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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충장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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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마지막 장편소설. 남도의 어느 작은 섬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삶의 다채로운 양상들을 세밀하게 펼쳐 보이는 일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답게, 정미경은 섬을 떠났으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드라마를 세심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오래전 자신이 나고 자란 섬을 떠나 예술가로서 자신의 성공만을 좇는 연수는 고등학생 딸 이우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이우가 불의의 사고로 친구 태이를 잃고 상담실과 병원을 전전하며 방황하자 연수는 결국 섬에 귀향해 살고 있는 어린 시절의 친구 정모에게 이우를 부탁한다. 정모는 점차 시력을 잃어가며 삶에 대한 욕심도 잃어가는 중이었지만,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내려온 섬의 소금 창고에서 묘한 기운을 느낀다. 마침내 정모는 소금 창고를 도서관으로 꾸밀 무모하고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정모에게 소금 창고를 내준 친구 태원은 섬의 유지인 영도의 아들로 연수와 사귀었던 사이이고, 정모는 남몰래 연수를 마음에 두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정모는 이우와 함께 도서관을 만들어가며 차츰 자신을 어지럽힌 과거와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앞으로의 일들을 마주할 용기를 가진다. 이우 역시 정모와, 그리고 말 못하는 섬 소년 판도와 생활하며 태이에 대한 기억을 슬픔이란 그릇에 담긴 따뜻함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판도가 선물하는 침묵과 손바닥에 써주는 다정한 말들에 야릇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수익성 없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 정모가 못마땅한 영도는 개관이 임박한 도서관을 원상 복구시킬 것을 요구하는데……. 당신의 아주 먼 섬 _7 : 죽음의 뒤편에서 우리는 생의 의지대로 계속 살아나가겠지만, 삶이 난감하게 느껴질 때면 자기 연민에 지지 않고 계속 읽고 썼던 정미경이란 작가를 떠올릴 것이다. 그는 세상의 속물성과 잔인한 타자성을 끊임없이 대면하면서도 안온한 냉소에 머물지 않았고, 예술과 생의 괴리 속에서도 삶에 제각기 다르게 주어진 어둠의 채도들을 분별해내려고 했다. 한국소설의 독자적인 구성과 미학을 이루기 위해서, 또 그걸 넘어서기 위해서 수많은 손들이 그의 소설들을 다시 찾고 붙들며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1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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