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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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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그늘에 가려진 사회적 약자와 일상화된 불의에 무감해진 현대인의 삶을 예민하고 집요하게 포착해온 작가 안보윤의 두번째 소설집. 2014년 출간된 첫 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이후 4년 만에 묶는 이 책에는 2013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발표된 9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어두웠던 지난 10년의 시간이 무대가 된 만큼, 소설들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힘겨운 삶부터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구조적 폭력, 그리고 세월호 사건과 같은 국가적 재난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문제들이 갈무리되어 있다. 남겨진 이들이 만들어낸 추모의 물결과, 광장을 수놓은 무수한 촛불의 빛 또한 안보윤 특유의 상상력을 거쳐 소설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더욱 날카로워진 시선으로 아무도 들여다보려 하지 않던 사회의 사각지대까지 파고드는 안보윤 소설은 "조용하고 성실해서 더 치명적인 분노"(소설가 윤이형)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런 분노야말로 우리 개인이 일그러진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는 점에서,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조우하게 된 이 책이 더욱 값지다. 소년7의 고백 _007 : 안보윤의 소설을 읽는 일은 마음의 표면에 수많은 실금들을 갖게 되는 경험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으나 표면 아래에는 날카로운 칼로 깊이 베인 듯 잊기 힘든 아픔들이 남고, 선과 악, 가해와 피해 같은 단순한 단어들로는 설명되거나 해소되지 않는 복잡한 질문들이 맺힌다. 세계의 시선이 그냥 지나쳐버리는 곳, 인간에게 가해지는 숱한 폭력을 말할 때조차 가시화되지 않는 가장 고독한 지점들에 그는 예민하고도 집요한 관찰자로 버티고 서서 우리의 시선에 깃든 타성과 무심함을 고발한다. 조용하고 성실해서 더 치명적인 분노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 이 세계는 나와 나와 나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나’로 통일되는 것도 아니고, 나와 나와 내가 상호작용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그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얽히고설켜 점점 더 엉망인 세상”을 만들어간다. (……) ‘나와나와나의 세계’는 바로 이 출구 없는 악무한의 세계다. 금지하는 자가 금지되고 질책하는 자가 질책받으며 징벌하는 자가 그 대가를 치르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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