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그 가의 살인사건>, <황금벌레>, <어셔 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등 당시로는 문제작, 현재에 이르러서는 고전으로 평가되는 작품을 써내고, 탐정소설이라는 새 장르의 개척자가 된 에드거 앨런 포. 산문과 운문의 영역을 넘나들며 독창적인 세계를 발현했던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시작점은 역시 그의 시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시인 김정환이 에드거 앨런 포의 시 48편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정환이 본 포는 미국 문학에서 셰익스피어가 아닌, 등장인물 햄릿이다. 포의 시를 옮기며 그는 "실패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시적 '모던'의 가장 중요한 특성 가운데 하나라는 황현산의 다소 과격한 주장을 따르자면 포만큼 '모던'의 전형에 들어맞는 시인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자신의 문학에 필요했으나 안 보였던 어떤 계단을 포의 작품에서 찾아, 실제 이상의 제 것으로 키워낸 보들레르와 포의 관계를 언급하며, 우리의 '현대'가 탕진되지 않았고, 탕진될 수밖에 없다는 점, 현대성을 탈피하면서 형식미를 갖추는 비극을 경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평한다.
"시 번역에는 꾸밈이 있어선 안 된다. 어려운 말을 쉽게 고치는 건 '틀린 번역'이다"라는 신조를 지닌 그가 내놓은 '에드거 앨런 포'의 시들은 기존의 번역본에 비해 다소 난해하고 낯선, 하지만 더욱 명징하고 정확한 포의 시 세계를 전달한다.
최근작 :<꿈속의 꿈> ,<포 단편선> ,<나의 더블> … 총 3851종 (모두보기) 소개 :1809년 보스턴에서 태어났으며, 두 살 무렵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세상을 떠나자 버지니아의 부유한 상인 존 앨런에게 입양되었다.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해 고대어와 현대어를 공부했지만 도박에 빠져 빚을 지면서 양부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가명으로 시집 《테멀레인 외 다른 시들》(1827)을 출간했으나 주목받지 못했고, 두 번째 시집 《알 아라프, 테멀레인 외 다른 시들》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웨스트포인트사관학교에 입학한 후 계속되는 양부와의 불화로 파양당하고, 학교에서도 일부러 퇴학당했다. 그 후 단편 집필을 시작, 1832년 필라델피아 신문에 처음으로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리고, 이듬해 단편 〈병 속의 수기〉가 볼티모어 주간지 소설 공모전에 입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양부 존 앨런이 유산을 전혀 남기지 않고 사망하자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잡지사 편집자로 취직했고, 이 무렵 사촌여동생인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했다. 음주 문제로 잡지사를 그만두고, 장편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이야기》(1838)와 단편집 《기괴하고 기이한 이야기들》(1839)을 발표했다. 새로운 잡지사에서 일자리를 구했으나 곧 해고당하고 아내 버지니아도 폐결핵에 걸리자 절망으로 폭음에 빠져들었다. 이 시기에 〈모르그 가의 살인〉, 〈검은 고양이〉, 〈황금 벌레〉 등 다수의 유명 단편들을 집중적으로 발표했고, 1845년 시 〈까마귀〉로 화제가 되면서 같은 해 시 창작에 관한 에세이 〈작법의 철학〉을 발표했다. 소설과 시뿐 아니라 비평 활동도 활발히 했으며, 신랄한 비판으로 문단과 마찰이 심했다. 1847년 버지니아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정신적으로 더욱 피폐해졌다. 1849년 10월 볼티모어 거리에서 인사불성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4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미국 문학에 햄릿으로 등장한 에드거 앨런 포,
