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국가의 법과 과학 속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탐구한다. 이 책은 성별에 의해 사회가 구조화되는 데 기여해 온 근대 국가의 장치들에 주목한다. 근대라는 시공간에서 국가와 민족을 중심으로 성(sex)/섹슈얼리티sexuality에 대한 지식, 제도, 담론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해 젠더 관계가 구성되고 또 재구축되어 왔기 때문이다.
“‘성聖/性’스러운 국민”이라는 이 책의 제목 또한 국민 국가적 인식론에 기반한 이원적 젠더 체계와 거기에서 기능하는 이중적 가치 기준을 함의한다. 이 책의 필자들 또한 근대 국가와 민족이 생산/재생산해 온 젠더 체계와 그를 공고히 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적 담론적 장치들에 대한 성찰적 시각을 공유한다.
이 책의 필자들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민족을 본질화하는 사유 방식과 실천에 근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트랜스내셔널 시각(transnational perspective)을 공유한다. 근대 한국에서 여성/여성성과 남성/남성성이라는 젠더 관계가 구축되는 사회 정치적 맥락을 성찰하기 위해서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넘어서는 인식론적 전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의 기획들과 그 실천 과정에서 젠더 관계가 서로 교차되고 구성/재구성되는 다양한 방식을 추적하는 이 책의 글들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머리말
1 “선량한 풍속”을 위하여 : 식민지시기 ‘간통죄’와 성(Sexuality) 통제 _ 홍양희
간통죄,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일본 형법 도입과 여성‘만’의 간통죄|‘부계 혈통’이라는 풍속의 ‘선량성’|간통죄의 역설, 풍속의 불량화
2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란 누구인가? : 형법, 포스트식민성, 여성 섹슈얼리티, 1953~1960년 _ 박정미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판결문, 젠더를 생산하는 담론|식민지 법정에 선 여성의 ‘정조’|식민지 ‘정조’관념의 법적 재생산|음행매개죄 : “미성년”과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의 연계|혼인빙자간음죄 : 보호인가, 처벌인가?
3 1950년대 퀴어 장과 병역법·경범법을 통한 ‘성 통제’ _ 허 윤
퀴어를 역사화하기|치안국가 남한과 성적 자유에 대한 법적 규제|1950년대 퀴어의 문화적 재현과 이성애 정상성 강화
4 국가를 위해 죽을 ‘권리’ : 병역법과 ‘성聖/性스러운’ 국민 만들기 _ 김청강
국가를 위해 죽는다는 것, 그리고 시민권|근대 일본에서 군인이 된다는 것 | 일본인 남성이 되는 ‘법’|대한민국 국민 되기와 병역법|‘진짜 사나이’의 탄생
5 탈식민 국가의 ‘국민’ 경계 : ‘내선결혼內鮮結婚’ 가족의 법적 지위를 중심으로 _ 이정선
한국인 판별의 두 기준, 호적주의와 혈통주의|일제시기 내선결혼 실태|성별화된 호적주의, 미군정의 일본인·비일본인 구별|부계 혈통주의, 한국인의 ‘국민’ 정체성
6 부계 혈통주의와 ‘건전한’ 국민 : 1950~1970년대 동성동본금혼제를 둘러싼 법과 현실 _ 소현숙
보라와 선우의 결혼은 왜 난관에 부딪혔을까?|신민법 제정과 ‘동성동본금혼’ 성문화|동성동본금혼과 우생학|1960년대 동성동본혼의 사회문제화|모호한 법 규정과 편법적 정상화|동성동본금혼법 피해의 실태|‘동성동본불혼제도개정촉진회’ 결성과 법 개정 논의|혼인에 관한 특례법과 모자보건법|모자보건법과 사생아 배제
머리말
1 “선량한 풍속”을 위하여 : 식민지시기 ‘간통죄’와 성(Sexuality) 통제 _ 홍양희
간통죄,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일본 형법 도입과 여성‘만’의 간통죄|‘부계 혈통’이라는 풍속의 ‘선량성’|간통죄의 역설, 풍속의 불량화
2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란 누구인가? : 형법, 포스트식민성, 여성 섹슈얼리티, 1953~1960년 _ 박정미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판결문, 젠더를 생산하는 담론|식민지 법정에 선 여성의 ‘정조’|식민지 ‘정조’관념의 법적 재생산|음행매개죄 : “미성년”과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의 연계|혼인빙자간음죄 : 보호인가, 처벌인가?
