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만약은 없다』 저자) : 2000년, 내과 레지던트 1년차였던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한 권의 책을 읽었다. 무려 70년 선배인 내과의사가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가장 젊은 과학』이라는 책이었다. 그에 따르면, 당시의 의학 기술은 단 한 명의 환자도 제대로 치료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의학이 자신의 병을 낫게 해줄 거라고 믿었다. 지금처럼.
아직도 의학은 ‘가장 젊은 과학’이다. 훗날 종양내과 전문의가 된 무케르지는 『가장 젊은 과학』을 노려보면서 이 책을 썼다. 나는 병원에서 수많은 문헌을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하지만 그것을 직접 입증한 바는 없다. 나를 지도한 사람, 내가 가르치는 사람 역시 같은 문헌을 보고 거기 적혀 있기에 그렇게 행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의학이 절대적인 ‘법칙’이 되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가?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의학이 불확실성에서 탄생했다는 점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래서 이 책은 현대의학이 진리라 믿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짜릿한 역발상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