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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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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소설가가 4기 흑색종 관련 뇌종양을 투병하던 중 죽음을 앞두고 쓴 회고록이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생의 끝에 선 사람에게 물은 12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시작으로, 저자가 추억하는 것은 지금처럼 쇠락해진 몸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던, 그래서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가던 과거의 삶이 실로 축복이었음을, 보통의 우리가 늘 지나치는 활동적인 육체가 누릴 수 있는 삶을 예찬했다.
소설가적 관점으로 냉철하고 차분하게 들려주는 어린 시절과 어머니와의 추억은 한 편의 소설과 같다. 분노와 취약함, 복잡한 가족사에 뒤얽힌 저자의 용기 있는 고백과 창작 열정에 유명 소설가들, 맨부커상 수상 작가인 힐러리 맨틀이나, 줄리언 반스, 마거릿 드래블, 앤 후드 등이 찬사를 보냈다. 살아있는 모든 삶은 영광스러운 혼란이고 그 속에서 스스로 보상을 얻는 것이라고 저자는 우리에게 일깨우는 듯하다. 1부 죽음 앞의 삶에 관한 12가지 생각 : 자기중심적이지도 않고 자기 연민도 아닌, 한 치의 위축됨 없이 자신의 아름다운 실패와 가족사를 적나라하게 고백하고, 자신의 마지막 삶을 사려 깊게 바라본다. 이 회고록의 끝에 이르면 우리는 과거를 생생히 돌아보고 타당하게 앞을 내다보아야 한다. : 죽음에 대한 대부분의 회고록은 암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그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중병에 걸렸거나 예기치 않은 불행과 맞닥트렸을 때 이성을 잃지 않고 그 어마무지한 공포를 용인할 담대함과 통찰력을 찾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은 이제 우리의 채석장에서 벗어났다. 빛 하나 없는 깜깜한 어둠 속 공포 한가운데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남은 인생 분초를 다투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출구를 계획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쓸거리가 있다면, 그건 자신이 깨달은 분명한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테일러의 마지막 기록이 바로 그렇다. : 이 얇은 책은 삶의 끝에 대한 새로운 관점, 안락사와 자연사를 결정하는 인간 삶의 자율권, 종교가 없는 자의 죽음에 대처하는 개인적 생각, 그리고 인생에서의 기회에 대한 깨달음 등 보통의 우리가 생각지도 않을 여러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점점 쇠락해지는 과정에서 완벽하고 눈부셨던 성장을 회상하며 쓴 테일러의 말은 사려 깊고 영감 가득한 작가가 우리에게 보낸 마지막 선물이다. : 지금처럼 죽음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즉음에 관한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면 테일러의 책이 그 매뉴얼이라 하겠다. 이 책에는 허약함, 분노와 실망, 공감과 지혜로 가득하다. 이 책은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자연과 삶을 예찬하는, 한 편의 잔잔한 이야기다. : 죽음에 대한 공통 언어와 의식이 사라진 우리 시대의 애통함과 자신의 좋은 죽음에 대한 열망을 냉정하게 탐구한 책이다. : 이 작고 강력한 책은 인생의 결론과 도덕적인 죽음을 보여준다. 삶은 연기된 죽음이고 모든 것은 시작 속에 끝이 있다는 테일러의 인생에 대한 마지막 유언은 우리를 경건하고 숙연하게 한다. : 솔직하고 강렬한 울림을 준다. 죽음의 연금술에 관한 개인적 대화를 담은 이 용감한 회고록은 '우리는 침몰하는 배에서 마지막 생존자들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온기를 나누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 죽음의 자율권을 요구하는 절박한 호소인 동시에 삶의 기쁨과 슬픔, 불안정성을 환기시킨 투명한 유언이다. 늘 바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좀더 많이 필요한 죽음에 관한 대화일 것이다. : 전율적인 감동을 주는 책이다. 일부는 꿈같은 추억이었고 일부는 철학 보고서였다. 내 책에는 밑줄이 그어진 문장들이 많다. 가령 '우리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테일러의 다음과 같은 문장을. '산책하는 몸을 따라서 마음이 걷지 않는다면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소멸의 두려움 앞에서 전 존재를 증명하는 이 육체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으며 나는 밑줄을 긋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18년 3월 10일자 '책의 향기' - 중앙일보 2018년 3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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