3 1950년대 퀴어 장과 병역법·경범법을 통한 ‘성 통제’ _ 허 윤
퀴어를 역사화하기|치안국가 남한과 성적 자유에 대한 법적 규제|1950년대 퀴어의 문화적 재현과 이성애 정상성 강화
4 국가를 위해 죽을 ‘권리’ : 병역법과 ‘성聖/性스러운’ 국민 만들기 _ 김청강
국가를 위해 죽는다는 것, 그리고 시민권|근대 일본에서 군인이 된다는 것 | 일본인 남성이 되는 ‘법’|대한민국 국민 되기와 병역법|‘진짜 사나이’의 탄생
5 탈식민 국가의 ‘국민’ 경계 : ‘내선결혼內鮮結婚’ 가족의 법적 지위를 중심으로 _ 이정선
한국인 판별의 두 기준, 호적주의와 혈통주의|일제시기 내선결혼 실태|성별화된 호적주의, 미군정의 일본인·비일본인 구별|부계 혈통주의, 한국인의 ‘국민’ 정체성
6 부계 혈통주의와 ‘건전한’ 국민 : 1950~1970년대 동성동본금혼제를 둘러싼 법과 현실 _ 소현숙
보라와 선우의 결혼은 왜 난관에 부딪혔을까?|신민법 제정과 ‘동성동본금혼’ 성문화|동성동본금혼과 우생학|1960년대 동성동본혼의 사회문제화|모호한 법 규정과 편법적 정상화|동성동본금혼법 피해의 실태|‘동성동본불혼제도개정촉진회’ 결성과 법 개정 논의|혼인에 관한 특례법과 모자보건법|모자보건법과 사생아 배제
7 탈식민기 가족법과 여성의 국민화 _ 김은경
‘가족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반성적 질문|미군정기 ‘처의 행위능력’을 인정한 첫 판례|정부 수립 후 가족법 제정과 ‘처의 행위능력’에 대한 논의|처의 무능력제도 폐지의 이면
8 과학과 국가를 위한 몸? : 줄기세포 연구와 난자 기증 담론 _ 정연보
황우석 사건과 “성스러운 여인”|난자의 탈맥락화 : 여성의 비가시화|난자의 재맥락화 : 난자 기증의 생명정치와 국가주의|새로운 맥락화를 위해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지은이 소개
최근작 :<조선총독부의 가족 정책> ,<일제의 식민지배와 재조일본인 엘리트> ,<트랜스내셔널 지구공동체를 향하여> … 총 13종 (모두보기) 소개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 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 다. 식민지 가족법과 젠더론에 주목하여 가족사와 여성사를 연구해 왔다. 편저서로 『고아, 족보 없는 자: 근대, 국민국가, 개인』, 『성스 러운 국민: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근대 국가의 법과 과학』 등 이, 공저로 『신사임당, 그녀를 위한 변명: 시대와 권력이 만들어낸 신사임당의 이미지』, 『한국과 타이완에서 본 식민주의』, 『일제의 식 민지배와 재조일본인 엘리트』 등이, 역서로 『조선풍속집: 제국의 경 찰이 본 조선풍속』이 있다. 논문은 「‘상실’과 ‘훼손’의 문화정치학: 식 민지 조선의 ‘강간’죄 구성과 ‘수치심’」, 「식민지시기 ‘의학’ ‘지식’과 조선의 ‘전통’: 쿠도(工藤武城)의 “婦人科學”적 지식을 중심으로」, 「“애 비 없는” 자식, 그 ‘낙인’의 정치학: 식민지시기 ‘사생아’ 문제의 법적 구조」, 「조선총독부 판사, 노무라 초타로(野村調太郞)의 조선 사회 인 식」, “A Dangerous Tradition: Chohon Discourses and Population Management in Colonial Korea” 등이 있다.
최근작 :<불처벌> ,<비판적 사고> ,<‘성’스러운 국민> … 총 3종 (모두보기) 소개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젠더와 법, 정책, 시민권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지은 책으로 The State’s Sexuality: Prostitution and Postcolonial Nation Building in South Korea (근간), 《‘성’스러운 국민》(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위험한 책읽기> ,<한류와 문화다양성> … 총 27종 (모두보기) 소개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 연구위원.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문학/문화/역사를 동아시아 젠더사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위험한 책읽기》 《남성성의 각본들》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공저) 《원본 없는 판타지》(공저) 등을 썼고, 《모니크 위티그의 스트레이트 마인드》 《일탈》(공역)을 우리말로 옮겼다.
