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과학의 시대다. 과학은 세상의 중심인 동시에 가장 조심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마치 2016~2017년의 조류 독감 사태를 예언이라도 하듯, 박상표는 단적으로 ‘조류 독감’과 ‘AI’라는 용어 사용을 들어 이를 비판한다.
“농림부는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조류 독감(AI: avian influenza)’이라는 용어 대신에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용어를 쓸 것을 언론에 권장해 왔다. 이것은 미국 기업과 정부가 의도적으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이라는 용어 대신 생명공학 농산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며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들은 부드럽고 달콤한 용어로 포장하여 식품 안전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희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사회는 과학이라는 허울을 쓰고 대중을 기만하는 사회임을 박상표는 정확히 꿰뚫어 이야기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과학’이라는 신비한 주문이 유행하고 있다. 이 기괴한 주문은 신자유주의라는 종교를 신봉하는 광신도들에 의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광신도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여 거래의 대상으로 삼지 못해 안달이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광신도들은 우리가 늘 숨 쉬는 공기며 날마다 마시는 물마저도 상품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가족의 행복, 인간의 가치, 식품의 안전까지도 값을 매겨 상품으로 거래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이들에게 세계 각국 민중이나 시민의 건강과 안전은 그저 비관세 장벽에 불과하다. 이들은 ‘과학’이라는 신비한 주문을 비관세 장벽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작 :<구부러진 과학에 진실의 망치를 두드리다>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불확실한 세상> … 총 7종 (모두보기) 소개 :1969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났으며 순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에 입학했다. 문학 동아리 ‘반도문학회’에서 활동하며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인천에서 노동운동에 뛰어들기도 했다. 한편 문화유산 답사에 깊은 관심과 열정을 가져서 답사가나 안내자로 전국 곳곳을 다녔는데(하이텔 고적답사 동호회 활동), 항상 사전에 충실한 자료집을 준비하고 답사지에 숨겨진 이면의 역사와 사실까지 탐구하는 학자의 자세로 임했다. 그래서 나중에 전문가 수준의 역사 칼럼과 책을 쓰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수의사 생활을 하면서도 문화유산 답사를 하며 경실련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미송환 장기수 대책위 활동’ 등을 비롯하여 평화와 통일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사회운동가로서의 영역을 넓혀 갔다.
2005년에는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에 합류했는데, 이듬해 초부터 들끓기 시작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한미 FTA 정국에서 정부와 주류 전문가들의 주장에 맞서 일반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민 과학자’이자 ‘대항 전문가’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8년 촛불 시위를 이끈 이후 2014년 홀연히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외치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다.
저서로 《고적 답사 이야기》(1996, 공저), 《한미 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2007, 공저), 《조선의 과학기술》(2008), 《아! 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2008, 공저), 《불확실한 세상》(2010, 공저),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2012)가 있고, 번역서로 《빨리요, 송아지가 나오려고 해요》(2012, 아내 조미숙과 공역)가 있으며, 《박상표 평전》(2016, 임은경)이 출간돼 있다.
따비
최근작 :<밥 먹으러 일본 여행> ,<부리와 날개를 가진 동물, 어휘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꽃과 나무, 어휘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등 총 116종
대표분야 :음식 이야기 2위 (브랜드 지수 49,597점), 교육학 16위 (브랜드 지수 46,668점)
추천도서 :<실용 커피 서적> 저자는 커피 덕질이 얼마나 피곤한지 투덜대는데, 꼭 자식 흉보며 자랑하는 부모 같다. 커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할 때는 한없이 담대하고, 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인지 말할 때는 한없이 조심스럽다. 중학교 때부터 커피를 마셔온, 최전선의 커피인들과 교류해온 15년 역사가 만든 태도일 것이라 믿음이 간다. 한 가지 부작용은, 저자를 따라 이런저런 커피 기구를 사들이고 싶어진다는 것.
- 편집장 신수진
지금, 우리는 또다시 촛불을 들고 있다.
2008년 촛불부터 2011년 한미 FTA
반대 촛불, 그리고 지금까지의 촛불 투쟁은
박상표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오늘 우리가 든 촛불에는
박상표가 들고 있는 촛불도 있다.
광우병 파동과 미국 쇠고기 수입 저지, 한미 FTA 반대 등
2000년 이후 한국 사회의 굵직한 이슈 때마다
늘 앞장서서 촛불을 들어올리고
각종 글과 강연, 토론회에서 진실을 밝히는 파수꾼 역할을 자처한
전방위 과학자 박상표.
그가 알리려던 진실, 바로잡으려던 과학,
아직도 살아 있는 이야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과학의 시대다. 과학은 세상의 중심인 동시에 가장 조심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마치 2016~2017년의 조류 독감 사태를 예언이라도 하듯, 박상표는 단적으로 ‘조류 독감’과 ‘AI’라는 용어 사용을 들어 이를 비판한다.
