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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현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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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은 "시인을 발견하는 것은 시인이다. 시인의 자격은 시인을 발견하는 데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의 뜻은 단순히 '새로운' 시인을 발굴하는 일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 이름으로 불리는 '시인' 말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시인됨'을 읽어내는 역량을 말하기도 한다. 시인이 뛰어난 비평가일 수 있는 것은 시인의 눈으로 '시인됨'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시의 눈, 벌레의 눈>은 "시인을 발견하는 데"에 바쳐졌다.

김해자 시인은 이 책에서 많은 시인들을 불러내, 오늘날 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묻고 있다. 책의 구성 양식으로는 16명의 시인과 1명의 가객으로 보이지만, '칠곡 할매들'이 있기 때문에 그보다 많은 복수의 시인을 발견한 셈이다. 김민기는 통념적으로 불리는 '시인'은 아니지만, 저자는 김민기에게서 '시인됨'을 찾아낸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1월 19일자 '문학 새책'

수상 :2018년 만해문학상, 2018년 구상문학상, 2016년 육사시문학상, 2008년 백석문학상, 1998년 전태일문학상
최근작 :<내가 지은 집에는 내가 살지 않는다>,<니들의 시간>,<집에 가자> … 총 25종 (모두보기)
소개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했다.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 『해자네 점집』 『해피랜드』가 있고, 민중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와 산문집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평에세이 『시의 눈, 벌레의 눈』 등을 펴냈다.

김해자 (지은이)의 말
과거 독재 정권하의 국민교육헌장처럼 강제로 외우는 대신, 실체도 모른 채 우리를 붙드는 이미지가 명멸하는 광고처럼,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각자도생의 국민교육헌장으로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이 구금되고 닦달당하고 있습니다. 물신과 우월함을 조장하는 신흥종교의 우산 아래 내던져지는 동안, 땅과 대기와 바다가 몸부림치고 일상의 모든 부문에서 그 끝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는 독생대 인류세(獨生代 人類世)를 우리는 통과하고 있습니다. 외따로 떨어져 점으로 존재하는 고독한 인간들의 군상과, 스스로 멸절을 택하는(강요당한) 사람들과 날마다 멸종되고 있는 생명체들이 마지막으로 두드리는 절박한 요청 앞에서,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하고 무용하기까지 한 하찮은 시가 과연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호모사피엔스는 언어와 뒷담화 때문에 강력해지고 지구를 지배하는 무소불위의 독불장군이 되었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스스로를 죽이고 이 행성을 파괴하고 멸종시키는 주범이 되어왔던 것은 아닌가, 새삼 언어의 의미와 의무를 떠올리게 됩니다.
시는 언어의 에센스라고들 말합니다. 저자가 따로 없던 역사 이전 시대에, 시는 공동으로 창조하고 같이 향유하는 둥근 원의 노래였습니다. 오랫동안 시는 상처를 받고 기진맥진해서 일어설 힘조차 없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위로와 치유의 소리였으며, 염원과 발원의 기도이자 응답이었습니다. 발화하며 나오는 소리가 공기를 통과하고 모든 원자를 춤추게 하며 세상 끝까지 도달하는 사라지지 않는 음악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심장처럼 박동하는 시구 속 리듬에 귀를 기울이며 우주와 미물과 나와 내 옆의 사람들과 통했습니다. 이미지의 범람으로 실감과 생물의 펄떡거리는 감각이 실종된 이 너무나도 문명화된 세상에서 시는 과연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