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 각본을 책으로 엮었다. 정서경 작가와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 각본을 시작으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아가씨] 각본을 공동 집필해왔다. 그중 <친절한 금자씨 각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각본>, <박쥐 각본>이 동시 출간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유아 유괴살해 혐의로 13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이금자가 자신을 범인으로 만든 백한상을 찾아 응징한다는 내용의 복수극이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은 '박찬욱 복수 3부작'의 최종판으로, 속죄와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대사를 유행시키며 312만 관객을 동원했고, 배우 이영애의 연기 변신을 가능케 한 이금자 캐릭터는 천사이자 여전사로 입체적 면모를 보이며 사랑받았다.
독자는 이 각본을 통해 금자가 13년간 복역하며 섬세하게 짜둔 복수극의 망,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들 사이의 연결 관계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스쳐 보냈던 장면들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을 해소하고, 금자 캐릭터가 끝내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벽 앞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각본과 영화를 견주는 시간은 독자를 영화 속으로 깊숙이 밀어 넣고, 영화를 새로이 발견하게 도울 것이다.
작가의 말 _ 정서경
작가의 말 _ 박찬욱
친절한 금자씨 각본
정서경 (지은이)의 말
그런데 놀랍게도 〈친절한 금자씨〉는 아주 많은 열정적인 관객들을 발견해냈다. 아주 많은 관객들이 우리가 제공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기꺼이 허공을 달려갔다. 그 점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친절한 금자씨〉는 동시대적인 상업영화 장르의 규칙에는 맞지 않지만 구전되는 민담이나 동화의 형태와 비슷하다든지,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의 체험과 비슷하다든지, 하는 내 멋대로의 추측들을. 그리고 여전히 놀란다. 이렇게 모호한 이야기로 대규모 상업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관객들을 신뢰해야 할까?
박찬욱 (지은이)의 말
내 영화에도 여성성, 아이다운 천진함, 동화적인 아름다움, 낙관주의, 설레임, 감사하는 마음, 쓸데없는 공상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면 그건 정서경에게서 비롯한 것이다. 내게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조차도 정서경에 의해 일깨워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