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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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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변호사로, 마침내 남아프리카공화국 최고법원의 재판관이 되어 헌법을 해석하고 수호하는 임무를 맡게 된 에드윈 카메론의 이야기이다. 백인으로서 체제의 수혜자이자, 성 소수자와 HIV 감염인이라는 복합적 정체성 속에서 고뇌하는 개인의 모습, 나아가 극적인 남아공의 민주화 과정에서 ‘법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책을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든다.
특히, 저자의 표현처럼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는 ‘법’의 외피를 쓰고 있었으므로, ‘법의 정의’를 통해 체제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은 남아공의 민주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시절 흑인의 이동을 금지했던 <통행법> 폐지 재판, 만델라의 변호사 자격 박탈을 둘러싼 재판, 반역죄를 묻는 재판에서의 법정 공방, HIV 감염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재판, 에이즈 치료제의 보급을 막았던 ‘민주 정부’와의 법정 투쟁 등의 이야기가 이 책의 다른 한 축을 이루는데 꽤 흥미롭게 읽힌다. 한국어판 서문: 평등은 우리 모두를 존엄하게 한다 : HIV 감염인의 삶과 에이즈 문제를 고민하게 해준 앞선 노력자들의 세세한 삶의 기록이 당도했다. 에이즈 문제는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라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가장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을 회피하지 않은 이들 덕분에 내 삶은 풍요로워졌다. 국가에서 사회에서 온통 ‘반대한다’며 존재를 마구 흔들어 대는 한복판에서 나를 잊지 않고 잃지 않고 살아 내는 것. 그것이 낙인과 차별의 구조를 분석하고 해체해 나가는 과정임을 배웠다. 40여 년의 아파르트헤이트 시대를 끝내고 민주주의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다양성’의 풍요로움을 쟁취하고 체감한 증인으로서 에드윈 캐머런의말은 생생하다. ‘다양성은 경청하는 것이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에는 차별 금지 사유로 성적 지향이 당당하게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설치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으로, 커밍아웃한 백인 동성애자 애드윈 캐머런이 활동하고 있다. 그는 HIV 감염인이자 에이즈 환자로서 소수자의 인권이 존중되는, 다양성과 포용의 사회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헌법이 과잉된 사회도 문제지만 헌법이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못하는 사회는 더 불행할 수 있다는 그의 입헌적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그의 역작 『헌법의 약속』을 통해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도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 성 소수자의 한 사람으로서, 성 소수자로 살아가는 삶의 롤 모델을 만날 수 있기를 간구할 때가 많다. 게이 변호사로서도 앞선 발자국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 처지에, 성 소수자이자 HIV 감염인으로 커밍아웃한 에드윈 캐머런의 이야기는 보석 같은 이정표이다. 무엇보다 헌법과 소송에 얽힌 스토리와 뒷이야기가 개인의 서사와 어우러져 책장을 자꾸만 넘기게 한다. “헌법은 다름을 존중하고 축하한다”는 그의 말이 한국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하고, 가슴 뛰게 한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17년 5월 27일자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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