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가 문화대혁명을 거쳐 개혁개방 시기로 나아가던 격동기에 가난한 농촌 청년이 직면한 현실과 그 속에서 느꼈을 고뇌와 사랑을 보여주는 소설. 중국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중국의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국민작가 루야오의 소설로 1980년대 현대화와 도시문명의 그림자에 가려진 농촌 현실과 그 속에서 위기와 불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설의 배경은 1980년대 초반 급격한 현대화와 도시화로 도농 간 격차가 커지고 충돌이 격화되는 시기의 산시 성 고원 지대 가오자촌. 주인공 가오자린은 이 마을의 농민 계층으로는 유일하게 도시로 나가 고등교육까지 받은 인물로 농민의 아들이면서도 농사일을 버거워하며 도시생활을 열망하는 지식청년이다. 이 작품은 이런 가오자린이 도시로 진입하는 과정과 또다시 농촌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인생을 통해 중국 현대화 과정에서 개인이 겪는 갈등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도시와 붙어 있으면서도 도시 문명과는 고립된 농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격동기에 교육받은 농촌의 지식 청년이 직면한 현실과 그 현실 속에서 느꼈을 자괴감이나 고뇌를 보여줌으로써 1970년대에서 1980년대로 넘어가는 시기(문화대혁명의 시기에서 경제개혁의 시기로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노동자로도 지식층으로도 살 수 없어진 수많은 청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허유영 (옮긴이)의 말
인생이란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달기만 한 인생도 없고 쓰기만 한 인생도 없다. 가오자린의 인생도 비극에서 끝을 맺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고 농촌으로 돌아온 가오자린은 황토 먼지 날리는 대지를 바라보며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희망을 품는다. 그가 다시 교사가 될 수 있을지, 황토에 파묻혀 농민으로 살지 아무도 모른다. 또 교사가 되는 게 진정 단맛일지, 농민으로 사는 게 진정 쓴맛일지 역시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인생길에 순풍과 역풍이 번갈아가며 불지만 그 길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순풍이 오든 역풍이 오든 우리는 그 길 위에서 앞으로 나아간다. 순풍이 불면 밝은 햇빛을 따라 길가에 핀 꽃을 보며 걸을 수 있으니 좋고, 역풍이 불면 비바람과 맞서서 나아가며 순풍이 왔을 때 더 멀리 달려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으니 그 역시 좋다.
루야오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