그의 시를 읽는다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 「황금벌레」, 「어셔 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등 당시로는 문제작, 현재에 이르러서는 고전으로 평가되는 작품을 써내고, 탐정소설이라는 새 장르의 개척자가 된 에드거 앨런 포. 산문과 운문의 영역을 넘나들며 독창적인 세계를 발현했던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시작점은 역시 그의 시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포의 문학은 당시 미국 문학의 일반적인 흐름과는 갈래가 달랐다. 아메리카 신대륙 문학의 틀을 짜기에 바빴던 미국 문학계, 특히 랠프 월도 에머슨은 “듣기 좋은 노래만 읊어대는 사람”이라고, T. S. 엘리엇은 “천부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젊은이가 사춘기를 앞두고 선보이는 지성”이라고 포를 폄하했고, 후배 문인 휘트먼도 그의 시를 비난했다. 한편 영국의 동년배 시인 테니슨은 “아메리카가 낸 가장 독창적인 천재, 라틴 시인 중 가장 선율적인 카툴... 미국 문학에 햄릿으로 등장한 에드거 앨런 포,
그의 시를 읽는다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 「황금벌레」, 「어셔 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등 당시로는 문제작, 현재에 이르러서는 고전으로 평가되는 작품을 써내고, 탐정소설이라는 새 장르의 개척자가 된 에드거 앨런 포. 산문과 운문의 영역을 넘나들며 독창적인 세계를 발현했던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시작점은 역시 그의 시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포의 문학은 당시 미국 문학의 일반적인 흐름과는 갈래가 달랐다. 아메리카 신대륙 문학의 틀을 짜기에 바빴던 미국 문학계, 특히 랠프 월도 에머슨은 “듣기 좋은 노래만 읊어대는 사람”이라고, T. S. 엘리엇은 “천부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젊은이가 사춘기를 앞두고 선보이는 지성”이라고 포를 폄하했고, 후배 문인 휘트먼도 그의 시를 비난했다. 한편 영국의 동년배 시인 테니슨은 “아메리카가 낸 가장 독창적인 천재, 라틴 시인 중 가장 선율적인 카툴루스, 그리고 가장 음조적인 시인 하이네와 비견할 만하다”라고 극찬했으나 정작 포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본 것은, 생전에 포가 가보고 싶어했으나 발을 들이지 못했던 파리, 프랑스의 문인들이다. 보들레르는 포를 일컬어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작가”라고 치켜세웠고 발레리는 “심오하고 너무나 암암리에 박식하다”라고 칭송했다. 앙드레 지드는 “유일하게 흠잡을 데 없는 장인”이라는 찬사를 내놓았으며 말라르메는 “나의 위대한 선생”이라고 불렀다.
이들 중 포의 시를 제대로 활용하여 현대시의 진정한 장을 만든 이는 보들레르다. 그는 평생 포의 작품을 번역 소개하면서 자신의 시 작품을 통해 프랑스 시 문학을 전대미문의 장으로 끌어 올렸다. 포와 보들레르는 둘 다 깜깜하고 우울하고 염세적이기 짝이 없지만, 둘의 관계를 통해 ‘에드거 앨런 포’라는 문제, 날것의 불안 혹은 불안정이 19세기 최고 수준의 복잡-명징성으로 형식-미학화하는 과정을 목도할 수 있다.
이번엔 셰익스피어 전집과 세계시인전집을 동시에 번역 중인 시인 김정환이 에드거 앨런 포의 시 48편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정환이 본 포는 미국 문학에서 셰익스피어가 아닌, 등장인물 햄릿이다. 포의 시를 옮기며 그는 “실패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시적 ‘모던’의 가장 중요한 특성 가운데 하나라는 황현산의 다소 과격한 주장을 따르자면 포만큼 ‘모던’의 전형에 들어맞는 시인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자신의 문학에 필요했으나 안 보였던 어떤 계단을 포의 작품에서 찾아, 실제 이상의 제 것으로 키워낸 보들레르와 포의 관계를 언급하며, 우리의 ‘현대’가 탕진되지 않았고, 탕진될 수밖에 없다는 점, 현대성을 탈피하면서 형식미를 갖추는 비극을 경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평한다. “시 번역에는 꾸밈이 있어선 안 된다. 어려운 말을 쉽게 고치는 건 ‘틀린 번역’이다”라는 신조를 지닌 그가 내놓은 ‘에드거 앨런 포’의 시들은 기존의 번역본에 비해 다소 난해하고 낯선, 하지만 더욱 명징하고 정확한 포의 시 세계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