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를 행동경제학이라고 부르지만, 그 핵심은 커뮤니케이션학이다. PR학이다. ‘설득’ 기술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이미 넛지가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PR˙광고 전문가들은 행동경제학에 대해 무슨 옛날이야기를 그렇게 새로운 것처럼 하느냐며 코웃음 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렇게만 볼 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선 오래된 이야기일망정, 넛지의 이치를 정부 부처·공공 기관·시민단체 등의 정책에 고려하는 건 별개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는 막연히 넛지를 구상하기보다는 인간적 추구 성향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넛지에 대한 관심 제고와 더불어 구체적인 넛지 방안을 찾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넛지의 방법론적 유형을 인간적 추구 성향 중심으로 인지적 효율성, 유도성, 흥미성, 긍정성, 비교성, 일관성, 타성 등 7가지로 제시한다.
최근작 :<인문학과 손잡은 영어 공부 2> ,<인문학과 손잡은 영어 공부 1> ,<[큰글자책]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 총 560종 (모두보기)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전33권)이 2007년 『한국일보』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산책』(전17권)이 2012년 한국출판인회의 ‘백책백강(百冊百講)’ 도서에 선정되었다.
2013년에 ‘증오 상업주의’와 ‘갑과 을의 나라’, 2014년에 ‘싸가지 없는 진보’, 2015년에 ‘청년 정치론’, 2016년에 ‘정치를 종교로 만든 진보주의자’와 ‘권력 중독’, 2017년에 ‘손석희 저널리즘’와 ‘약탈 정치’, 2018년에 ‘평온의 기술’과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2019년에 ‘바벨탑 공화국’과 ‘강남 좌파’, 2020년에 ‘싸가지 없는 정치’와 ‘부동산 약탈 국가’, 2021년에 ‘부족주의’, 2022년에 ‘퇴마 정치’와 ‘좀비 정치’, 2023년에 ‘정치 무당’ 김어준과 MBC의 ‘흑역사’ 등 대한민국의 민낯을 비판하면서 한국 사회의 이슈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인문학과 손잡은 영어 공부 1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MBC의 흑역사』, 『무지의 세계가 우주라면』, 『공감의 비극』, 『정치 무당 김어준』, 『퇴마 정치』, 『반지성주의』, 『정치적 올바름』, 『엄마도 페미야?』, 『정치 전쟁』, 『좀비 정치』, 『발칙한 이준석』,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 『부족국가 대한민국』, 『싸가지 없는 정치』,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부동산 약탈 국가』, 『한류의 역사』,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남 좌파 2』, 『바벨탑 공화국』,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평온의 기술』, 『약탈 정치』(공저), 『손석희 현상』, 『박근혜의 권력 중독』,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싸가지 없는 진보』, 『감정 독재』,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증오 상업주의』,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책』(전23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외 다수가 있다.
넛지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는 뜻이다. 미국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학자 캐스 선스타인은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에서 이 단어를 격상시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정의를 새로 내리고 그들이 역설하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고 하는 이데올로기의 간판 상품으로 만들었다.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세계 각국 정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2009년 캐스 선스타인을 백악관의 규제정보국장으로 임명했으며,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2010년 정부 예산을 줄이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 넛지 이론을 적용하기 위한 특별 팀을 내각 기구로 편성했다.
