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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충장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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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문학동네동시문학상에 이어 2016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까지 수상하며 모두를 놀라게 한 주미경 작가의 단편집이다. <와우의 첫 책>은 여섯 편의 짧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와우의 첫 책」에서 개구리 와우는, 한 작가가 열 권 넘게 책을 낼 수 없는 숲법 때문에 더 이상 작품을 출간할 수 없게 된 작가 구렝 씨의 이야기를 읽고 뒤를 잇기 시작한다. 「킁 손님과 국수 씨」는 어느 신산한 가을 칼국숫집을 찾아와 후루루룩 맛있게도 먹은 뒤, 빈 그릇에 도토리를 부어 주고 떠나곤 했던 손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학교 담장에 걸려 있던 이상한 옷을 머리에 썼다가 뱀이 되고 만 아이의 이야기, 혹은 뱀이었다가 사람이 되어 12년을 살고 다시 돌아온 뱀에 대한 이야기 「어느 날 뱀이 되었어」, 백 년을 산 버드나무와 철거를 앞둔 비둘기아파트의 대화 「그날 밤 네모 새를 봤어」를 이어 읽으면 긴장감 끝에 느껴지는 서늘함과 뭉근하게 달아오르는 온기의 대비를 느낄 수 있다. 산딸기아파트의 페인트칠을 둘러싼 무대극 같은 「당깨 씨와 산딸기 아파트」는 유쾌하고도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민 상담사가 살던 집으로 이사 온 후 뜻밖의 손님을 자꾸만 맞게 되는 청소 박사 오소리의 이야기 「고민 상담사 오소리」는 마지막으로 짧지 않은 생각거리를 남겨 준다. 각 이야기는 인물과 공간을 느슨하게 공유하면서 슬그머니 이어진다. 작가가 된 와우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 대표 도야 씨는 「당깨 씨와 산딸기 아파트」에서 2층 주민으로 등장한다. 「고민 상담사 오소리」의 마지막 내담자인 뱀은 「어느 날 뱀이 되었어」에 등장했던 몇몇 뱀 가운데 하나인 식이다. 와우의 첫 책 6
: 작가는 자신이 쓴 책을 읽는 첫 번째 독자이고, 모든 독자는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며 책의 빈칸을 채워 가는 작가이기도 하다. 『와우의 첫 책』을 읽는 동안 어린이들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흥과 즐거움을 따라가면서 작가의 마음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애증의 관계인 독자와 작가는 서로 역할을 바꾸고, 창작 과정 자체가 서사가 되는 재미있는 경험을 얻는다. 유년기 독자부터 말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는 고학년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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