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만약은 없다』 저자) : 그의 손때 묻은 노트를 받아들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그림들은 내가 수없이 보던 병원의 낯익은 풍경을 대상으로 했지만, 분명 그만이 바라보는 시점에서 정밀하게 포착되고 강조되어 흡사 다른 광경을 묘사한 듯한 기시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늘 보거나 겪는 일을 다른 시선으로 기록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신경외과의 고된 수련 속에서 이미 작가로 움트고 있었다. 그가 덧붙인 글은 힘겨운 수련생활을 긍정적으로 견디고 환자를 따뜻한 마음씨로 사유하는, 그의 작가적 시선을 이해할 수 있는 덤이다. 이 책은 기록하는 의사의 시점에서 쓰인 또 한 권의 중요한 책이 될 것이다.
이종범 (네이버 심리 웹툰 『닥터 프로스트』 작가) : 처음 보게 된 이 작가의 드로잉은 응급실 침대에 모로 누워있는 어떤 환자의 발 그림이었다.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언젠가 내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면, 이런 시선으로 나를 봐주는 의사에게 치료받고 싶다.’ 지나치며 본 것을 그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드로잉의 시작은 조금 더 다가앉는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어떤 것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작 그것의 생김새보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더 느끼게 된다. 그래서 드로잉은 그린 사람의 시선을 빌려서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준다. 나는 이 의사의 드로잉 실력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그의 시선에 바로 반해버렸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의사니까. 그가 왕진을 와 준다면 왕진가방 안에는 아마도 다른 의미의 청진기와 체온계가 들어있겠지. 그러니까 그의 책이 나온다면 마음이 앓을 때 읽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