최근작 :<‘성’스러운 국민> 소개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HK연구교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일제시기 정책사, 법제사, 가족사 전공. 일제시기를 중심으로 민족.계급.젠더 등이 중층적으로 교차하며 빚어 내는 역사상을 그려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일제의 ‘내선결혼’ 정책》(박사학위논문), 〈식민지 조선·대만에서의 ‘가제도家制度’의 정착 과정〉, 〈조선총독부의 조선인 이름 정책과 이름의 변화 양상들〉 등이 있다.
최근작 :<한국 근대사 연구의 쟁점> ,<역동하는 관계와 가족커뮤니티> ,<한국 현대사 연구의 쟁점> … 총 13종 (모두보기) 소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학술연구팀 팀장
한국 근대 가족사, 젠더사 전공. 주요 논저로는 『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역사비평사, 2017), 『한국과 타이완에서 본 식민주의』(공저, 한울아카데미, 2018), 『日本殖民統治下的 底層社會 臺灣與朝鮮』(공저, 臺北: 中央研究院·臺灣史研究所, 2018), 『한국근대사 연구의 쟁점』(공저, 한국학중앙연구원, 2023), 「근대 전환기 동아시아에서 이혼법의 변화-한중일 비교」(『역사와 담론』 94, 2020), 「한국‘근대가족’의 식민주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학술연구팀 팀장
한국 근대 가족사, 젠더사 전공. 주요 논저로는 『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역사비평사, 2017), 『한국과 타이완에서 본 식민주의』(공저, 한울아카데미, 2018), 『日本殖民統治下的 底層社會 臺灣與朝鮮』(공저, 臺北: 中央研究院·臺灣史研究所, 2018), 『한국근대사 연구의 쟁점』(공저, 한국학중앙연구원, 2023), 「근대 전환기 동아시아에서 이혼법의 변화-한중일 비교」(『역사와 담론』 94, 2020), 「한국‘근대가족’의 식민주의적 기원과 남은 유산들-가족법을 중심으로」(『역사학연구』 84, 2021) 등이 있으며, 2021년 용재신진학술상, 2022년 이화현우 여성과 평화 학술상을 수상하였다.
최근작 :
서해문집
최근작 :<장동일지> ,<황금, 불멸의 아름다움> ,<운영전> 등 총 517종
대표분야 :역사 8위 (브랜드 지수 411,127점), 청소년 인문/사회 13위 (브랜드 지수 78,795점), 고전 16위 (브랜드 지수 247,640점)
추천도서 :<유라시아 견문 1> 젊은 역사학자 이병한의 장대한 유라시아 견문록. 유라시아 전체의 과거-현재-미래를 함께 조망하며 근대 이후를 그려본다. 패권경쟁과 냉전질서로 유지되던 이제까지의 세계체제가 막을 내리고, 나라별로 토막났던 국사(國史)들이 하나의 지구사(유라시아사)로 합류한다. 아울러 자본주의 이후, 민주주의 이후를 고민하며 좌/우, 동/서, 고/금의 합작을 통해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다른 백 년’의 길을 모색해본다. - 김선정 주간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RICH)에서 트랜스내셔널 인문학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여러 이론적 과제들을 정리하여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트랜스내셔널인문학총서’.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은 내셔널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사유를 탈학제적 시각으로 추구하는 인문학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성聖/性’스러운 국민》은 근대 국가와 법과 과학 속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탐구한다.
‘성聖/性’스러운 젠더 체계를 넘어
여성 혐오 혹은 여성 멸시를 일상에 뿌리내릴 수 있게 만드는 토양, 즉 성별 이원제에 근거한 젠더 질서/젠더 관계는 한국 사회에서 어떠한 경로와 장치를 통해 이루어져 왔는가. 이 책은 성별에 의해 사회가 구조화되는 데 기여해 온 근대 국가의 장치들에 주목한다. 근대라는 시공간에서 국가와 민족을 중심으로 성(sex)/섹슈얼리티sexuality에 대한 지식, 제도, 담론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해 젠더 관계가 구성되고 또 재구축되어 왔기 때문이다. “‘성聖/性’스러운 국민”이라는 이 책의 제목 또한 국민 국가적 인식론에 기반한 이원적 젠더 체계와 거기에서 기능하는 이중적 가치 기준을 함의한다. 이 책의 필자들 또한 근대 국가와 민족이 생산/재생산해 온 젠더 체계와 그를 공고히 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적 담론적 장치들에 대한 성찰적 시각을 공유한다.
