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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구월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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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을 찾아 자박자박, 첫번째 책. 한 역사학자가 빌린 고문서들을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독특한 소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큰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1945년 패전 후 일본 정부는 전국 농어촌에 잠들어 있던 고문서를 대량으로 수집해 사회사 자료관을 세우고자 했다. 매우 야심찬 의욕이었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인해 계획은 곧 좌절되고 만다. 연구원들은 제각기 먹고살 길을 찾아 흩어졌고 빌려온 문서들은 방치됐다. 저자인 아미노 요시히코는 1년간 이런저런 일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고등학교 교사로 취직했는데, 어느 날 자신이 '문서 도둑'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골 마을을 돌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문서를 빌릴 때는 6개월이나 1년 안에 꼭 반납하겠다고 말했지만, 이건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더 이상 누를 끼치지 말자고 다짐한 아미노는 18년에 걸쳐 고문서 반납 여행에 나서게 된다. 실제로 문서를 빌리는 일은 1949년에 시작돼 몇 년간 이어졌고 반납이 완료된 것은 1998년이니, 문서 주인들은 50년 만에 책을 되돌려받은 셈이다.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쉽지 않았을 고문서 반납 여행. 아미노는 문서 제공자와 이를 빌려간 이들의 실명을 낱낱이 기록하면서 학자들과 정부의 지난 과오를 밝히고자 이 책을 써나간다. 처음 여행을 떠나는 심정은 '두려움'이었다. 어떤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게 될지…… 게다가 어떤 문서는 쥐가 파먹어 가느다란 끈처럼 변해 있었고, 일부 문서는 행방이 묘연해져 찾을 수 없었다. 1967년 여행의 첫발을 내디뎠으니 문서를 대출한 지는 어언 20년이다. 마음 한켠이 지옥 같았던 지난날의 짐을 과연 내려놓을 수 있을까. 옮긴이의 글
: 기존의 일본사 연구에 이의를 제기하고 비정주민의 세계를 밝혀내 ‘중세사 붐’을 일으키고 새로운 일본상을 그려낸 아미노 요시히코. 그 역사관은 소설과 같은 기타 장르, 나아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 훗날 아미노 요시히코가 여러 분야의 연구자와 집필자(소설가, 만화가, 애니메이션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력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크다. : 아미노 요시히코는 20세기 후반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역사가였을 뿐 아니라,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지식인들 가운데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다. : 이 책은 문서와 문화 자원 조사·보존·관리에 관계된 사람이라면 소름끼쳐할 만한 서술로 가득 차 있다. 소장자에 대한 배신, 직원이 고문서를 개인적으로 가지고 나간 일, 정리하지 않은 채로 사장시킨 일, 쥐가 파먹은 일, 파손, 그리고 분실…… 행정 관청의 사업 파기와 엉성한 사후 처리가 문화자원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희귀한 사례다. 아미노는 이 책을 ‘실패사’라고 칭한다. 말 그대로 일본의 아카이브 역사, 사료 보존 운동사에 남을 대실패다. 이 죄를 갚겠다는 의식과, 이 사실을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아미노의 의지가 이 책에 가득 차 있다. 날짜, 인명 등을 상당히 자세히 쓰고 있는 것은, 일종의 기록이자 실록으로서 이 책을 남기고자 한 아미노의 사명감이 발현된 결과다. : 어느 날 그는 “술자리니까”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핍박받는 사람들에게야말로 인간다운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 나는 그의 이런 진심이야말로 ‘아미노 사학’의 원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때는 “패해서 사라진 사람들 쪽에, 역사로서 소중한 것이 있다”고도 말했다. 문자에 의지하는 역사학은 승자와 권력자의 관점을 취하기 쉽고 패자나 핍박받은 이들의 관점은 택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미노는 의도적으로 약자와 패자의 관점에 선 것이리라. : 패전 직후, 사회사 자료관을 건설하고자 전국 농어촌에 잠들어 있는 대량의 고문서가 수집되었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인해 계획은 좌절. 30여 년 뒤, 역사학자 아미노 요시히코는 빌린 채 방치되어 있던 고문서를 반납하는 여행에 나선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18년 3월 23일자 '새로나온 책' - 한겨레 신문 2018년 3월 23일자 '학술.지성 새책' - 동아일보 2018년 3월 24일자 '새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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