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시인, 유나방송 대표) : “이제 막 붉디붉은 모란이 피었습니다 / 그대 있었을 때 피었으면 좋았을 텐데(「붉은 모란」)”. 아직도 그리움이 남아 있단 말인가? 내가 아는 한 황청원은 커다란 상실을 경험했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의 시가 분노가 아니라 지고 말 꽃에 대한 헌사처럼 읽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황청원은 그런 사람이다. 그는 설령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 해도 상처로부터 한발 물러 나와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그런 그의 맑고 착한 심성은 다음과 같은 시구를 낳는다. “그대 발밑을 보라 나비 한 마리 울고 있다 / 사랑하던 꽃이 죽어서 금방 놓아줄 수 없어서”(「그대 발밑을 보라-꽃과 나비 2」). 세상에 시인이라 불리는 사람은 많지만 나비의 눈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참으로 시인이란 나비의 눈물을 볼 수 있는 감성을 지닌 사람이며, 떨어진 꽃일망정 밟을 수 없는 사람이다. 인생의 커다란 시련 속에서 그는 “꽃의 사랑한 시간이 나비의 사랑한 시간이 / 언젠가 꽃으로 나비로 온다는 걸 알고 있으니 // 땅에 떨어진 꽃 보아도 뭉개지도록 밟지 말자 / 서러운 나비 다시 날아와 울고 싶을지 모르니까”라고 노래한다. 자신의 불운을 마치 땅에 떨어진 꽃처럼 느끼고 있는 이 시인의 시집을 독자 여러분께 권한다. 불행에게 미소를 건네야 할 친구의 이름으로, 아픈 시대를 함께 가는 시인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