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와 <사이언스>는 그 해의 가장 뛰어난 성과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라고 했다. 또한, 2016년 8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표지는 “DNA 혁명”이라는 말로 장식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표현한 한 마디의 말 그 자체가 “DNA 혁명”이었다.
2017년 현재, 중국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직접 실험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이미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생명과학의 축복일까? 거대한 상상일 뿐일까? 이 문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여러 기술적, 윤리적 쟁점을 포함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제2의 황우석 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이 기술에 대한 맹신적인 학자들도 있고,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학자들도 있다.
이 책,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혁명적 기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 여러 사례와 적용 가능성 등을 통찰하고, ‘과학과 인간 생명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사회적 논의점을 제공한다.
첫문장
DNA는 세포 내부에 들어 있는 생명의 암호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생명을 가위질하다!
2015년, 양대 과학잡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그 해의 가장 뛰어난 성과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라고 했다. 또한, 2016년 8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표지는 “DNA 혁명”이라는 말로 장식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표현한 한 마디의 말 그 자체가 “DNA 혁명”이었다.
2017년 현재, 중국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직접 실험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이미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생명과학의 축복일까? 거대한 상상일 뿐일까? 이 문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여러 기술적, 윤리적 쟁점을 포함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제2의 황우석 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이 기술에 대한 맹신적인 학자들도 있고,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학자들도 있다.
이 책,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혁명적 기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 여러 사례와 적용 가능성 등을 통찰하고, ‘과학과 인간 생명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사회적 논의점을 제공한다.
생명을 위한 선택인가, 과학기술의 발칙한 상상인가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제시한 데서 알 수 있듯, 인류는 지금 한편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사물인터넷과 첨단 로봇공학에 열정을 쏟고 다른 한편에서는 생명공학의 연장선에서 유전자 편집을 통해 보다 완벽한 생명체로 거듭나기를 꿈꾼다.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할 법한 일들이 점점 현실이 되어 다가오고 있다. 그 가운데 유력한 노벨 화학상 후보로 꼽혔던 제니퍼 다우드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가 개발한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는 에이즈나 암 등 난치병의 치료는 물론 예방의 기대감까지 가져다준 획기적 유전공학 도구다.
‘유전자가위’란 유전자의 특정 부위에서 DNA를 절단하는 능력을 갖는 광범위한 효소를 말한다. 쉽게 말해, 유전자가위 기술로 생명체가 가진 유전체를 잘라 내거나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어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기초 생물학 연구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은 물론 돌연변이 유전자 편집을 통한 체세포 유전자 치료, 자녀의 유전병을 막기 위한 배아 및 배우자세포 돌연변이 유전자 편집,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는 식물 유전체 변형, 해충이나 침입종의 멸종과 멸종 동물의 복원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위력을 가진 기술은 미숙한 임상 적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치료가 아닌 인간 유전자의 증강, 유전자 편집 식물의 규제 곤란, 멸종이나 복원을 통한 생태계의 혼란 등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최근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은 인간의 진화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는 이 기술을 시민들이 참여해 윤리 차원에서 숙고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민주 방식으로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이 책은 지금 막 인류가 다다른 과학기술의 최첨단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기술과 윤리에 대해, 유전자가위 기술의 구체적 적용 내용과 그에 따르는 규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다룬다. 유전자를 편집해 불치병과 유전병의 악몽에서 벗어남은 물론 보다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에 무작정 가슴 설레기 전에 생명공학 기술이 갖는 사회적·문화적 영향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둘러싼 이슈와 논란
이 책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소개하고, 이 생명공학 기술의 함의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총 10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전반부는 모델 생물 개발, 체세포 치료, 생식세포 치료, 작물 및 가축 개량, 유전자 드라이브 등 과학적인 관련 내용을 꼼꼼하게 기술했다. 새로운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고쳐 쓸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개미의 행동과학 연구,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 무균돼지의 생산, CAR-T 치료제의 시판 승인, 매머드의 복제 노력 등 아주 최근의 성과까지 담아냈다.
한편 책의 후반부에서는 변리사, 변호사, 증권 전문가의 전문 조언을 받아 국내외의 다양한 크리스퍼 관련 도서가 구체적으로 담지 못한 기술의 특허, 사업화, 규제의 문제 등 윤리적·법적·사회적 함의를 다룬다. 또한 아직 해결되지 못한 ‘편집이냐, 교정이냐’라는 용어의 문제까지 예리한 시각을 놓지 않는다.
이 책은 생명과학과 생명윤리를 전공하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대한 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온 저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썼지만, 주제가 주제인 만큼 교양과학 도서의 품을 뛰어넘는 전문성이 돋보인다. 그래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 뒤에 ‘퀴즈’와 ‘용어 해설’을 두었다.
위력적인 기술에는 위력적인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으니,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성과에 무비판적으로 열광하지 말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또한 과학자들의 자기 규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시민인 우리가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과학자의 자기 규제와 전문가의 자기 규제 플러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민 참여 방식이 구현될 때 과학기술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또 다른 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