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들 우리 얼 그림책 2권.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끼워 넣은 액자형 그림책 『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는 ‘둘이 듣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이야기’ 덕분에 행복한 ‘이야기꾼’으로 거듭난 호랑이 이야기이다.
할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넣는 추임새 그대로의 ‘둘이 듣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바로 그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왔다. 그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새롭게 들려준다는 의미에서도 이 그림책의 새로운 시도는 의미가 크다. 얼개는 우리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따왔지만, 작가는 다른 이야기로 새롭게 빚어 내놓았다. 더욱이 한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 「두꺼비 등에 팥고물 뿌린 호랑이」라는 구전 설화를 잘 버무려놓아 두 겹의 재미를 준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수수밭에서 엉덩이가 찔려 죽은 호랑이가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맘에 걸렸다는 작가는 비참하게 죽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호랑이를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질 것이 틀림없다.
김하루 (지은이)의 말
이 그림책은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얼개를 따왔으나, 비극으로 끝난 호랑이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복한 호랑이 이야기입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모르는 이는 없을 거예요. 할머니나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었거나 옛이야기 그림책을 읽었거나 해서 잘 알고 있겠지요.
나는 어릴 적에 옛이야기를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이 그림책에 나오는 오누이처럼) 들었습니다. 들어도 들어도 재미있어서 도대체 이 이야기가 다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엄마에게 물었더니 엄마한테는 이야기보따리가 잔뜩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엔 진짜로 엄마가 이야기보따리를 어딘가에 숨겨 두고 있는 줄 알았지요(이 그림책에 나오는 호랑이처럼).
그런데 말예요, 나는 어릴 적부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늘 수숫대에 엉덩이가 찔려 죽은 호랑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 엉덩이가 저절로 움찔거렸어요.
그 호랑이가 내내 마음에 걸렸던가 봅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끝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걸 보면 말예요. 이 그림책 속 호랑이도 수숫대에 엉덩이가 찔려 죽은 호랑이 이야기를 소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리한 인간 아이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요. 그렇지만 할머니가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에 홀딱 빠지고 말아 호랑이는 이야기보따리가 장롱에 있다는 말에 그만 속아 넘어가고 말아요. 겉보기는 무섭지만 참으로 순진하고 귀여운 호랑이잖아요, 글쎄.
이 그림책 속 또 하나의 이야기 「두꺼비 등에 팥고물 뿌린 호랑이」는 아무리 들어도 재미있어요. 사나운 호랑이조차 멋진 ‘이야기꾼’으로 거듭나게 할 만큼요.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겠지요.
실감 나게 그림을 그려 주신 김옥재 선생님께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유난히 뜨거운 2016년 한여름에 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