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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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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상상력과 작풍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켜온 세계적 그림책 작가 고미 타로가 처음으로 쓴 교육 에세이. 아이들을 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시각으로 아이들을 재단하고 훈육하고 길들이려 드는 편협한 어른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200여 페이지밖에 안 되는 짧은 분량이지만, 고미 타로는 아이들의 자발성, 창조성을 억누르는 어른들의 ‘꼰대’ 문화를 종횡무진으로 맹렬히 짚어나간다. 때로 독선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으나, 간단명료한 문장들 속에 담긴 비수 같은 메시지들이 수시로 독자의 가슴을 직격해 들어온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세계를 50년 가까이 탐구해온 작가의 내공이 여실히 느껴진다. 너그럽지 않은 어른들 : 고미 타로의 책에는 나처럼 산만한 사람들에 대한 글이 나온다.
“저는 마음이란 산만하기 위해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산만해지지 않는 마음’은 이미 마음이 아니니까요. 저는 ‘심(心)’ 자를 좋아합니다. 생긴 모습이 좋습니다. ‘권(權)’이나 ‘군(軍)’ 같은 글자는 획이 모두 확실하게 붙었지만 ‘심(心)’은 흩어져 있습니다. 즉 처음부터 산만한 상태입니다. 마음이 산만해지면 안 된다는 것은 마음을 포기하라는 것이고, 두근두근이나 철렁철렁이나 주삣주삣 같은 감정을 갖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몇 십 년 동안 억울하게 뒤집어썼던 누명을 벗어버린 느낌이었다. 산만해도 괜찮다고, 산만한 게 나쁜 건 아니라고, 고미 타로가 나를 위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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