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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덕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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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삼십여 년 동안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써 온 작가 노경실이 생애 처음으로 어른들을 위한 책을 썼다. 동화 작가 노경실이 힘들었던 청년기와 어른이 된 이후의 의미 있는 날들을 기억하며 삶의 애환, 고독, 투지, 환희의 순간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인생 산문집이다. 리얼리즘 동화 <상계동 아이들>이나 <복실이네 가족사진>처럼 슬프지만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깊은 울림을 선사해 온 저자가 이번에는 어른들의 상처 입고 얼어붙은 마음을 달래 주려 한다.
평생 작가의 길을 걸으며 살아왔지만 반백 살을 한참 넘긴 지금에 이르러서야 삶을 조금 알 것 같다는 예순의 동화 작가. 하지만 저자는 부지불식간에 떨어지는 삶의 숙제를 받아들고 언제나 고민에 빠진다. 이 책에는 그럴 때마다 조금씩 얻게 된 삶에 대한 진솔한 깨달음과 인간적인 고뇌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여느 사람처럼 지나온 시간과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을 애석해하고 상처 입은 마음을 추슬러 생의 한가운데를 우직하게 통과하려는 저자의 모습에서 나약하지만 생명력 강한 한 인간의 초상이 엿보인다. : “맑고 따뜻하고 시원시원한 것이 다 들어 있다!”
한 사람의 글 안에 맑고 따뜻하고 시원시원한 것이 다 들어 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노경실의 산문에는 그 어려운 것들이 사이좋게 함께 있다. 그 안에는 또, 작고 사사로운 일상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생의 무게를 가늠하고, 그러다 결국엔 기쁨을 발견하는 한 여성의 모습이 있다. 자신만의 삶을 자신의 걸음으로 걸어가는, 그러면서 세상을 사랑하고 연민하는 한 인간의 초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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