 또 어떤 이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그래도 스가 아쓰코는 그리운 얼굴들을 품안 가득 껴안고 삶에 대한 기쁨을 곱씹는다.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목소리를 문장 구석구석에서, 행간에서 들을 수 있다. 몇십 년의 세월을 거쳐 그녀의 기억에서 불려나온 이들의 모습은 더없이 단단하고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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