이 책의 필자들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민족을 본질화하는 사유 방식과 실천에 근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트랜스내셔널 시각(transnational perspective)을 공유한다. 근대 한국에서 여성/여성성과 남성/남성성이라는 젠더 관계가 구축되는 사회 정치적 맥락을 성찰하기 위해서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넘어서는 인식론적 전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의 기획들과 그 실천 과정에서 젠더 관계가 서로 교차되고 구성/재구성되는 다양한 방식을 추적하는 이 책의 글들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근대 국가의 ‘성性’ 통제
첫 번째는 근대 국가의 기획이 법을 통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젠더 체계에 기반해 국가를 구축해 가는 방식에 대한 연구들이다. 먼저 홍양희의 <“선량한 풍속”을 위하여 : 식민지시기 ‘간통죄’와 성통제>는 2015년 위헌 판정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간통죄’의 식민지적 계보를 추적한다. 기혼 여성의 성만을 통제하는 식민지시기 간통죄의 젠더 편파성이 국민 생산의 기초 장치인 가족제도를 유지·온존시키고, 부계 혈통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기혼 여성의 간통이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공공의 질서를 파괴하는 범죄적 행위로 규정된 이유였다. 아울러 간통죄의 실천이 친고 조항으로 인해 사기와 협박에 이용되는 균열상을 보이는 등, “선량한 풍속”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풍속의 ‘불량화’를 초래하는 역설적 상황을 연출했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박정미의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란 누구인가? : 형법, 포스트식민성, 여성 섹슈얼리티, 1953~1960년>은 1953년 제정된 형법 중 ‘음행매개죄’와 ‘혼인빙자간음죄’의 역사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특히 두 조문이 보호 객체로 삼는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가 식민지 형법 및 일본 ‘개정형법가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식민성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 법조문들이 보호 객체를 여성으로 한정함으로써 남성과 여성이라는 젠더 차이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음행의 상습” 여부를 기준으로 여성을 이분화함으로써 젠더 내부의 차이를 생산하고 제도화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조’가 여성의 법적 지위를 분할하는 기준인 이들 법제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는 동시에 젠더 규범을 정상화하는 정치학을 작동시키는 기제였다.
허윤은 ‘퀴어’라는 용어를 통해 1950년대 한국 사회에 대한 재사유를 시도한다. <1950년대 퀴어 장과 병역법·경범법을 통한 ‘성 통제’>는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적 주체들이 풍기 단속의 대상이 되는 정치적 맥락을 꼼꼼히 살핀다. 전통론이 대두되던 국가 건설 과정에서 풍기 단속이 퀴어 장과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은 젠더 규범에 영향을 준다. 경범죄와 병역법은 ‘퀴어’한 사람들의 위반을 색출한다. 남성들을 군인으로 동원하고 위계화하기 위해 ‘진짜 사나이’가 될 수 없는 퀴어를 범법자로 만든다. 그동안 대중매체에서 자연스레 등장하던 여장남자, S언니 등의 퀴어들은 점차 사라진다. 여성 동성애자는 히스테리 환자이자 범죄자로 재현되고 남성의 여성 수행은 코미디화된다. 결국 공론장의 성적 보수화가 퀴어한 젠더 수행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근대 국가의 ‘성聖’스러운 국민 만들기
두 번째 부분은 근대 국가 내부에서 ‘국민 됨’과 젠더 관계의 역학을 법과 과학의 문제로 풀어내는 연구들이다. 우선 <국가를 위해 죽을 ‘권리’ : 병역법과 ‘성스러운’ 국민 만들기>에서 김청강은 병역법이 만들어 내는 ‘국민’의 경계를 문제시한다. 대한민국의 병역법 체계가 남성주의와 혈통주의에 법적 보편성을 부여하고, 법적 ‘예외’를 통해 사회적 타자를 생산하는 정치학에 주목한다. 병역법이 헌법상 국민의 의무 대상자를 성별과 인종 적합성에 따라 배제하고 포섭하는 정치를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병무 수행자가 대한민국의 남성으로 규정됨으로써 남성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국민으로, 여성은 보호받는 수혜자로 일반화되었다는 것이다. 징병제를 주권의 근간이자 헌법적 권리로 여긴 일제의 병역법에서 병역법의 계보를 찾는 이 글은 탈식민의 문제 또한 본격적으로 제기한다.