“농림부는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조류 독감(AI: avian influenza)’이라는 용어 대신에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용어를 쓸 것을 언론에 권장해 왔다. 이것은 미국 기업과 정부가 의도적으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이라는 용어 대신 생명공학 농산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며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들은 부드럽고 달콤한 용어로 포장하여 식품 안전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희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82, 83쪽)
결국 지금의 사회는 과학이라는 허울을 쓰고 대중을 기만하는 사회임을 박상표는 정확히 꿰뚫어 이야기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과학’이라는 신비한 주문이 유행하고 있다. 이 기괴한 주문은 신자유주의라는 종교를 신봉하는 광신도들에 의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광신도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여 거래의 대상으로 삼지 못해 안달이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광신도들은 우리가 늘 숨 쉬는 공기며 날마다 마시는 물마저도 상품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가족의 행복, 인간의 가치, 식품의 안전까지도 값을 매겨 상품으로 거래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이들에게 세계 각국 민중이나 시민의 건강과 안전은 그저 비관세 장벽에 불과하다. 이들은 ‘과학’이라는 신비한 주문을 비관세 장벽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25,26쪽)
일찌감치 한국 사회는, 아니 초국적 자본은 목숨과 안전을 담보로 위험한 거래를 하면서 시민을 농락하고 있다. 이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 투쟁 때부터 박상표는 이를 간파하고 있었다.
“그에게 쇠고기 문제는 처음부터 카길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자본, 이른바 농식품 초국적 자본의 문제였다. 따라서 그 초국적 농식품 자본의 종자 독점의 근거인 유전자 조작 식품 문제는 일찍부터 그의 주된 관심사였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거의 유일하게 신종 플루라고 불린 ‘돼지 독감’의 문제도 그의 비판적인 시야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었고 벗어날 리도 없었다. 그는 신종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세계를 위협하는 이유가 단지 세계화에 따른 이동의 확대만이 아니라, 밀집형 농축산 식품 때문임을 끈기 있게 설명했다.”(10쪽)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박상표는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이 사실을 직시하면서도 거기서 사람을 생각하는 ‘인문학적인’ 고민과 자본주의적 현실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조류 독감, 구제역 살처분 당시 방역 당국의 대책을 비판하는 이야기가 있을 때조차 과학적, 현실적 논거들을 총동원하여 “윤리적 논란을 배제한다면, 예방적 살처분 정책은 구제역 발생 초기 가장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136쪽)라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동시에
“살처분 논란에 관한 문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만일 가축이 아니라 사람이 구제역처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성 질병에 걸리면 어떻게 대처했을까?”(137,138쪽)
“히틀러 같은 괴물이 아닌 다음에야 사람을 대상으로 살처분을 운운하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도 없다. 당연히 사람은 치료약이나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입원 치료를 기본적으로 실시한다. 그런데 왜 가축은 살처분을 시키고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소와 돼지는 인간의 식량을 생산할 목적으로 사육되는 산업 동물이기 때문이다.”(139쪽)라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 고민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박상표는 그 어떠한 현실에서도 사람을, 생명을, 세상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한국의 (돼지 독감) 감염자 수도 1,700명을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감염자 1,700여 명 중에서 사망자는 아직까지 단 1명도 없다. … 반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총파업 과정에서 무려 4명이 가슴 아프게 희생됐다. 지난 5월 27일과 6월 11일에 각각 1명씩 조합원 두 명이 심근경색으로 목숨을 잃었다. 7월 2일에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노동자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연탄불을 피워 놓은 채 자살했다. 7월 20일에는 옥쇄 농성에 돌입한 노조 간부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노동자들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정리해고는 더 많은 살인을 예고하고 있다.’라며 절규했다. 그렇다. 한국은 돼지 독감보다 정리해고가 더 무서운 나라다. 현실적으로 돼지 독감으로 죽을 가능성보다 정리해고로 죽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야만의 땅이다.”(140, 141쪽)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의 신화’나 ‘무상급식’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식품 안전·생태·환경·건강’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193쪽), “식품 안전을 위한 투쟁은 반反신자유주의 투쟁이며, 경제 위기 시기의 1퍼센트에 맞서는 99퍼센트의 투쟁이다.”(197쪽)라고 세상을 향해 외칠 줄 아는 박상표는
“민들레처럼 흔한, 그러나 주변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는 자가면역 질환의 하나인 건선을 매우심한 형태로 앓고 있었지만 그의 병은 그의 열정을 손상시키지 못했다. 그는 그 주변의 사람들에게 아직도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아주 굳건하고 강인한 소나무 같은 인상의 사람”(14쪽)이었다.
그러한 박상표가 더욱 아쉽고, 그리운 시절, “촛불이 요즈음 다시 한 번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박상표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