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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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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2016년 9월5일부터 10월25일까지 산티아고에 다녀와 쓴 글이니 순례여행기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이 순례여행기만이 아닌 다른 이유는 ‘야고보 죽음의 미스터리를 찾아’ 떠난 순례였기 때문이다. 야고보 죽음에 얽힌 성서적 미스터리를 찾기 위해서는 야고보의 행적을 따라가야 했고, 더 나아가 야고보가 예루살렘에서 그 먼 스페인의 수호성인이 된 역사적 사건을 알아야 오늘날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이해할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책은 차고 넘치지만 이 세상 어느 서고(書庫)에도 야고보 죽음의 미스터리를 다룬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최근작 :<살로메>,<살면서 길을 잃었거든 산티아고에 가라>,<예수 옷자락을 잡다> … 총 70종 (모두보기)
소개 :

김집 (지은이)의 말
나는 먼 길을 돌아 작가가 되기까지 50년이 걸렸다. 그것은 차라리 운명이었다.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올 것은 오고 벌어질 일은 벌어지고 만다. 나는 집짓는 일을 했다. 일은 좋았지만 진정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 이제 그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겠다는 독립선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글쓰기였고 그 소재는 집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몸서리치도록 행복한 일이다. 그렇게 쓴 책이 한 권, 두 권? 열여섯 권이 세상에 나왔다. 작가로 산 지 6년, 문제가 생겼다. 심신이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뭐가 문제일까? 나는 지쳤다. 글을 쓰려면 뭔가 막막함이 밀려왔다. 몸도 의자에 앉아 있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한지 7년. 소위 안식년을 맞았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제2의 인생을 살면서 맞는 안식년에 나는 뭔가 특별한 여행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산티아고였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필자가 산티아고에 간 것에는 작가적 호기심도 한몫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신약성서에 나오는 ‘야고보 죽음의 미스터리를 찾아서’였다. 성서를 보며 필자가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이 바로 야고보의 죽음이다. 야고보는 베드로, 요한과 더불어 예수의 3대 제자였다. 그런 그가 세상의 끝인 스페인까지 가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다가 7년 만에 돌아온 예루살렘에서 죽임을 당했다. 이때의 일을 성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 무렵 헤로데 왕이 손을 뻗쳐 교회의 몇몇 사람들을 학대했다.
그리하여 요한의 형제 야고보를 칼로 없애 버렸다. (사도 12,1)

야고보는 예루살렘에서 체포되어 처형되기까지 예수와 같은 정식적인 재판도 이루어지지 않고 모든 사형수에게는 변론의 기회가 세 번 주어짐에도 불과하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사실보다 내가 더 충격을 받은 것은 이때의 일을 성서에는 위와 같이 딱 한 줄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수의 제자 중에 첫 순교자였는데 말이다. 나의 산티아고 순례는 이 책의 부제처럼 ‘야고보 죽음의 미스터리를 찾아서’ 떠나는 여정이었다. 갈리시아 지방에서 7년 동안 야고보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예루살렘에서 순교를 당했고, 어찌하여 그 먼 길을 죽어서야 다시 돌아올 수 있었는지 작가적 호기심으로 이 길을 걸었다.
산티아고에 가기 위한 자료를 준비하면서 또 하나 궁금증이 생겼다. ‘왜 유독 한국인들이 산티아고에 많이 갈까?‘ 하여 산티아고에 다녀온 분들을 만나면 내 첫 질문이 “왜 산티아고였습니까?” 였다. 2004년 한국인 산티아고 순례객이 18명으로 시작해 2016년에 4,536명이나 되었다. 이 숫자는 산티아고를 찾는 전세계 순례객의 나라에서 아홉 번째를 차지한다. 하여 이웃집 마실 가듯 산티아고를 찾는 유럽 순례객들은 한국인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너희는 왜 이 먼 곳까지 순례를 오니?‘ 였다. 왜 대한민국은 산티아고에 열광할까? 필자가 산티아고를 걸으며 만난 한국 순례자에게 물었다. 왜 산티아고였냐고. 필자의 결론은 ’한국과 한국인은 이제 성찰(省察)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삶의 속도를 늦춰야 하는 데 그러기 위해 산티아고만한 곳이 없으니까.
필자가 이 많은 숙제를 하러 산티아고에 간 것은 아니다. 그냥 40여 일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걸었을 뿐이다. 2016년 10월 필자는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주변에서 산티아고 어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길을 걷다보면 마법 같은 순간이 온다. 당신이 살면서 길을 잃었던 잃지 않았든 그날이 그날 같아 사는 게 가슴 떨리지 않는다면 산티아고에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2016년 겨울
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