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삿날 찾아온 왕할아버지의 영혼과 증손자가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다. 작가 이영미는 어린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제사의 참다운 의미를 두 주인공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넌지시 녹여냈다. 어른들처럼 제사의 격식을 갖추진 않았지만, 민호는 제사를 직접 체험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작가는 제사가 매년 반복되는 지루한 형식적 의례가 아니라, 한때 몸을 가지고 이 땅에 살았던 조상을 보다 가까이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추억하는 일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영미 (글)의 말
이 이야기는 제 기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사’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어른들은
여섯 살 아이에게 ‘왕할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라고 했지요.
아이는 그 말을 믿고 온종일 왕할아버지를 기다렸어요.
그리고 꿈인지 생시인지, 왕할아버지를 본 아련한 기억을 갖게 되었답니다.
지금의 나를 세상에 있게 한 그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
돌아가신 그리운 분이 일 년에 딱 한 번 돌아올 수 있다면…….
‘제사’는 그 기적 같은 염원을 담아낸 특별한 하루가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