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소설가) :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속내를 알기 어려울 때도 있다. 김중석 씨는 나의 형이고, 수십 년째 만나고 있지만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각을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에서 읽었다. 말보다 글이 더 깊을 때 가 많다. 중학교에 다닐 때, 형이 미술 숙제를 도와준 적이 있다. 나무를 그려 가는 과제였는데, 하이퍼리얼리즘 작가들의 뺨을 치겠다는 자세로 창작에 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림은 엉망이 되고 있었다. 그때 형이 붓을 들고 나타났다. 물 묻은 붓으로 빽빽한 나뭇잎을 툭툭 건드리고 나니, 나 무 사이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뭇하던 녹색이 밝은 초록으로 변했고, 바싹 말라 있던 그림에 습기가 생겨났다.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를 읽으면서, 형의 물 묻은 붓을 생각했다. 담백하고 여유롭고 습도가 높다. 물 묻은 붓으로 빡빡한 세상을 툭툭 건드리고 있다. 결국 그림과 글은 사람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 그림을 그려서 먹고사는 ‘평범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글과 네 컷 만화에 담아 펴낸 책이다. 그림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현실적 삶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어 그림책에 관심 있는 청소년 독자, 작가 지망생들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