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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성대.부경대역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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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의 걸어본다 아홉번째 산책지는 바로 '광주'이다. 광주에서 나고 자라, 지금껏 살고 있는 문학평론가 김형중이 그 걸음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온몸으로 쓴 책은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빛을 보게 되었다.
"비평가의 내면에 이토록 매력적인 이야기꾼이 살고 있었다니!"라고 추천사를 쓴 나희덕 시인도 말했듯이 광주 전역을 구석구석 오감으로 기록한 이 책의 귀함은 광주라는 도시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준다는 데 그 키포인트가 있다. 추억을 반추하며 빚어내는 사적인 이야기와 현재를 직시하며 옮겨내는 공적인 이야기가 교집합을 이루면서 빛고을 광주는 그 입체성을 획득하고도 남는다. 사진과 음악에 조예가 깊은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로 속을 채우고, 걸으면서 듣기 좋은 음악들도 추천하여 겸했다. 걸어본다 시리즈만의 특별한 지도가 겉표지를 감싸고 있으니 이를 지닌다면 광주에서 덜 두리번거리게 될 것이다. 고향을 품은 한 사람의 정확하면서도 흐릿한 기억도(圖), 그 모순의 책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이다. : 이따금‘ 염세적인 K’의 뒷모습을 보았다. 광주라는 도시, 그것도 같은 대학의 어두침침한 복도에서 함께 지내다보니 그의 동선과 나의 동선은 비교적 많이 겹치는 편이다. 그러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못 심각하게 걷고 있는 그의 장엄한 고독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귀에 울려퍼지고 있을 음악(각 장마다 K가 들은 사운드 트랙이 적혀 있다)을 상상하며 이 책을 기다려왔을 뿐이다.
그런데 김형중이라는 비평가의 내면에 이토록 매력적인 이야기꾼이 살고 있었다니! 다소 우울하고 과묵해 보이는 표정 밑에 이렇게 다정한 목소리와 다양한 표정들이 숨어 있었다니! 익숙하다고 여겨온 사람과 장소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며 그가 들려주는 광주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렸다‘. 염세적인 K’의 걸음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송정리 골목길에서 시작해 K의 아버지 김용우씨의 무덤 앞에서 끝난다. 탄생과 죽음, 그 두 점 사이로 부단히 펼쳐지는 기억의 선분들과 그가 편애하는 장소들을 나도 숨죽이며 따라가보았다. 그에게 걷는다는 것은 기억과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일종의 최면 행위에 가까워보인다. K가 프로이트적 시선으로 내면을 들여다볼 때, 자기 분석을 감행하는 메스는 아주 예리해서 어떤 통증을 동반하곤 한다. 한편 K의 시선이 타자나 외부로 향할 때, 그것은 발터 벤야민의 멜랑콜리한 시선과 아이러니적 태도를 연상케 한다. 그런 양면성으로 인해 이 책은 K의 내밀한 사적 기록인 동시에 광주라는 죽음공동체에 대한 뛰어난 분석과 성찰을 담고 있는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근대라는 폐허와 자본주의의 변방에서 잊히고 쇠락해가는 존재들 곁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K의 발걸음과 젖은 눈동자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16년 10월 28일자 '북카페' - 한겨레 신문 2016년 10월 27일자 '잠깐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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