한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넛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권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으며, 한국은 40만 부 이상의 판매로 『넛지』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나라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넛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사실 넛지가 새로운 건 아니다. ‘넛지’를 행동경제학이라고 부르지만, 그 핵심은 커뮤니케이션학이다. PR학이다. ‘설득’ 기술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이미 넛지가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PR․광고 전문가들은 행동경제학에 대해 무슨 옛날이야기를 그렇게 새로운 것처럼 하느냐며 코웃음 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렇게만 볼 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선 오래된 이야기일망정, 넛지의 이치를 정부 부처·공공 기관·시민단체 등의 정책에 고려하는 건 별개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넛지를 정책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자
사람들은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자신의 계몽이나 훈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몹시 싫어한다. 그래서 하라고 하면 더 안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려는 청개구리 심보를 부리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 이른바 ‘계몽의 종언’이 외쳐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계몽의 종언’은 진실일까? 그렇지 않다. 누구에게든 어떤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말하면 “감히 누굴 가르치는 거냐?”고 반발하지만 교묘하게 이벤트나 엔터테인먼트의 형식을 취해 메시지를 전파하면 열광적으로 받아들인다. 이게 시사하듯, 문제는 계몽과 훈계의 포장술이다. 즉, 우리는 누군가를 가르치겠다는 티를 내지 않고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포장술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계몽과 설득이 처해 있는 딜레마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의 정부 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 기관들은 대중을 계몽과 훈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예컨대 정부 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 기관들이 애용하는 플래카드를 떠올려보자. 플래카드엔 노골적인 계몽과 훈계의 메시지만 담겨 있을 뿐이다. 물론 넛지를 정책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애쓰는 정부 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 기관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그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넛지를 정책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겪는 고충도 적지 않다. 이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아무래도 넛지의 현실 적용 범위일 것이다. 넛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있음에도 넛지의 광범위한 적용 범위에 대해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강준만 교수가 제안하는 넛지의 방법론적 유형
강준만 교수는 막연히 넛지를 구상하기보다는 인간적 추구 성향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넛지에 대한 관심 제고와 더불어 구체적인 넛지 방안을 찾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강준만 교수는 넛지의 방법론적 유형을 인간적 추구 성향 중심으로 인지적 효율성, 유도성, 흥미성, 긍정성, 비교성, 일관성, 타성 등 7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인지적 효율성이다. 사람들이 인지적으로 많은 자원을 소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깊게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성향으로 인해 자신의 경험 혹은 자주 들어서 익숙하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 경향을 고려하거나 이용하는 방법이다. 정크 푸드를 비판하는 대신 몸에 좋은 음식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의 가시성·가용성을 높이거나 반대로 가시성·가용성이 낮아 외면되고 있는 사회문제들을 찾아내 해결의 해법을 모색하는 식이다.
둘째, 유도성이다. 사과의 빨간색이 따 먹고자 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것처럼 ‘어떤 형태나 이미지가 행위를 유도하는 힘’ 또는 ‘대상의 어떤 속성이 유기체로 하여금 특정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거나 특정 행동을 쉽게 하게 하는 성질’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지하철 착석 방식을 유도하는 스티커처럼 특정 행동을 유도하거나 ‘무주의 맹시’나 ‘터널 비전’으로 인한 지각력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만드는 사회적 디자인을 구상하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볼 수 있게끔 만드는 식이다.
셋째, 흥미성이다.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면 어떠한 활동이든 기꺼이 한다”는 ‘재미 이론’과 우리 인간의 삶은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투쟁이라는 ‘인정 투쟁 이론’에 근거해 사람들의 재미와 인정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하는 방법이다. 파리 한 마리가 그려진 소변기나 발을 디디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 계단처럼 공익적 캠페인을 사람들의 재미나 호기심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동시에 공익적 활동과 연계시키는 사회적 디자인을 개발하는 식이다.
넷째, 긍정성이다. 사람들이 똑같거나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경우인데도 긍정적 프레임으로 제시된 담론을 선호하는 경향에 주목해 언론의 공익적 보도와 공공 캠페인의 프레임을 긍정적 방향으로 바꾸게끔 노력하는 방법이다. 기존 공공·계몽 담론의 프레임을 분석하면서 더 나은 대안적 프레임을 연구해 제시하고, 특히 부정성이 두드러지는 공공적 담론 프레임을 긍정성으로 바꾸는 시도를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의 과제로 삼는 식이다.
다섯째, 비교성이다. 공공 담론의 프레임과 내용을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인간의 본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게끔 함으로써 한국인들의 강한 ‘비교 성향’이 자부심과 행복감이 낮은 주요 이유가 되고 있는 현실을 개혁하는 방법이다. 공익적 캠페인 등에서 사람들의 비교 성향과 ‘사회적 증거’에 따른 행위가 긍정적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게 하며, 이를 위해 한국 특유의 ‘수치의 문화’가 공익적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식이다.
여섯째, 일관성이다. 사람의 의견 형성과 태도 변용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메커니즘은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조화를 줄이기 위한 것이며, 이와 관련된 일관성 유지 성향을 공익적 목적의 활동에 연계시키는 방안을 찾는 방법이다. 처음엔 부담감이 적은 부탁을 해 허락을 받으면 그다음엔 점차 큰 부탁도 들어주기 쉽게 된다는 ‘문전 걸치기 전략’과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의 답변에 행동을 일치시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단순 측정 효과’를 활용하는 식이다.
일곱째, 타성이다. 사람들이 현재의 상태에 그대로 머물고자 하며, 귀찮은 것을 싫어하고, 자신의 소유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타성을 감안한 공공적 선택 설계를 하고 그런 타성을 윤리적 수준에서 이용해 공익을 증진시키는 방안들을 모색하는 방법이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윤리적인 ‘디폴트 옵션’을 설계할 수 있게끔 사람들의 관심을 제고시키고, 기업들의 ‘체험 마케팅’을 원용해 재미가 가미된 공익적 활동의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기획을 민관 차원의 상례적 업무로 삼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