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겪게 될 일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30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서 의료 현장에서 무수한 갈등 상황을 겪어온 저자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삶과 죽음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기를 촉구한다. 잘못된 결정과 잘된 결정, 그리고 누구든 확신할 수 없는 애매한 결정들이 현장의 복잡함과 급박함 속에서 펼쳐지며, 거기 얽힌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파해낸다는 데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있다.
한국은 호스피스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기에 앞서, 환자에게 말기로 접어들었다는 병황 통보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해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연명의료결정법의 가장 큰 관건은 다른 무엇도 아닌 환자의 가치관과 자기결정권 문제다. 환자가 자신의 임종과 관련해 병의 진행 상태를 알고, 연명의료 결정 여부와 완화의료 문제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만 우리의 ‘죽음의 질’은 한 단계 올라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