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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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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 후 죽음의 땅에서 소와 함께 살고 있는 농민들을 추적한 르포다. 농민들은 소들을 좀 더 잘 먹이고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더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물게 해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지난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방사능의 반영구적인 공포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과 이에 맞서는 강인한 의지는 이 르포를 끌고 나가는 심리적 내러티브다.
안락사의 칼날을 피해 살아남아 사람들이 사라진 푸른 초원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소, 점점 야생화하여 스스로 교배하고 자식을 낳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소들의 몸 안에는 방사능이 축적되고 있다. 그런지도 모르고 소들의 몸엔 윤기가 흐르고 눈빛은 초롱초롱하며 흙냄새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러한 소의 야생화 과정과 방사능 생체 축적을 동반하여 추적하는 이 책은 한 편의 동물문학이라 불러도 될 만큼 소의 입장에 선 관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야 마땅한 상황에서 어떻게 생명은 그것에 맞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제한된 조건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인류학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서장 안락사라는 이름의 살처분 : 수상작 『소와 흙』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에서 살아가는 후쿠시마의 소들의 뒤를 쫓고 있다. 안락사 처분을 강요당하는 소들을 지키려는 목동들의 의기와 안타까움이 잘 느껴진다. : 인간이 일으킨 비극과 목동들의 아픔, 순수한 생명체인 소들의 비참함과 강인함의 간격이 절묘하고, 수수하면서 유별나게 뛰어난 작품이라는 것이 읽은 후의 느낌이다. : 이 책을 읽으며 오래만에 ‘동물 문학’이란 장르가 생각났다. 소의 다양한 생태가 이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적이, 지금까지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선 뛰어난 동물 문학이라고 말해도 좋다. : 저자는 소를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르포를 쓰면서 점차 동물과 가까운 곳에서 세상물정을 궁리하게 되었다. 버려진 소들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풀을 통해서 소의 체내로 섭취되는 흙이 되어 생각한다. 말을 지껄이지 않는 것들의 의식세계를 자신의 안에 받아들인 논픽션으로서 이 작품은 독특하고 진지하다. 문학의 세계엔 인간의 일밖에 관심이 없는 작품들로 넘쳐난다. 그런 세계에 『소와 흙』이 들어온 것은 자못 의미가 크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3월 8일자 '책과 생각' - 동아일보 2018년 3월 10일자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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