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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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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딩동, 어떤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어느 날, 공룡 한 마리가 찾아왔다. 처음 보는 공룡은 “안녕! 오랜만이야!”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는 천연덕스럽게 내 방에 짐을 푼다. 안경을 쓴 공룡은 뭐든지 잘 먹고 코도 골고 방귀도 뀌며 잠도 잘 잔다. 영화관에서는 시답지 않은 장면에서 웃거나 눈물을 쏟아 나를 창피하게 하며, 탁구 실력이 수준급이다.

그런데 길 가는 사람들 누구도 공룡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너… 누구야?” 나의 질문 이후로 공룡은 하염없이 창밖만 본다. 기분을 풀어 주러 간 놀이공원에서 콜라를 마시다 말고 공룡은 말한다. “잊혀지는 게 힘들까, 잊는 게 힘들까?”

전미화 작가의 이번 이야기는 섬세한 연출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부드러운 붓선과 유머러스한 문장, 군데군데 사용된 캔디 컬러들이 두 주인공이 함께 보내는 시간들을 특별한 색깔로 채워 간다. 공룡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즐겁고, 공룡이 늘 매고 다니는 유행이 지난 스카프도 어딘지 낯익은 느낌이다.

이병률 (시인, 여행 작가, <끌림> 저자)
: 사람 보내는 일에 익숙하고, 사람 잊는 일에 익숙하다. 어른이 되어 잘 하게 된 일이란 겨우 그런 것일까? 세상이라는 사막 위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외로움을 겪는 일이며,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으로 세상을 탐색하는 일이겠지만 우리는 그 모두를 겪을 힘도, 그 모두를 찾을 재주도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지워 없애는 일을 아프지 않게 일삼는 우리들.
‘잊혀지는 게 힘들까? 잊는 게 힘들까?’이 거대한 질문을 통해 『너였구나』는, 못난 우리 삶의 방식을 뒤돌아보게 하며, 여행하게도 한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한다. 세상엔 여전히 제자리에서 빛나는 것들이 있다. 특히 기억은 더 그러하다.
김서정 (KBBY 회장, 동화작가, 평론가)
: 어떤 경우, 모호함에서 명확함이 나올 수가 있다. 이 책의 경우다. 최소 스무 살의 혼자 사는 여자라는 것 외에는 아무 정보가 없는 주인공에게 느닷없이 공룡이 찾아온다. 거리낌 없이 눌러앉아 주인공의 일상을 휘저어놓는 공룡에 대한 정보도 아무 것도 없다. 이 모호하고 어리둥절한 정황을 작가는 유머로 끌고 간다. 공룡의 식탐은 어마어마하고, 잘 때는 코 골고 방귀 뀌는 게 장난이 아니다. 영화 보면서는 어찌나 생뚱맞은 반응을 보이는지 창피해 죽을 지경이다. 바이킹을 열 번도 더 타재서 나는 토할 것만 같다 ... 혹시 아이 키우는 이야기일까?
그러나 아니다. 주인공의‘너 누구니?’하는 질문에 모든 전모가 환히 밝혀진다. ‘그제야 기억 속 친구가 보인다. 우리는 짧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나만 어른이 되었다.’라는 글에서. 유머러스하지만 무채색에 가까운 일상을 완전히 뒤집는 무지갯빛 추상 그림에서. 열다섯 살, 배낭과 모자와 목에 두른 스카프라는 나들이 차림, 멸종된 공룡 ... 한순간에 명확해진다. 이것은 어떤 것들이 거의 멸종 수준으로 암흑 속으로 잠겨간 ‘그때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
이 책은 그냥 기억에 관한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세계 어느 나라 독자에게든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만 있는 어떤 공감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 어떤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공룡이 없었던 적이 없으니까. 기억해줘서 고맙다며 오랜만의 여행을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공룡의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최근작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해가 왔다>,<어딘가 숲> … 총 57종 (모두보기)
소개 :쓰고 그린 책으로 『미영이』 『어쩌면 그건』 『어딘가 숲』 『해가 왔다』 등이 있습니다.

문학동네   
최근작 :<나르치스와 골드문트>,<힘내는 맛>,<양의 사수 4>등 총 4,270종
대표분야 :일본소설 1위 (브랜드 지수 1,449,857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위 (브랜드 지수 4,249,891점), 에세이 1위 (브랜드 지수 2,152,009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