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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청역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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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드는 아이들 1권. 학기 초마다 열기가 뜨거운 학급 임원 선거 현장을 다룬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자꾸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려는 어른과 이런 어른에게 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아이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처음에는 갈등하고 흔들리던 아이들이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하고 자기다운 말을 하며 각자 주인공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잠시도 입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에너지 300%의 유리는 자기도 부회장을 한번 해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부회장 같은 것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었지만, 부회장이 된 언니가 부회장 임명장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부회장이 되는 건 아주 중요하고 멋진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유리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부회장 후보로 나서고 싶은 사람은 칠판 앞으로 나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유리네 반 아이들 중 세 명만 빼고 모두가 앞으로 나왔다. 경쟁은 치열했지만 평소 말하기 하나만큼은 자신 있던 유리는 어떤 부회장이 될 것인지 재미있고 멋지게 일장 연설을 했고, 당당히 여자 부회장이 된다. 하지만 부회장이 된 뒤부터 유리는 마음껏 떠들지도 신나게 놀지도 못하게 되었다. 부회장이 된 유리에게 선생님과 친구들이 부회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부회장이 된 뒤로 변했다며 친구들에게 손가락질까지 받게 된다. 과연 유리가 예전처럼 마음 편히 웃고 떠드는 날이 다시 올까? 부회장이 되었어! 6 : 실제 학교 교실에 담긴 에너지가 100이라면 동화에 나오는 교실 장면의 에너지는 얼마쯤일까. 동화 속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이 교실에서 친구와 떠들고 움직이는 시간은 대부분 쉬는 시간이거나 점심시간일 테니까 일단 어마어마하게 시끌벅적해야 맞다. 그런데 동화 속 교실 장면은 대부분 생각보다 차분하고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는 또박또박 정리된 대화가 오간다. 활발한 교실 장면에서도 에너지는 많이 잡아도 50이 안 되는 것 같다. 이럴 때 동화 안에 들어선 어린이 독자는 갑갑함을 느낀다. “여기는 우리 교실이 아니야.”라거나 “내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동화에는 100% 충전된 교실의 에너지가 있다. 교실 안을 비추는 모니터의 해상도는 아주 높고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고 표정이 수시로 바뀌는 배경 화면은 환하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동화 속 인물로 그려진 ‘친구’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진짜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달리고 구르고 미끄러지고 안고 같이 뛴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애들이다.”라고 백 번 쓰면서 다 같이 웃는다. 낯선 어른들이 들여다본다면 당장 귀를 막고 조용히 하라고 소리칠 것 같은 곳, 이곳이 바로 진짜 교실이다. 아무리 멋진 책이라고 해도 거기 내 친구들이 없다면 쓸쓸하다. 그동안 우리 동화 속 교실에는 많은 감정과 생각과 멋진 주제들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친구들이 없었다. 송미경 작가는 말없는 시하와 말 안 하기 놀이를 제안하는 동훈이와 늘 엎드려 있는 영혜와 삐용삐용을 외치는 아빈이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뿐만 아니다. 이 교실에는 좋은 회장이 되고 싶은 다솔이와 더 좋은 부회장이 되고 싶지만 잠시도 입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에너지 300%의 주인공 유리가 있다. 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동화를 읽는 시간은 신난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시간은 잠깐이지만 우리는 그 짜릿함을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 이 동화를 읽는 시간도 그렇다. 작가는 휘몰아치듯이 우리를 데리고 이야기의 줄넘기를 하고 친구들 사이의 장애물 달리기를 시킨다. 행복한 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가장 좋았던 하루의 수업 끝 종이 아쉽게도 너무나 금방 울려버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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