다음으로 이정선의 <탈식민 국가의 ‘국민’ 경계 : ‘내선결혼’ 가족의 법적 지위를 중심으로>는 국민의 경계를 규정짓는 국적의 결정 기준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식민지시기 결혼한 조선인과 일본인 가족이 해방 후 한국 ‘국민’이 되는 기준이 젠더 편향적이고 부계 혈통주의적이라는 것이다. 미군정은 호적주의에 입각해 한국인의 경계를 설정했는데, 남편에 의해 여성의 국적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젠더 차별적이었다. 게다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아버지가 한국인인 자, 즉 부계 혈통주의가 한국 국민을 결정하는 제일 원칙이 된다. 이로 인해 법률혼, 혼외 관계를 불문하고 조선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내선결혼 자녀는 아버지가 조선인인 자녀에 비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가 어려웠다. 이와 같이 젠더 차별적인 동시에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부계 혈연 민족주의 위에서 국민의 경계가 설정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소현숙은 부계 혈통주의의 국민 생산 기획이 가지는 균열상을 드러낸다. <부계 혈통주의와 ‘건전한’ 국민 : 1950~1970년대 동성동본금혼제를 둘러싼 법과 현실>은 특히 ‘동성동본금혼’ 조항이 가지는 비대칭적 혈통 관념을 문제시한다. 식민지시기 전통으로 만들어진 동성동본금혼은 전통론과 우생학의 옹호 속에 탈식민 후 신민법으로 제도화된다. 그동안 존재하나 드러나지 않았던 동성동본 혼인 가족은 1960, 1970년대 의무교육과 산업화 과정을 통해 사회 문제로 부상된다. 이들 사이의 임신 중절을 합법화한 모자보건법과 한시적으로 혼인신고를 가능케 한 혼인특례법은 사생아의 양산 방지 및 이미 출생한 아이들을 정상 가족에 편입시켜 건전한 국민을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그렇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어서, 마침내 위헌 소송의 배경이 되었다.
김은경은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발본적으로 성찰한다. <탈식민기 가족법과 여성의 국민화>는 국민국가 수립과 민주주의의 제도화 과정이 젠더 차별적이었음을 폭로한다. 가족법에서 제기된 민주주의 의제와 여성의 국민화 문제를 검토한 이 글은 근대 권력이 소수자를 양산하고 가부장제와 공모하는 방식에 대한 전면적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특히 처의 행위능력 조항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폐지되었지만 가족 내에서 처의 법률 행위 능력은 ‘혼인의 효과’로서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당시 가족법 논쟁에서 ‘전통’과 ‘관습’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가장 위력적인 수사였다. 결국 해방 후 제정된 가족법의 민주주의의 의제는 형식적일 뿐, 사실상 젠더 위계적인 국민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끝으로 정연보의 <과학과 국가를 위한 몸? : 줄기세포 연구와 난자 기증 담론>은 줄기세포 연구에서 난자 채취와 이용에 관한 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난자 채취 과정에서 여성들이 겪는 의료적 위험과 난자 제공자들의 다층적 고민은 국가의 과학 발전과 국민적 부의 창출이라는 민족적 과제 앞에 삭제되고 비가시화된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거나 줄기세포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새기고 싶다는 황우석 박사의 이야기는 줄기세포 연구가 민족주의와 이타주의의 미명 하에 국민적 의무로 명명되었음을 보여 준다. 더욱이 난자 기증 여성이 무궁화로 그려지면서 여성은 ‘애국’의 상징이 되고 ‘성스러운’ 여성이 된다. 난치병 치료라는 인류애적 목적 또한 여성은 희생적이고 이타적이라는 젠더 규범을 강화한다. 이 글은 이들 담론에서 삭제된 여성들의 몸, 노동, 삶과 목소리를 중요하게 들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