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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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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형 에세이. 프랑스 남서부의 다정한 열기와 온기 가득한 코스모폴리탄적 우애의 시공간을 묘사하고 있다. 행선지를 일별하는 해외여행보다는 '짐 풀고 살며 뭔가를 배우는' 여행에 목말라하면서도 이런저런 사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적잖은 동기부여를 주고 용기를 주는 책이다.

저자는 생일 아침 일기를 쓰다가, 누군가가 불러준 것 같은 힌트처럼 떠오른 '피레네', 오직 이 세 글자에 이끌려 프랑스의 남서부 피레네로 떠났다. 실패한 로맨스의 부산물인 자기애적 상처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마흔이 넘은 나이에 돌연 아무 연고도 없는 프랑스 피레네 산맥 근처의 작은 도시 포(Pau)로 건너가 1년간 프랑스어를 배우며 '머무는 여행' '삶으로서의 여행'을 한 뒤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다시 열었다.

<앙리 4세의 눈썹을 가진 고양이>는 이국에서 낯선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만나고 경험했던 특별한 사람과 순간들에 대한 관찰기이자 자기독백을 기록한 에세이로,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일상 속에 깃든 마법들에 눈 뜨며 행복의 조건들을 만난다. 모든 낯선 순간들을 면면히 감싸주고 있는 '절대적 완충지대의 온기'. 이는 외로운 자아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최근작 :<앙리 4세의 눈썹을 가진 고양이>
소개 :

하수형 (지은이)의 말
나는 또 하나의 계절을 살 것이다

“책을 쓰다니, 얼마나 예쁜 생각인가!”
언젠가 마리 크리스틴은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포의 햇빛은 결국 내게 책까지 쓰게 만들고야 말았다. 애로가 좀 있어서 버릴까 하다가 다시 사는 삶이다. 그리고 장 콕토가 말하였듯 글쓰기는 사랑의 행위이다. 글쓰기가, 내가 하는 사랑이 나를 일으켜 세워 다시 걷게 한다. 물론 프랑스에서의 짧은 머묾이 내 나머지 삶의 몇십 개년 계획의 청사진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저 범상한 체류였으나 특별하지 않을수록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일상적인 것일수록 바꿀 수 없는 행복으로 가득해야 한다고 믿으니까. 다행히도, 비록 내 편에서 먼저 투항하진 않았으나 포의 햇빛과 피레네의 자연은 날 가만두지 않았다. 이제 나는 따뜻하면 나그네가 옷을 벗게 되는 햇빛과 바람의 우화를 믿겠다. 생애를 통틀어 달콤했던 기억이다. 내 주머니 속에는 아직도 온기가 가시지 않은 햇빛의 잔열이 있다. 나는 이름 모를 꽃들을 엮듯이 만든 이 기억 한 다발을 누군가들에게 주고 싶었다. 그럴 수 있다면, 모든 추억이 불붙은 지푸라기가 되어 쓰러진들 맘이 놓일 것이다. 서로 이방인으로 만난 우리들은 그곳에서 잠시나마 작은 천국을 이루고 살았다. 별의별 인간군상은 어디에나 있지만 심장에 넣을 우애 한 조각이면 그럭저럭 살 수 있음을 깨달았다.
세상엔 아주 따뜻한 것들이 많이 있다. 조건 없는 포옹과 미소, 사랑스런 눈빛이 짓는 일상, 살아가는 일이란 그냥 별일 없이도 원래 다정한 것이다. 그래야 한다.
다시 돌아왔다. 이제 삶 안에서 끝없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삶은 곧 지나가므로 시큰둥할 겨를이 없다. 삶을 버는 일에 골몰할 것이다. 나는 지금 잡다한 생각에 잠겨 맛도 모르고 마셔버린 커피 잔을 무심히 기울였다가 아직도 두어 모금 남아 있는 걸 봤을 때처럼 기쁜 마음이다. 부디 모든 그대들의 나날이 아껴 마시는 방울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