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 박현택은 전작 『오래된 디자인』에서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시각 이미지의 가치나 맥락을 읽어내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면, 『보이지 않는 디자인』에서는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과 미학적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이든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OO 디자인’의 현대적 숙명을 직시하면서 사물 탄생의 원래적 의미와 그것을 둘러싼 주변과의 관계를 되짚어본다. 그의 글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평범한 상식의 위대함을 일깨운다. 끝없는 욕망으로 덧칠한 물욕의 시대에 드러나지 않는 디자인을 꿈꾼다. 새롭게 돌출된 디자인으로 주변을 제압하려는 게 아니라 조화와 평화로운 공존을 이야기한다.
김개천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교수) : 최고의 형태가 있다면 특별한 형태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책은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평등과 투명성의 디자인을 통해, 자신을 비추고 주장하기보다는 주변을 드러내는 친밀한 가상에 대해 말한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통해 현대적 삶의 의미와 배후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게 하고 비진실을 드러내는 태도로 삶의 진실한 기쁨을 반추한다.
최범 (디자인평론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 디자인인문연구소 소장) : 디자인은 영국인 집사와 같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리 삶의 주인공은 우리 자신이지 디자인이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디자인이 요란해지고 주인공이 되어버린 느낌이 없지 않다. 이런 현실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디자인의 제자리를 잡아주는 이가 있으니 그는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디자인 집사. 그런데 이 집사의 안목과 입심이 여간 아니다. 은근히 질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